[시경pick] 용진이형 놀던 야구장은 어떻게 '마케팅 聖地'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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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용진이형 놀던 야구장은 어떻게 '마케팅 聖地'가 됐나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2.11.29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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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진심 신세계 정용진의 마케팅 성공 비결
SSG랜더스 인수 극비리 진행, 2년만에 우승
커피·햄버거 불티... 유통 플랫폼 된 야구장
구단주가 직접 홍보·직관... 응원하며 애정 과시
SSG랜더스 한국시리즈 우승 세레모니. 사진= SSG랜더스
SSG랜더스 한국시리즈 우승 세레모니. 사진= SSG랜더스

"향후 유통업의 경쟁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 

지난 2016년 고양 스타필드 오픈 행사에서 나온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이 발언이 야구단 인수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해 1월 신세계의 SK와이번스 인수는 '핵폭탄급' 파괴력을 가져왔다. 최상부에서 비밀리에 진행한 일이라 SK와이번스 사장도 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은밀하게 진행됐기에 야구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해 신세계는 네이버 협업,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켰지만 SK와이번스 인수만큼 세간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인수 이후 행보도 파격적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추신수, 김광현 선수를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추신수 선수를 연봉 27억원에, 김광현 선수는 4년 151억원이란 역대 최고 금액으로 영입했다. 지난해는 코로나와 잦은 판정 시비 등 야구 인기가 시들해지던 시기였다. 정 부회장의 과감한 베팅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SSG랜더스는 창단 2년만에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기록으로 우승했다. 

 

신세계 유니버스의 마지막 퍼즐 'SSG랜더스'

신세계는 국내 대표적인 소비재 기업이다.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입는 모든 생필품을 판다. 이전 세대의 소비재 기업은 제품력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제품력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 '플랫폼',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것이 중요한 가치로 부상했다. 신세계가 지난해 네이버와 손을 잡은 것도 이러한 플랫폼 영역 확장의 일환이었다. 

정 부회장이 야구단을 인수했을 때 새로운 플랫폼 역할에 대한 기대는 매우 적었다. SSG랜더스의 연고 지역인 인천은 경쟁 구단에 비해 지역 인구수가 적다. 주 구장인 문학구장도 타 경쟁구단 구장에 비해 작다. 역대 인천 연고 구단인 삼미, 청보, 태평양, 현대 등이 단 한 번도 홈관중수 1위를 하지 못한 이유다. 프로야구 대표 관중 흥행 구단은 LG트윈스, 두산베어스, 기아타이거스, 롯데자이언츠 등이 차지했다. 

인천 문학구장 노브랜드 버거 매장. 사진= 신세계그룹
인천 문학구장 노브랜드 버거 매장. 사진= 신세계그룹

하지만 신세계 인수 이후 달라졌다. 야구장에 이마트24, 노브랜드버거, 스타벅스가 들어섰다. SSG, 이마트, 이마트24 등 신세계그룹 주요 유통 계열사들이 SSG랜더스와 협업 마케팅을 활발히 펼친다. 인천 문학구장은 맥주보다 커피가, 치킨보다 햄버거가 더 많이 팔리는 구장이 됐다.

그리고 올해 SSG랜더스는 홈 관중수 1위를 달성했다. 시즌 144경기 중 홈경기 72경기 동안 문학구장을 찾은 관중은 98만1546명이다. 평기당 평균 1만3633명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SSG랜더스는 지난해 야구단 실적 흑자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야구단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이다. SSG랜더스는 지난해 매출 529억원, 영업이익 71억원을 기록했다. 이전년도 8억5000만원 적자에서 신세계 인수 첫해 흑자를 기록한 것은 의의가 깊다는 평가다. 

이러한 SSG랜더스의 흥행은 계열사 매출에도 영향을 끼쳤다. 랜더스 데이엔 이마트나 쓱닷컴의 매출이 최대 20%까지 증가했다. 노브랜드와 이마트24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SSG닷컴은 야구단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쓱닷컴 매출 비중의 42%가 야구단에서 나왔다.

 

구단주의 적극적인 홍보효과 '톡톡'

SSG랜더스의 승승장구에는 구단주 정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인스타 팔로워 78만명의 인플루언서인 정 부회장은 본인 계정에 SSG랜더스 관련 내용 게시물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구단과 선수단 지원은 물론, 추신수나 최주환 등 주요 선수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또한 야구 경기 직관을 자주하며 SSG랜더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러한 행보는 타 구단주와 비교된다. 롯데 신동빈 회장이나 한화 김승연 회장이 일반 시즌 경기에 구장을 찾아가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가을 포스트시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또한 야구단과 연계한 마케팅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최근 신세계의 랜더스 효과에 자극받아 롯데온에서 지난해부터 조금씩 진행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정용진 부회장 SNS계정에 올라온 '쓱세일'. 사진= 정용진 부회장 SNS계정
정용진 부회장 SNS계정에 올라온 '쓱세일'. 사진= 정용진 부회장 SNS계정

정 부회장이 본인 SNS에 홍보한 '쓱세일'은 역대급의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점포는 몰리는 고객으로 인해 일시 휴점을 하기도 했다. 주요 커뮤니티엔 이마트에 갔다가 결제만 한 시간 기다렸다는 글이 올라올만큼 흥행을 기록 중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쓱세일 행사 기간 매출은 계획대비 140%를 달성했다. 지난해 11월 3주차 주말(11월19~21일)과 비교했을 때도 2.1배로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이태원 참사로 시행되지 않았지만 연중 최대 할인행사인 '쓱데이(2021년 10월30~31일)'와 비교해도 일평균 매출이 약 10%가량 늘어났다.

식품과 생필품 증가폭이 컸다. 삼겹살·목살은 이 기간 한 달치 물량인 230톤을 준비했는데 3일 만에 모두 팔리며 매출 33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가격 대비 40%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됐다.

이번 쓱세일로 이마트의 4분기 전망도 밝다. 증권가는 이마트의 내년 수익성 개선을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선견지명이 신세계 유니버스를 앞당겼다"며 "유통업계 야구 마케팅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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