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와 경쟁" 박종복 공언 빈축... "크롬도 안되는 SC제일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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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와 경쟁" 박종복 공언 빈축... "크롬도 안되는 SC제일銀이?"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2.0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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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고객 서비스, 익스플로러(IE)만 가능
작년 브라우저 점유율 크롬 70%, IE 2.7%
전문가들 "고객 편의·안전 모두 외면한 처사"
박종복 SC제일은행장, SC제일은행 전경. 사진=SC제일은행 제공
박종복 SC제일은행장, SC제일은행 전경. 사진=SC제일은행 제공

SC제일은행 박종복 행장이 연초 디지털 뱅킹과 '글로벌 기업금융'을 위한 혁신을 선언했지만 기업고객 인터넷뱅킹을 여전히 '익스플로러(IE)' 환경에서만 제공하고 있어 고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IT전문가들은 과거 익스플로러 환경에서 설계된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크롬 등 표준 브라우저 환경으로 업데이트하지 않은 것은 사용자 편의와 안전을 모두 외면한 처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일 취재진이 직접 인터넷 브라우저 '엣지'를 이용해 SC제일은행의 기업뱅킹 접속을 시도하자 '해당 메뉴는 Intertnet Explorer에서만 지원됩니다'라는 안내가 나오면서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한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던 익스플로러는 최근 편의성 측면에서 구시대의 '유물' 취급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 세계 데스크톱 웹브라우저 점유율은 69.55%의 크롬을 선두로 △파이어폭스 8.61% △사파리 8.36% △엣지 4.12% 등이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익스플로러는 2009년 1월 기준 65.41%에서 약 10년만에 2.76%로 곤두박질했다.

29일 현재 SC제일은행 홈페이지의 기업고객 서비스는 익스플로러 환경에서만 제공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DB
1일 현재 SC제일은행 홈페이지의 '기업고객' 메뉴는 익스플로러 환경에서만 제공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DB

최근 인터넷 서비스는 과거 '액티브엑스'와 '플래시' 등 '플러그인' 대신 웹 표준 기술인 'HTML5'로 대체하고 있는 추세다. IT업계 관계자는 "익스플로러는 비표준이다. 다른 브라우저라면 필요없는 추가 플러그인이나 호환성 설정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외면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웹 환경이 상당히 표준화돼 어떤 브라우저를 사용해도 큰 불편이 없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 고객들에게 여전히 익스플로러 환경을 요구하는 SC제일은행의 행보는 박종복 행장이 연초 디지털 혁신과 글로벌 기업금융을 선언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5일 온라인 신년 하례에서 임직원들에게 "디지털뱅킹, 중산층까지 확대한 자산관리 서비스, 글로벌 기업금융 세 가지를 글로벌 하이브리드 은행인 SC제일은행의 강점이자 향후 집중해야 할 목표"라고 강조했다. 

박종복 행장은 이어 "은행 업무의 일부가 급부상하는 빅테크 산업으로 점차 이전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SC그룹으로부터의 향후 5년간 IT 신규 투자를 통해 디지털 역량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박종복 행장은 디지털뱅킹과 기업금융 등을 "글로벌 하이브리드 은행인 SC제일은행의 강점이자 향후 집중해야 할 목표"로 상정했다.

IT업계 관계자는 "SC제일은행 정도 되는 곳이 크롬 사용자를 위한 업데이트를 여태 하지 않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면서 "익스플로러 기반 서비스를 표준 웹 환경에서 제공하기 위한 업데이트가 그렇게 어려운 작업이 아닌데 왜 미루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IE는 보안취약이 더 큰 문제...고객 안전 외면한 처사"

전문가들은 편의성보다 익스플로러의 보안상 취약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IT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사이버 공격에 악용된 소프트웨어 취약점은 100% 익스플로러에서 발견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간한 '2020년 하반기 악성코드 은닉사이트 탐지 동향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 상반기 익스플로러의 취약점을 이용한 공격은 24건에서 같은 해 하반기 101건으로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이유에서 익스플로러는 개발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용도폐기 수순을 밟고있다. MS는 지난해 하반기 자사 'MS 365'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서 익스플로러11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1월 공개한 자사의 새 브라우저 '엣지' 역시 익스플로러가 아닌 '크로미움' 기반으로 설계했다. 자사 공식블로그를 통해 올해 8월부터 익스플로러에 대한 모든 서비스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는 예고도 나온 바 있다.

2013년 한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액티브 엑스 설치를 요구하는 화면. KBS는 당시에도 액티브 엑스의 보안상 취약점을 집중 문제제기한 바 있다. 사진=KBS. 2013. 5. 26
2013년 한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액티브 엑스 설치를 요구하는 화면. KBS는 당시에도 액티브 엑스의 보안상 취약점을 집중 문제제기한 바 있다. 사진=KBS. 2013. 5. 26

복수의 IT보안업계 전문가들은 "과거 금융권과 공공기관이 익스플로러와 엑티브엑스 기반에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정책 실패"라고 지적했다.

현직 IT업체 대표 L씨는 익스플로러 기반의 온라인 뱅킹 서비스와 관련 "기본적으로 보안 체계는 서버에 갖춰야 하는데 이를 개별 사용자의 PC에 전가하는 형태"라면서 "결국 각종 보안 프로그램들이 개인 PC의 리소스(자원)를 잠식해 각종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IT 관계자는 "액티브 엑스가 설치된 고객 PC는 상대적으로 해커들의 공격대상으로 노출되기 쉽다"면서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웹사이트들이 IE가 아닌 타 브라우저를 추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해당 문제와 관련해 "현재 개선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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