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신한·하나금융 '해외동맹' 20개월... 역점사업 성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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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신한·하나금융 '해외동맹' 20개월... 역점사업 성과는?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02.0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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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노하우 바탕으로 파트너십 구축
진옥동 신한은행장-지성규 하나은행장 주도
상호 네트워크 활용, 금융사 롤 모델로 부상
코로나 확산에 사업 주춤... "상황 지켜보는 중"
"장기적 성공 위해선 강점·전문성 더욱 키워야"
(왼쪽부터)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본 사  사진= 각 사 제공
(왼쪽부터)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본사 사진=각사 제공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해외진출 도약을 위해 이례적으로 ‘경쟁사 간 동맹’을 맺은 가운데 양측이 손을 맞잡고 추진하는 사업들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인년(壬寅年) 새해 들어 경쟁보다 실리를 택한 신한·하나금융의 글로벌 협력이 타 금융사의 롤 모델(Role Model)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2020년 5월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 주도로 해외협력 첫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국내 금융사 간 경쟁을 지양하고 해외에 공동 진출할 수 있는 대응력을 함께 높이는 전략이었다.

당시 양측은 낮은 수준의 협력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협력 방향은 △글로벌 사업 전반의 공동 영업기회 발굴·추진 △각국 규제와 이슈 사항에 대한 공동 대응 △공동 신규 해외시장 진출 △해외 공동 투자 △해외 네트워크 조성 등이었다. 

양측이 공동 해외 진출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은 베트남을 비롯한 신흥국 뿐만 아니라 영국·일본 등 선진국 네트워크를 상호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두 그룹이 글로벌 비즈니스로 벌어들이는 수익 면에서 우열을 다투고 있었다는 점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하나금융의 글로벌 순이익은 2017년 약 1700억원에서 2020년 약 5400억원으로 급증했다. 2021년 상반기에는 약 5000억원을 시현했다. 현재 국내 금융사 중 가장 많은 해외 24개국 214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함영주 부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사진=시장경제 DB
왼쪽부터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함영주 부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사진=시장경제 DB

하나금융의 해외 사업 성과는 김정태 회장의 글로벌 확대 전략에 기인했다. 김정태 회장은 해외 영토 확장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지난 2014년에는 "오는 2025년까지 하나금융그룹의 글로벌 수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상반기 해외 법인 순이익 규모 1000억원을 넘어섰다. 구체적으로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1% 증가한 1206억원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인 585억원을 기록했다. 일본 법인인 SBJ는 같은 기간 순이익 309억원에서 391억원으로 반등했다. SBJ는 지난해 4월 디지털·ICT 전문 자회사 SBJ DNX를 설립해 디지털 금융 중심 전환을 시도했다. 당시 현지 기업과 제휴를 맺고 비대면 상품을 선보이는 등 뚜렷한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각 그룹이 해외에서 쌓은 네트워크 경력을 살펴보면 먼저 신한금융은 베트남 시장 등에서 현지화에 성공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현재 신남방지역 7개국(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싱가포르, 인도, 캄보디아, 필리핀)에 은행·카드·금투·생명이 진출해 157개 네트워크에서 약 5100여명의 직원이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영국해상풍력 프로젝트 파이낸싱, 영국·독일 광통신 프로젝트 파이낸싱, 영국·스페인 상업용 부동산 금융, 유럽 현지 기업 인수금융과 금융기관 신디케이션론 참여 등 다양한 IB 거래 경력을 인정받았다. 하나금융 역시 외환은행 시절부터 쌓아온 글로벌 사업 노하우와 네트워크 등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하나은행은 미국 가스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 영국 해상풍력 리파이낸싱 주선 등 발전·신재생에너지 분야 금융약정을 비롯해 영국 런던 터널과 도로건설 사업을 주선하는 등 경력을 쌓아왔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지난해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고객 중심 가치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지난해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고객 중심 가치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양측 은행은 아프리카 신디케이션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디케이션론은 다수의 은행으로 구성된 차관단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차입자에게 융자해 주는 중장기 대출을 의미한다. 하나은행은 2014년부터 아프리카 신디케이션론에 참여하는 등 현지 기관과 꾸준한 관계를 이어왔다. 신한은행은 2018년 아프리카 수출입은행에 대한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신디케이션론을 주선해 한국계 은행들이 대주단으로 참여하는 대출약정을 이끈 바 있다. 

이후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계열사의 주축인 은행을 통해 2020년 6월 10억 달러 규모의 아프리카 수출입은행(아프렉심 뱅크) 신디케이션론에 참여하는 금융약정을 맺었다. 두 은행은 아프리카 시장에서 첫 협업체제를 꾸리기 위해 4개월간 공을 들였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상호 협력을 추진하게 된 시발점은 영국 런던이었다. 2020년 2월 초 신한은행 런던지점은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부터 딜 참여를 제안받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아프리카 시장에서 하나금융과 공동투자를 하기 전 현지에 대한 기초 자료 분석과 정보 교류·협상을 했고 한국 본점과도 의사소통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검토를 마친 뒤 하나은행과 손을 잡기로 결정했다. 공식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20년 1월부터였다. 하나은행과 해외사업 협업체제 모델 구축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다만 양측이 추진 중인 해외 공동사업은 코로나 장기화 여파와 불확실성에 의한 리스크로 인해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협업동맹을 맺었던 시기만 해도 코로나가 잠잠했지만 점차 확산세가 커지고 오미크론 같은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면서 예상과 달리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도 “해외 IB 투자의 경우에는 코로나 여파가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면서 “지속적으로 통합 회의를 열고 논의를 하고 있지만 여러 상황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선 "양측이 글로벌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동반 관계를 유지하면서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아프리카 현지에서 먹힐 다양한 상품 개발을 중심으로 전략을 수립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윤형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 연구위원은 “신한·하나금융이 아프리카 등 신흥국으로 해외진출을 공동으로 하려는 모습은 향후 타 금융사들의 협업동맹의 좋은 모델을 삼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지에 맞는 금융상품을 적극 발굴하는 것보다 금융기관을 인수하거나 먼저 자리매김한 계열사를 통해 비은행 분야만 확대하고 있다는 면에서는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비은행 부문에서 수익 성과를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현지화 전략을 펼치는 동시에 한국 금융기업의 강점과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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