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투, 탄탄한 실적 바탕으로 초대형IB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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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투, 탄탄한 실적 바탕으로 초대형IB '승부수'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01.22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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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Q 누적순익 4411억... 창사 이래 최대
IB부분 선제 개편... 플랫폼 혁신 두각
지주 유상증자로 5조원대 자기자본 확보
MZ친화적 기업문화 조성... "젊은 피 수혈 통했다"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진=하나금융투자 제공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진=하나금융투자 제공

'젊은 피' 이은형 하나금융투자 대표가 최대 실적 경신과 전 부문에 걸친 체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올해 하나금투는 지난해 다진 탄탄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5조원대 자본의 '초대형IB'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은형 대표가 이끄는 하나금투는 지난해 3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투자은행(IB)과 글로벌 부문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나금투는 지난해 3분기 개별 영업이익 2,465억원, 순이익 1,804억원을 달성하며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4,411억원으로 2020년 전체 순익 4,109억원을 가볍게 넘어섰다. 누적 연결기준 영업수익은 6조8,037억원, 영업이익은 4,013억원에 달했다.

IB, WM, S&T 등 전 부문의 고른 성장세가 하나금투의 최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은형 대표 1기는 거의 전 부문에 걸쳐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수익다각화면에서도 무난히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은형 대표가 지난해 선제적으로 IB부문 조직개편을 통해 기업공개(IPO) 수행 역량을 다져놓은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자본시장본부 내 IPO실을 별도 본부인 '사업단'으로 승격하고 산하에 IPO1실, 2실, 3실 등 전담부서를 잇따라 신설해 힘을 실어줬고 이들은 저평가된 우량기업을 발굴하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지난해부터 하나금투는 한층 디지털과 플랫폼 '보폭'을 키워왔다. 증여랩과 힙합랩 등 트렌디한 상품들이 호평을 얻었고 카카오뱅크 계좌 제휴와 이마트24와의 컬래버레이션 등 MZ세대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트레이딩 시스템 '원큐스탁'을 출시하면서 디지털·플랫폼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IB부문은 기존 IB1그룹과 2그룹을 IB그룹으로 통합해 '큰 그림'을 보고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체질을 바꿨다. 이후 IB그룹은 △현대중공업 IPO 공동주관 △경남 등 지역 복합개발사업 △미국 고속도로 등 굵직한 빅딜을 성사했다. 국내 뿐 아니라 계열사 하나은행과의 협업으로 해외시장에서도 각종 딜을 성공했다.

최근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도 이은형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지난해 4월 하나금융지주는 약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하나금투는 5조원대 자기자본을 보유하게 됐다. 

하나금투 분기보고서에 의하면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은 2019년 12월 말 3조4,751억원, 2020년 12월 말 4조4,290억원 수준에서 증자 이후 2021년 9월 말 5조2,121억원으로 몸집을 키웠다. 유상증자 직후 하나금투 관계자는 "본격적인 5조원 이상 자기자본을 갖춘 톱5 경쟁에서 중장기 성장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어 올해 하나금투가 초대형IB 인가를 신청하고 본격적인 도약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는 초대형IB로 분류돼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을 받을 수 있다. 초대형IB 자격을 갖추면 자기자본의 최대 2배 자금을 조달해 운용하는 '발행어음업'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 발행어음 사업자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4개사 뿐이다. 

 

이은형 대표, 그룹 가교 역할 '합격점'

연초 하나금융투자는 신년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본부와 CIO(최고정보책임자) 조직을 통합한 'ICT(정보통신기술)그룹'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신설하면서 플랫폼 기반 경쟁력 강화를 예고했다.

ICT그룹은 마이데이터 등 기존 디지털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신규 비즈니스를 개발 선도할 계획이다. 하나금투는 1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하나금융 계열 공동브랜드 '하나합'을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 전면 배치하면서 그룹 계열사와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이 유상증자로 힘을 실어준 이래 하나금투는 순익기여로 '화답'한 모양새가 됐다. 하나금융그룹의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6,815억원 가운데 전체 비은행 계열사 기여도는 36%였는데 하나금투가 절반에 해당하는 15.3%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3분기 대비 1.7%p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부문에서도 그룹 부회장직을 겸하고 있는 이은형 대표가 하나금융그룹과 각 계열사와의 협업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인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중국 플랫폼 연계대출 등 이자순익 982억원(전년대비 21.6% 증가)을 기록했다. 베트남 등에 대한 전략적 투자에 따른 지분순익도 783억원에 달했다. 전년대비로는 247% 늘어난 수치다. 작년 7월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하나에셋 매니지먼트 아시아(HAMA)' 설립에도 이은형 대표의 글로벌 비니지스 역량과 긴밀한 계열사간 협업이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이은형 대표의 취임 이후 한층 젊고 역동적인 조직문화가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은형 대표는 작년 3월 자필 취임사를 통해 "보다 낮은 자세로 모든 임직원과 고객, 시장을 섬기는 모습으로 소통할 것"을 공언한 이후 지속적으로 조직문화를 혁신해오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노후 PC들을 전면 교체하고 복장 자율화를 선언해 직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후 격의 없는 도시락 미팅 자리를 마련하고, 수시로 편한 복장으로 사무실에 들러 일선 현장의 고충을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들에게만 주어지던 관용 차량을 없애고 이를 전기차 충전시설 도입에 쓰도록 한 것은 대표적인 이은형식(式) 혁신사례로 손꼽힌다. 기존 '직원 주택자금 대여제도'를 손수 수정해 무주택 직원들에 대한 혜택을 늘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연소 CEO 이은형 대표의 선임을 두고 우호적인 시각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면서 "전년도 실적경신으로 단기간에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논평했다. 이어 "MZ세대와 디지털 플랫폼이 금융권의 화두가 되면서 향후 금융권 전반에서 '젊은 피'를 요구하는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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