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현 위원장 "국민연금, '재무적 가치' 갖는 ESG 투자에 주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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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현 위원장 "국민연금, '재무적 가치' 갖는 ESG 투자에 주안점"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1.08.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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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입법정책적 과제' 27일 시장경제 심포지엄
[제2세션]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위원장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원칙과 ESG 적용' 주제
ESG 투자로 수익성·안정성·공공성 추구
"기업 특성 반영한 주주가치 기반 전략 수립"
"투자자 대화 활성화... 가치 제고 관점 공유"
2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ESG 활성화를 위한 입법정책적 과제 심포지엄'에서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수탁자책임전문위원장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원칙과 ESG 적용'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2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ESG 활성화를 위한 입법정책적 과제 심포지엄'에서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수탁자책임전문위원장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원칙과 ESG 적용'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ESG가 글로벌 메가 트렌드이자 새로운 투자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ESG는 기업 경영 또는 투자 시 단순 재무 지표를 넘어 환경·사회 영향·투명경영 등 비재무적 성과도 큰 비중을 둔다는 개념이다.

각국의 정부나 정책입안자, 감독기관 등은 ESG 관련 정보공시를 법제화하거나 자율 규정을 정비하는 추세다. 투자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ESG 정보공개의 범위와 깊이 확대를 위한 글로벌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시장의 큰 손'인 기관 투자자들도 ESG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기업인 미국 블랙록, 뱅가드 등은 이미 ESG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국민연금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경제신문은 ESG 경영과 관련해 기업과 기관들이 현실에서 마주하는 현장의 고민을 공유하고 해법을 다양한 각도에서 모색하는 특별 심포지엄을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했다. 

시장경제신문과 한국상사판례학회(회장 권재열), 한국기업법학회(회장 정준우),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국회의원(경기 분당을)이 공동 주최했다. 심포지엄은 'ESG 활성화를 위한 입법정책적 과제'를 주제로 진행됐다. 

제2세션을 맡은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수탁자책임전문위원장은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원칙과 ESG 적용'을 세부 주제로 발표했다. 좌장으로는 이병래 한국공인화계사회 상근부회장이 나섰다. 토론에는 손창완 연세대 교수(사법연수원 29기), 황현영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참여했다. 

 

주주권 행사로 장기수익 강화 
"국민 노후 위한 책임 다할 것"

국민연금은 ESG를 중요한 투자 지표를 삼고 있다. 국민연금은 오는 2022년까지 ESG 관련 자산에 전체 운용 기금의 50%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2050 탄소중립'에 발맞춰 탈(脫)석탄 선언에도 나섰다. 국내외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모든 국민이 가입한 국민연금은 국내 대부분 상장사에 투자하고 있다. 입사부터 퇴직까지 30~40년 기간 동안 가입자의 이익을 보호할 장기적인 투자 안목이 필요하다.

원종현 위원장은 "가입자 이해에 부합해 수탁자 책임 원칙(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며 "주주권 행사와 책임 투자는 ESG를 발현하기 위한 수탁자 책임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ESG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수탁자 책임을 다하는 과정에서 가장 유용한 핵심 수단으로 파악된다는 것이다. 

그는 "전문성 기반 ESG 투자를 통해 수익성·안정성·공공성을 추구하고 국민 노후 보장을 위한 수탁자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변화하는 ESG 환경에 따라 수탁자책임활동 원칙과 방향을 지속 검토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수탁자책임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을 해결하기 위한 기구다. 책임투자, 보유 상장주식에 대한 주주권행사 등에 관한 사항을 검토하거나 결정하고 결과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한다. 정부의 간섭을 막기 위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는 수탁자책임활동의 원칙과 기준, 절차를 검토한다. 이를 통해 추진 과제와 세부 이행방안을 제시하는 국민연금 ESG 통합전략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책임투자 대상 자산군 확대와 전략 수립, 위탁운용 책임투자 내실화, 책임투자 활성화 기반 조성 등이 있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각 절차와 행동은 모두 사전적으로 마련된 원칙과 일관성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원 위원장의 설명이다. 기업과 가입자 모두에게 독립성과 시장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종현 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활동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다”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느리지만 확실하게 한발씩 내딛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기금의 ESG 기반 투자와 주주권 행사 절차. 사진=시장경제DB

 

연 2회 ESG 평가 실시
분석 통해 요소별 관리 추진

국민연금은 상장회사에 대한 ESG 평가와 이를 반영한 주식운용을 통해 포트폴리오의 ESG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ESG 이슈에 대해 기업과 대화하고 장기적인 수익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이니셔티브와 평가사의 ESG 평가에서 공통적으로 보고되는 항목과 지표를 정리해 평가체계에 흡수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ESG 평가는 연 2회 실시된다. 이를 통해 중대성 평가결과 등급이 조정된다. 직접 운용 과정에서 신규 종목 편입에 대해 검토하고 투자종목 점검 시 ESG 통합체계(ESG Integration)가 가동된다.

