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 보상 놓고 고심 깊은 기업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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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보상 놓고 고심 깊은 기업銀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3.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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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화해 거절에... '디스커버리' 보상 난항
기업銀 "배임 우려... 당국 판단 기다려야"
피해자들, 불매운동 선언 후 항의시위 지속
"50% 가지급은 보여주기... 전향적 보상해야"
17일 디스커버리 피해자들이 IBK기업은행 안산중앙지점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디스커버리피해자 모임.
17일 디스커버리 피해자들이 IBK기업은행 안산중앙지점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디스커버리피해자 모임.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들이 IBK기업은행에 대한 불매선언에 이어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근 기업은행 측이 사적화해를 통한 자율배상을 거절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분석이다. 

피해자들은 기업은행 측이 제재심을 앞두고 면피를 위한 보여주기식 피해구제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은행이 배임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만큼 전향적인 피해보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디스커버리펀드 사기 피해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지난 10일 기업은행 불매운동 선언 이후 항의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안산 중앙지점 반월지점(10일), 여의도 IBK투자증권(12일),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15일), 안산 반월공단지점 안산중앙지점(17일) 등에서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피해자모임 최창석 위원장은 향후 강남구청 및 강남구청역 지점에서 동시다발적인 항의시위를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기업은행이 사적화해를 거부하는 등 실질적인 (피해구제) 노력을 하지 않아 오늘부터 기업은행 각 지점을 순회하며 소비자 불매운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헌법 제124조와 헌법 제21조에 따라 제도적으로 보장된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지난해 9월 자본시장법, 금융투자업규정 및 대법원의 판례에 근거해 당사자 간 사적 화해가 가능하다는 의견서를 기업은행 측에 제출하고, 올해 1월 기업은행과의 간담회에서 '사적화해 실무팀 구성'을 제안했으나 은행 측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기업은행은 지난달 5일 대책위에 "당행은 책임범위 판단에 대한 객관성 확보를 중요한 관건으로 생각하고 금융감독원을 통해 손실 보상 관련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피해자들은 "사실상 사적 화해 거절의사를 정식으로 통보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피해보상에)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국책은행이 규정과 관례를 핑계로 피해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도리를 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17일 디스커버리 피해자들이 IBK기업은행 안산중앙지점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디스커버리피해자 모임.

 

기업銀 "피해보상 노력 중... 이사회가 결정할 것"

17일 안산중앙지점 앞 시위현장에서 연사로 나선 한 피해자는 "디스커버리펀드의 회수 가능액이 27~34%로 추정되는데 기업은행이 가지급한 50%는 실제로 16~23%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이는 향후 금감원 제재심에서 철퇴를 피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했다.

다른 피해자는 "지난해 6월 가지급은 펀드 최종 회수액이 늘어날 경우 환수 조치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있다"면서 "기업은행의 가지급은 사실상 피해자들을 상대로 담보 대출을 해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기업은행 문제를 두고 금융권과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피해 규모나 운용사의 과실 부분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보상에 나섰다가 주총에서 과도한 배상에 따른 배임시비가 일 수 있다"면서 "고객보호와 주주권익이 상충하는 경우로 은행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법조계 관계자는 "배임 우려를 불식하면서도 좀 더 전향적인 피해보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서 "사적 화해수단으로서 분쟁해결 과정에서 사전에 준법감시인에게 보고하고, 거래소나 금융감독원 등의 분쟁조정에 따라 손실 보상을 약정하는 정도는 자기책임의 원칙에 대한 훼손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IBK기업은행은 9일 라임 관련 기본배상비율 50%의 조정안을 통지받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쟁조정안 수락 기한이 오는 29일이어서 이르면 다음주 이사회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분쟁조정안 수락 여부 등 피해보상 문제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으로 아직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며 "현재 분조위의 분쟁조정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피해 고객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5일 라임·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에 대한 제재심을 열고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에 대한 경징계(주의적 경고) 등을 결정했다. 금감원의 결정은 이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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