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보상 사적화해는 배임"... 기업은행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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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보상 사적화해는 배임"... 기업은행 선택은?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2.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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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사적화해 불가" 발언에 설왕설래
50% 先가지급 외 보상불가 방침 언급 재확인
윤종원 "분조위 결정전 지급하면 배임 우려"
피해자들 "배임은 핑계, 해결 의지 문제"
'배임인가, 회피인가'... 법조계 의견 분분
윤종원 IBK 기업은행장. 사진=시장경제DB
윤종원 IBK 기업은행장. 사진=시장경제DB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디스커버리 사태와 관련,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절차를 통해 손실 보상이 진행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언급했다. 사적화해를 통한 추가 보상을 요구한 피해자들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피해자 측은 사적화해를 통해 투자자 손실을 보상하는 것은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윤종원 행장은 사적화해가 업무상 배임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려면 당사자 간 책임 범위의 객관성을 확보해야 하므로 분조위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지난 18일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은행 디스커버리 펀드 관련 문제에 대해 "분조위 결정에 따른 보상을 진행하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윤종원 행장은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측이 주장하는 전액배상을 통한 '사적화해'에 응할 수 없는 근거로 관련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2006년 대법원은 자기책임원칙을 벗어난 행위는 위법행위로서 원칙적으로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 규정 제4-20조에 따라, 적법한 사적화해가 되려면 증권투자의 자기책임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자기책임원칙에 입각한 사적화해를 위해서는 당사자 간 책임 범위에 대한 '객관성' 확보가 요구된다. 윤종원 행장은 금감원 분조위 절차를 통해 손실 보상이 진행되는 것이 객관적이며 합리적이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에도 IBK기업은행 측은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원금의 50%를 피해자들에게 선가지급한 이후 추가적 배상은 배임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한 바 있다. 

 

피해자들 "배임은 핑계, 의지의 문제"... 법조계는 입장 갈려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 A씨는 "결국 양자간 소송으로 대응하는 방식을 제외하면, 사적화해는 '정치적' 의지의 문제이지 배임 등 법률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경영판단의 배임고의와 관련해 현재 법조계에도 다양한 견해가 있으며, 배임 이슈는 고의가 명백한 경우 성립되는 것이지 원만한 피해보상 노력이 배임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른 피해자 B씨는 "분조위 결정 역시 기본배상비율과 개별배상비율에 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고 강행규정이 아닌 권고여서 객관성을 담보한다고 할 수 없다"면서 "분조위를 거쳐도 최종적으로 피해 당사자와 회사 측이 사적화해하는 형태로 갈텐데 배임 이슈는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모임 관계자는 "언제 답이 나올지 알 수 없는 분조위 결정이 있기까지 피해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은행의 평판을 땅에 떨어뜨리는 것은 배임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위법행위가 아직 인정되지 않더라도 사적 화해수단으로의 손실 보상 혹은 손해 배상, 분쟁해결이 자기책임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효력을 인정한 전례가 있다"면서 "단 사전에 준법감시인에게 보고하고 거래소나 금융감독원 및 법원의 분쟁조정에 따라 손실을 보상하는 약정을 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신중론을 취했다. 그는 "불법적으로 펀드 판매를 해놓고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배임을 내세우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태"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명확한 기준과 근거없이 졸속으로 이뤄지는 사적화해 역시 추가적인 분쟁 발생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긴급 유동성을 위한 50% 선가지급금으로 충분하지 않겠지만 일단 분조위 결정이 날때까지 이를 넘는 사적화해는 어렵다"면서 "향후 분조위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결과에 따라 최선을 다해 사태 수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BK기업은행은 지난 2017~2019년 사이 '디스버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3,612억원,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3,180억원 어치 판매했다. 하지만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 회수에 실패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가 급증했다. 

현재 글로벌채권펀드와 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는 각각 695억원, 219억원 환매가 지연된 상태다. 기업은행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라임 펀드 역시 294억원 상당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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