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경징계와 경우 달라"... 라임 제재심 앞둔 은행들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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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銀 경징계와 경우 달라"... 라임 제재심 앞둔 은행들 '초긴장'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2.1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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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디스커버리 사기성 옅고 피해 적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직무정지 사전통보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문책 경고 '비상'
법조계 "우리銀 라임 형사책임까지 갈수도"
은행권 "당국 감독책임 덮으려 CEO 회초리"
우리은행 본사 앞에서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항의시위하고 있다. 사진. KBS뉴스 2019. 10. 1
우리은행 본사 앞에서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 화면

금융당국이 IBK기업은행 경징계 결정과 관련해 "디스커버리와 라임은 사안 자체가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라임사태에 연루된 시중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라임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했던 우리은행이 25일 제재심을 앞두고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측은 기업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문제를 둘러싼 처분이 경징계로 낮아진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디스커버리 펀드는 라임에 비해 사기성이 옅고 피해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막연히 (라임을 판매한) 다른 은행의 제재심도 기업은행과 비슷할 것이란 예상은 억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석헌 금감원장 역시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디스커버리 펀드는) 사기성이라든지 이런게 없고, 펀드 돌려막기가 없다는 점에서 라임과 옵티머스는 좀 (경우가) 다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기업은행의 경징계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쉬던 라임 펀드 판매사들은 다시 표정이 어두워진 모양새다. 기업은행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피해자 구제에 노력한 부분이 제재심에서 정상참작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온지 하루 만이다.

지난 5일 기업은행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이 주의적 경고(경징계)로 일단락되자 업계 안팎에선 "(기업은행이 제재심에서) 피해 구제 노력을 적극 어필한 것이 주요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 측이 라임‧디스커버리 피해 구제를 위해 노력한 부분을 당국에 적극 어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외에도 최고경영자(CEO)를 문책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부분도 징계수위 경감에 한 몫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에선 라임 펀드 판매사들에게도 비슷한 참작 사유가 적용될지 주목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 라임자산운용의 플루토·테티스 펀드 투자자에게 투자원금의 최대 51%에 해당하는 2,600여억원을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무역금융 펀드의 경우 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전액 반환하기도 한 만큼 징계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법조계 "우리은행, 라임 형사책임까지 갈수도"

법조계 시각도 금감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기소 전이지만 우리은행의 라임 관련 의혹은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해 우리은행을 압수수색해 라임 펀드 판매·운용 자료를 확보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은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의 라임 펀드 판매 청탁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받았다.

법조계 안팎에선 우리은행의 라임 펀드 담당자들이 형사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판매사 중 라임 펀드 판매액이 3,577억원으로 가장 많고, 라임의 부실을 알고도 판매를 계속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각 은행의 라임 펀드 담당자들을 기소하면서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도 함께 재판에 넘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법인의 형사적 책임이 인정되면 향후 손실보상 비율이나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등에서 불리한 위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펀드 피해자들도 우리은행의 불완전판매 정황을 들어 은행 경영진은 물론 지주 차원의 중징계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9일 이의환 전국사모펀드 피해자 공동대책위 위원장은 "진정성 있는 사과나 피해 대책 없이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손 놓고 있는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측은 "라임의 위법한 행태를 알면서도 상품을 출시하거나 판매했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며 "일각에서 문제삼은 내부문건들은 CEO에게 보고될 사안이 아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펀드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라임 안내서. 사진=사모펀드 피해자 모임
펀드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라임 안내서. 사진=사모펀드 피해자 모임

 

금융권 "금융당국 잘못은 덮고 은행에만 회초리" 

오는 25일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제재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제재심에서는 양측의 입장을 청취한 후, 최종적으로 징계 수위가 발표된다. 앞서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의 직무정지 수준 징계가 사전통보된 상태다.

금융권에선 우리은행에 대한 징계가 사전 통보된 것보다는 감경될 것이란 관측도 일부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할 경우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금감원의 잘못도 그만큼 크다는 논리가 성립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관련 전현직 CEO에게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이에 불복하는 소송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며 "금융사들이 향후 중징계에 반발할 경우 금융사 관리 소홀을 근거로 한 '금감원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울 개연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CEO가 관련 책임을 모두 질 수도 없고 법적 근거도 애매하다"면서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부실감독 책임론을 가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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