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중독적 성취감에 e러닝 앱 개발... '연쇄창업가' 된 이유죠"
상태바
[스타트업人] "중독적 성취감에 e러닝 앱 개발... '연쇄창업가' 된 이유죠"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1.12.02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쇄 창업가' 김희선 와일드씨드 대표 인터뷰
마이크로소프트서 UX 디자인 기획 담당
PM 경험 통해 자신감 상승... 퇴사 후 창업
행동과학 기반 소셜 모티베이션 요소 사용
기업 온라인 교육 특화 '코두(CoDo)' 개발
업무교육 최소 시간 활용해 최대 효율 도출
채팅창 통해 응원과 격려 받으며 동기 부여
"가치에 집중... 개인 목표 성취 시스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
김희선 와일드씨드 테크(Wildseed Tech) 대표. 사진=시장경제DB
김희선 와일드씨드 테크(Wildseed Tech) 대표. 사진=시장경제DB

"대다수 기업들은 다 그렇겠지만 몇 년 이렇게 근무하면 근속기념패가 나와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저한테 5년 근속기념패를 줬어요. 다음 근속패는 10년 되는 해에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큰 회사에서 부속품으로 5년을 더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을 해보니까 정신이 번쩍 든 거예요. 저는 굉장히 위험을 회피하는 사람이기도 하거든요. 근데 창업한다니 되게 아이러니한거죠."

지난 2019년 와일드씨드 테크(Wildseed Tech)를 설립한 김희선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스타트업 창업 전문가다. 한국에서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20년 간 생활한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모토로라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에서 주로 UX(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디자인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김희선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라이브 그룹에서 일을 했다"며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했는데 이때 버전 1을 론칭했던 경험이 창업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사용자와 시장을 조사하고 분석하며 아이디어를 발굴해 디자인하고 론칭했어요. 출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피드백을 보고 반복하며 완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반복하면서 창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거는 내가 나가서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거죠."

김희선 와일드씨드 테크(Wildseed Tech) 대표. 사진=시장경제DB
김희선 와일드씨드 테크(Wildseed Tech) 대표. 사진=시장경제DB

마이크로스프트를 나온 김희선 대표는 이후 줄곧 스타트업에서 일해왔다. 전 직장이자 그가 창업한 유젯(UJET)의 경우 시리즈 A는 클라이너 퍼킨스에서 받았고, 시리즈 B는 구글벤처스와 시티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고 있다. 2018년 유젯을 나간 김희선 대표는 이듬해 2월 두번째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이른바 '연쇄 창업가(serial entrepreneur)'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연쇄 창업가란 자신이 창업한 기업을 매각하고 다시 창업생태계로 뛰어든 기업가를 말한다. 

"두 명이서 커피숍에서 일하던 회사가 80명이 넘는 회사가 됐는데 정작 사임을 하니 저는 백수가 됐어요. 침착하게 다음번 회사를 준비했고 와일드씨드 테크를 창업했습니다."

와일드씨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기업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B2B SaaS) 회사다. 소셜 모티베이션의 과학적 요소들을 사용해 기업이 임직원부터 계약직, 파트너, 최종사용자까지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코두(CoDo)라는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 일 때문에 배워야 하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그룹 챌린지로 만들고 진행상황을 가시화해 참가자들이 서로 격려와 재미를 주고받으며 꾸준히 진행해야 하는 목표를 이루게 돕는 플랫폼이다. 

"어떤 업체든 새로운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할 때 또는 기존 직원의 업무가 바뀔 때마다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해요. 일대일로 직접 보여주면서 가르쳐주는 방식은 몰입도는 높지만 한번에 기억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르쳐준 사람에게 다시 물어보는 일이 자주 생기거나 누가 알려주느냐에 따라서 정보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문제도 있어요. 때문에 매번 일대일로 가르쳐주는 방식은 규모를 확장하기가 어렵습니다. 업무 교육이 프로그램화되고 반복적으로 쓸 수 있으면 좋지만 교육을 만드는 일이 품이 많이 들고 또 교육을 받는 입장에서는 교육받은 내용을 전부 기억하기 쉽지 않아요."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 직원 교육 앱 '코두(CoDo)'. 사진=와일드씨드 테크 제공

코두는 '같이 한다'라는 의미다. 관리자와 참여자 모두 함께 성취한다는 뜻이다. 관리자는 직원 업무 교육을 위해 최소한의 시간을 활용하며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도록 구축했다. 교육을 받는 직원들은 교육 내용과 함께 채팅창을 통해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동기부여를 높일 수 있다. 

쉽고 간단한 교육 과정 만들기와 함께 배우며 전임자들의 노하우까지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시장에서는 체계적인 트래킹 분석을 통해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경제>는 스타트업 성장 비결과 기업용 온라인 교육에 특화된 코두에 대해 알아보고자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에이프로스퀘어 6층에서 연쇄 창업가 김희선 와일드씨드 테크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주요 인터뷰 내용.

