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동대문 K패션 도매시스템, 글로벌 표준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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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人] "동대문 K패션 도매시스템, 글로벌 표준 노린다"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1.12.2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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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도매플랫폼 '골라라' 박단아 대표 인터뷰
30조 원 규모의 동대문.... 시장 가능성↑
'소·도매상, 사입삼촌' 상생이 성장 원동력
"동대문 시스템 세계가 이용하게 할 것"
골라라 박단아 대표. 사진=시장경제DB
골라라 박단아 대표. 사진=시장경제DB

"동대문은 3일이면 옷이 만들어진다. 세계를 뒤져봐도 이런 시장은 없다. 이것은 동대문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자 무기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K-패션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충분하다"

동대문 패션 도매 플랫폼 '골라라'를 운영하는 박단아 대표는 동대문이 가진 매력과 가능성을 한 눈에 알아봤다. 이는 글로벌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다.

 

"동대문이 살아야 한국 패션이 산다"

골라라 박단아 대표. 사진= 시장경제신문DB
골라라 박단아 대표. 사진= 시장경제신문DB

박 대표는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면서 동대문에 주목했다. 국내 패션 산업의 규모는 60조원으로 그 중 동대문이 절반인 30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동대문의 B2B 온라인 시장은 2조원에 불과했다. 즉, 아직 28조원이 오프라인에 집중돼있어 이를 온라인과 연결할 경우 사업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불어 해외 수출 규모가 3~4조원인데 상당수가 중국에 편향돼있어 다양한 글로벌 국가로 진출하면 시장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 대표는 3개월 간 시장조사를 진행하면서 동대문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확인했다. 현재의 방식을 고집할 경우 머지않아 가격 경쟁력, 품질, 디자인 등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패션업체들이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중국과 베트남에 몰리는 것을 우려했다. 한국의 강점인 디자인과 품질을 향후 중국과 베트남에게 따라잡힌다면 그나마 갖고 있는 시장마저 뺏기게 된다는 것이다.

골라라 박단아 대표. 사진=시장경제DB
골라라 박단아 대표. 사진=시장경제DB

박 대표는 "이런 식으로 가면 동대문을 중국이나 베트남에 뺏기고 말 것이다. 어떻게 하면 시장을 뺏기지 않고, 유지하고 성장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대문의 강점에 집중했다. 동대문은 신상품이 제작되는데 단 3일이 소요된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것이 동대문의 강점이라고 생각했고, 이 시스템을 전 세계 시장과 연결하면 미래 패션 산업을 이끌 만큼 강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동대문의 최소 주문량은 20장이다. 타 도매상들과 달리 소량 생산이 가능해 '패션 샘플링'이 가능하다. 옷을 론칭하기 앞서 디자이너나 쇼핑몰, 브랜드 등이 소량의 제품을 만들어보고, 시장 반응을 미리 살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패션 샘플링 하면 '동대문'이라고 인식시키는 것이 골라라가 지향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골라라 모바일 페이지 이미지. 사진= 골라라
골라라 모바일 페이지 이미지. 사진= 골라라

 

상생·믿음 기반으로 성장

박 대표는 골라라의 성장 원동력은 동대문 상인들과의 상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플랫폼의 뛰어난 경쟁력이나 다양한 서비스가 아닌 신뢰가 기반이 됐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우리의 고객은 도매상, 소매상뿐만 아니라 상인들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사입삼촌'들도 포함된다"며 "우리는 사입삼촌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이들의 자리를 뺏는 것이 아닌 돕는 위치에서 상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입삼촌'이란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쓰는 용어로 소매상들에게 주문받은 제품을 도매상에게 구매해 전달해주는 중간 역할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사입삼촌들은 아직도 주문 작업을 일일이 수기로 작성한다. 이 과정만 보통 3~4시간이 소요된다. 골라라는 이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해 작업 시간을 5분으로 단축시켰다. 박 대표는 이 서비스는 향후에도 무료로 제공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골라라 박단아 대표. 사진= 시장경제신문DB
골라라 박단아 대표. 사진= 시장경제신문DB

또 골라라는 소매상들의 세금계산서 업무도 지원하고, 제품에 대한 분석과 빅데이터를 통한 자료들을 제공해 이들이 판매 전략을 세우는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골라라의 또 다른 성장 원동력은 '믿음'이다. 박 대표는 사업 초기 브랜드를 론칭했지만 예상보다 시장 호응이 좋지 않고, 거래량도 늘지 않아 실의에 빠진 적이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끼리 사업에 대한 성공을 확신하고 참고 인내한 끝에 기회가 왔고,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골라라는 2020년 10월 문을 열어 이제 1년을 갓 넘었지만 거래액 1조원을 기록하며 국내 패션 도매 B2B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또한 동대문 거래처 7,000곳, 국내 패션 바이어 7,000곳, 해외 4,000곳의 거래처를 확보하며 국내 최대 규모 패션 도매 B2B 업체로 거듭났다. 박 대표는 "수치가 나오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좋은 기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골라라 사내 붙어 있는 슬로건. 사진= 골라라
골라라 사내 붙어 있는 슬로건. 사진= 골라라

 

'K-패션X테크 2310'... 글로벌 동대문 꿈꿔

골라라의 목표는 2023년까지 거래액 10조원 달성이 목표다. 또 동대문 시스템을 글로벌 시장과 연결해 미래 패션산업의 표준이 되게 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우선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는 것을 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현재 동대문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 를 다른 나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K-패션과 기술이 만나면 2023년에 10조원 달성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골라라 초창기에는 단순히 동대문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향후에는 동대문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전 세계 업계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더불어 박 대표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한 동대문 시스템을 IT로 구축해 바이어에서 디자이너로, 디자이너에서 패션 창업자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또한, 추후 개인 맞춤형 옷을 입고 싶은 사람까지 고객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그는 "동대문을 하나의 생명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원단-부자재-봉제-도매-사입삼촌-소매가 아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골라라는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아 독식하는 것이 아닌 시장을 키워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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