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원 조사관 "ESG 공시기준, EU처럼 대기업-中企 차등화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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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조사관 "ESG 공시기준, EU처럼 대기업-中企 차등화 바람직"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1.08.2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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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입법정책적 과제' 27일 시장경제 심포지엄
[6세션]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ESG와 대·중기 간 지속 가능한 상생' 발표
EU ESG 공급망 공시제 소개... "국내도입 검토"
"중기도 ESG 경영 추진 시 인센티브 적용받을 수 있어야"
사진=시장경제신문
강지원 국립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사진=시장경제신문.

코로나 이후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상생'과 '거래 공정화'를 ESG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국회와 정부의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는 학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ESG 활성화를 위한 입법정책적 과제'를 주제로 하는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한국상사판례학회(회장 권재열), 한국기업법학회(회장 정준우), 시장경제신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국회의원(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경기 분당을)이 공동 주최했으며 금융위원회, 대신경제연구소, 한국거래소,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후원했다.

한 이날 행사는 총 6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마지막 6세션 발제의 소주제는 ‘ESG와 대중소기업 간 지속 가능한 상생’이었다. 발제를 맡은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ESG 활동을 통해 대기업이 정부로부터 받고 있는 '인센티브'를 중소기업 역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 입법정책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 조사관은 ESG 경영의 실효성과 지표 평가의 신뢰도 담보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객관화된 평가기준 개발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EU, 중소-대기업 다른 공시기준 적용

국내 실정에 적합한 ESG 수준 합의 필요

강 조사관은 'ESG'라는 단어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EU의 선례를 소개하면서 국내 적용 여부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U는 공시제도, 실사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2014년 '비재무정보 공시지침'(NFRD)을 제정했으며 EU 회원국들은 2018년 입법을 완료했다. 현재는 기존의 공시제도에서 지속가능성 부분을 보완한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D) 입법을 추진 중이다.

NFRD는 공시대상 정보를 '공급망의 환경 리스크 관리'와 '인권, 노동' 관련 이슈에 집중했다. CSRD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공시 의무 부과 적용대상'을 확대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상장 중소기업, 외국기업의 EU 자회사, EU에 상장된 역외기업 등도 대상이 됐다. 유럽 금융정보공시 자문그룹(EFRAG)의 공시기준도 적용해 공시내용의 신뢰수준을 높였다. 

EU가 개정한 공시제도는 ESG 리스크 관련 정보뿐 아니라 예방, 완화, 해결을 위한 방안과 조치 결과까지 의무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강 조사관은 "특히 EU는 공시제도에 있어서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대기업과 별도의 공시기준을 적용한다는 점은 국내에도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EU 공급망 공시제도 도입에 앞서 국내 실정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U의 공급망 공시 정보는 '인권과 노동'을 중심축으로 한다. 이와 달리 국내는 공급망에서의 거래 공정화와 상생 협력이 강조되는 추세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며 '사회' 영역에서 공급망 작업장 안전관리 책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강 조사관은 "EU의 ESG 공급망 공시제도 도입에 앞서 먼저 한국 사회가 목표로 하는 '적정 ESG 수준'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강지원 입법조사관. 사진=시장경제신문. 

 

"대기업 ESG 개선 비용, 협력업체 전가 안 돼"
정부 '시장감시 기능' 강화 주문 
 

ESG 관련 정보 공개를 위해 국내 기업들이 통상적으로 활용하는 수단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이다. 보고서는 방대한 양의 기업 ESG 경영 정보를 담고 있지만 알맹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긍정, 혹은 부정적 정보의 균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보고서 작성 자체가 기업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장사 중에서도 인정, 물적 자원을 갖춘 소수의 대기업만이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실제 거래소에 공시된 보고서는 20여개에 불과하다.

강 조사관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발간을 의무화하거나 또는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공시제도에 포함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참고로 금융위원회는 이미 ESG 보고서의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2025년 이후 자산 2조원 이상 KOSPI 상장사에 지속가능경영보고 공시를 의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2030년 이후에는 전체 KOSPI 상장사로 적용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강 조사관은 "의무화 과정에서 대기업의 ESG 경영활동 개선 비용이 협력업체에 전가되지 않도록 정부의 시장 감시 기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ESG 경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파이(Pie)에 비교할 수 있다"며 "대기업이 많은 이익을 가져간다면 중소기업들은 그만큼 적은 양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 ESG 평가 기준 내지 지표의 개발과 평가의 신뢰도 확보도 주문했다.

지금까지 기업 ESG 평가는 민간기관들이 임의적으로 만든 지표를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평기기관의 난립, 평가기준의 모호성, 지표를 둘러싼 신뢰도 논란 등은 'ESG 경영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선결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3월 'K-ESG 지표 정립'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에는 완성된 지표를 발표할 계획이다. 국내기업에 역차별 소지가 있는 해외 ESG 지표 대신 한국형 지표를 제정한다는 것이 정부가 밝힌 목표이다. 

산자부는 '지속가능경영 지원센터'로 지정된 한국생산성본부와 업계 의견을 수렴해, 지난해 4월부터 한국형 지표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K-ESG 지표 초안에는 공급망과 동반성장 관련 성과 등도 포함될 예정이다.

강 조사관은 "중소기업이 ESG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보공시가 중요하다"며 "대기업에 먼저 공시의무를 적용한다면 그 적정 수준에 대해 정부의 간섭(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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