김희선 와일드씨드 테크(Wildseed Tech) 대표. 사진=시장경제DB
김희선 와일드씨드 테크(Wildseed Tech) 대표. 사진=시장경제DB

-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커리어 초반에는 글로벌 대기업에서 일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모토로라에서 근무했고 실리콘밸리로 이사가 샌프란시스코 초기 스타트업부터 시작해 현재 10년 넘게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스타트업 직원, 다음 회사에서는 넘버3, 넘버2로 일하다가 2015년 유젯을 창업했다. 둘이 커피숍에서 일하기 시작했던 회사를 3년 만에 90명이 넘는 팀으로 키웠고 지금은 직원만 180명 정도 된다. KPCB, GV, Citi Ventures 등으로부터 누적 4200만 달러, 한화 500억원을 투자받았다. 지금도 잘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유젯으로부터 지분을 받아 2019년 2월 두 번째로 창업한 회사가 와일드씨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하면서 MSN 메신저 핫메일과 원드라이브 등 웹 애플리케이션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윈도우 라이브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5년 동안 PM(Product Manager)으로 일하면서 버전 1 애플리케이션, 버전 1 웹사이트와 웹서비스를 론칭했다. 큰 회사지만 버전 1을 론칭한다는 것은 대기업 안에 스타트업 같은 의미였다. 일을 하면서 재밌었는데 조금 더 흥미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내가 하는 일이 직접 눈에 보이고 결과로 나타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비해 기름기가 빠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하는 일을 다른 사람이 대신 할 수가 없다. 내가 일을 이만큼 해 오면 금방 보이고 해야 되는 일을 못하거나 미진하게 했으면 팀 전체에 심하게는 회사 전체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 피드백 루프가 빨라 금방 눈에 보인다. 그렇게 눈에 보이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무엇이 잘못되든 모두 창업자 잘못이다. 엔지니어링이 늦어져도 창업자 잘못, 디자인이 안나와도 창업자 잘못 등 무슨 일만 발생해도 창업자 잘못이다. 오너십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을 하는 이유는 제가 머릿속에 상상했던 것들에 그림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그 사람들이 공감해주면서 같이 모여 일을 하면 제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 대비 10배, 20배, 30배 하고 있는 순간을 발견하게 된다. 팀으로서 같이 일하며 쑥쑥 자라고 성과가 나고 이런 것들이 중독적이다. 한번 해보면 그 성취감은 정말 다른 것을 비교할 수가 없다. 그것이 창업을 하는 이유다."

- 코두(CoDo)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배경은?

"유젯을 그만 둔 시점에서 돌아보니 16년 간 쉬지 않고 일했었다. 완전히 번아웃된 스스로를 치유하고자 7개월 동안 원 없이 놀았다.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을 때 운동도 하고 글쓰기도 하려고 했는데 혼자 하려니깐 게으름을 극복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여자 7명이서 한 주에 한번씩 글을 써서 그 안에서만 나누는 모임을 만들었다. '서로 상', '뽐뿌질 뽐'을 써서 '상뽐회'라고 불렀다. 모임의 힘은 대단했다. 저는 운동을 싫어하고 45초 뛰고 곧 죽을 것 같다고 느끼던 사람인데, 이 모임에 "나 달라기 해보려고 해"라고 했다가 친구들에게 받은 뽐뿌의 힘으로 조금씩 더 오래 달리게 됐다. 결국 하프마라톤 3개를 완주할 수 있었다. 사람이 그 전까지 못하던 일을 꾸준히 노력해서 성취하려면 나를 가로막는 '멘탈 블록'을 여러 개 돌파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소셜의 힘을 크게 느꼈다. 사람들에게 하겠다고 말을 했으니까 뱉은 말을 지켜야 해서 혼자 했다면 온갖 핑계를 만들어서 미루었을 것을 일단 시작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고비마다 동료들에게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격려를 받은 것이 포기하지 않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 

연구에 따르면 혼자 굳게 결심했을 때 목표를 이룰 확률이 10~25%라면, 누군가에게 그 목표를 이루겠다고 말했을 때는 65%, 그 사람과 정기적으로 체크인을 하면 95%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그런 행동과학에 기반한 소셜 모티베이션 요소들을 사용해서 회사에서 팀원들이 꾸준히 성취를 내게 할 수 있는 '코두(CoDo)'라는 솔루션을 만들었다."

- 코두의 특징과 장점을 꼽자면?

"비대면 비동기적 비즈니스 환경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임직원 뿐만 아니라 고객과 파트너도 초기 온보딩과 지속 교육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학습자의 주의를 끄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교육 현황과 효과를 관리할 수 있는 도구도 부족한 현실이다. 코두는 소셜러닝에 기반한 기업용 특화 온라인 교육 툴이다. 큐레이션 된 학습 플랜과 신속한 협업 지원, 재미와 보상, 성과 트래킹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KB금융그룹과 금융상품 판매교육에 적용하고 있다. KB금융 직원들에게 소셜 러닝을 도입하면 직원과 직원, 직원과 고객 사이 소통이 50% 증가하고 이로 인해 금융상품 판매가 20% 증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스낵처럼 짧고 쉬운 스텝의 조합으로 효과적인 교육 컨텐츠를 구성했다. 템플릿을 이용해 여러 학습자 그룹에 손쉽게 구분을 제공하고 있다. 같이 배우는 동료들과 함께 소통하는 소셜러닝이라는 점이 코두의 특징이다. 또한 상황판을 통해 교육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시기에 편리하게 넛지를 제공한다. 기업 내 학습자 그룹을 구분해 관리하고 그룹별 대시보드를 통한 실적 확인도 할 수 있다. 아울러 학습자가 손쉽게 컨텐츠를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과 업무용 챗에도 적용하고 있다."

- 김희선 대표의 목표와 꿈은?

"가까운 꿈은 코두를 많이 알려서 많은 고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회사가 소셜 모티베이션 부문을 조금 더 코두에 녹여 많은 사람들이 자기실현을 할 수 있고 회사도 기업용 교육 효과를 많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가치에 집중하다보면 언젠가 자금은 모아지는 순간이 온다. 문제는 지치지 않고 오래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스템과 프로세스 없이 아무리 결과가 좋고 의도가 좋아도 오래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인 목표 성취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