주주권 행사는 장기적 개선이 필요한 '중점관리사안 관련 주주활동', '예상하지 못한 우려 관련 주주활동'으로 구분된다.

환경(E) 관련 ESG 평가지표는 기후변화, 청정생산, 친환경제품개발로 나뉜다. 투자대상회사의 리스크 관리와 기회 포착을 투자의사결정에 고려할 수 있다. 주주권 행사로 부정적 외부효과를 최소화해서 포트폴리오 전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사회(S) 항목 ESG 평가지표는 인적자원관리·인권, 산업안전, 하도급거래, 제품안전, 공정경쟁과 사회발전으로 구성된다. 비즈니스 모델에 따른 종업원, 공급망, 소비자 등 내·외부 이해관계자는 기업의 성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밸류체인(Value Chain) 전반 비즈니스 리스크 관리를 통해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다.

건전한 기업지배구조(G)는 기업 내 자원이 적정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해서 투자 수익에 대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 관련 평가지표는 주주의 권리, 이사회구성과 활동, 감사제도, 관계사위험, 배당 등이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지배구조 문제를 중점관리사안으로 지정해 개선을 목표로 삼고 있다. 원종현 위원장은 "ESG를 가장 유용한 핵심적인 수단으로 파악하는 것일 뿐"이라며 "이것은 환경(E), 이것은 사회(S), 이것은 지배구조(G)라고 각각 나누어서 보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ESG 평가 결과와 예상하지 못한 우려(Controversy Issue) 분석을 통해 환경(E), 사회(S) 관련 중점관리사안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기업과 기금은 동반자 관계 
"인식 공유하며 가치 증대해야"

ESG에 대한 한국의 관심은 최근 6개월 사이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속적인 이슈 제기와 연구를 바탕으로 성장한 외국의 ESG 환경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원종현 위원장은 "이럴 때일수록 지속가능성을 담보로 하는 ESG 원칙 확립이 더욱 필요하다"며 "재무적 가치를 갖는 ESG 정보를 선별하고 공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환경과 사회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해외 선진국은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ESG 중심으로 접근해 왔으며 특히 최근 급격히 증가한 자연재해와 전염병은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더욱 강하게 인식시키고 있다"며 "ESG와 비즈니스 모델, 기업가치를 연계해 파악하고 투자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은 주주가 적이 아닌 근본적인 위험을 함께 하는 동반자임을 인식하고 회사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며 기업 가치를 함께 증대해야 합니다."

원종현 위원장은 각 기업들이 ESG 리스크 관리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대응과제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기업들이 자사 특성에 따라 중요한 ESG 요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주가치에 기반한 ESG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ESG 평가 대응만을 전담하는 조직 신설이 아닌 기업 내 ESG 문화 내재화를 통한 전사적 리스크 관리와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서의 ESG 통합이 절실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아울러 기업과 투자자 간의 건설적인 대화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ESG 문화 내재화와 핵심 ESG 요소에 대한 정량적 식별·관리가 가능한 경우에는 이를 투자자에게 적극 제시하고 대화해 투자자와 ESG·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관점을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이 투자자와의 대화를 부담스러워 할 수 있으나 투자자와 대화 시 주주 가치는 오히려 향상된다"고 덧붙였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ESG 투자 방향과 원칙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연금의 ESG 투자 시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 공공성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동시에 수익률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일반 펀드나 기관 투자자에서 요구되는 ESG 이외에도 가입자 보호라는 추가 과제가 있다. ESG로 커버할 수 없는 가입자 보호와 연금제도 지속성 강화 노력도 경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현영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ESG 개념의 정립 필요성에 대해 지적했다.

황현영 연구관은 "최근 발생하는 문제들은 기업들이 ESG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무분별하게 많은 것이다"며 "표준화된 정량적 ESG 측정 요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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