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금융사 수장의 '同床異夢'... 뼈 있는 말 오간 신년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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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금융사 수장의 '同床異夢'... 뼈 있는 말 오간 신년인사회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1.04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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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와 대외적 위기, 고압적인 금융당국 태도... 어두운 기류 형성
이주열 韓銀 총재 "글로벌 경기둔화 움직임 뚜렷", 리스크 관리가 화두
'2019년 범금융 신년 인사회'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시장경제 DB

범금융권 수장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덕담을 나눴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정책과 실제 금융권이 느끼는 현실의 괴리는 심각한 듯 했다. 정부 측 인사들은 경제 활력 되찾는데 금융이 앞장서 달라고 강하게 요구한 반면, 금융사 CEO들은 실물경제 불황 속 리스크를 우려하며 한숨을 짓는 모습이었다.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권 협회는 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2019년 범(凡)금융 신년인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 금융사 대표를 비롯해 정부 핵심 관계자와 정치권 인사 등 1,100여명이 참석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국민들의 열정이 지난 100년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는데 앞으로의 100년은 금융이 주도해 달라"고 했다. 이어 "올해 국민들의 꿈과 희망을 이루는데 금융이 크게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경제의 체질과 구조를 개선하는 과제를 차질없이 시행하겠다"고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올해는 금융 혁신을 가속화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금융시장의 왜곡과 불완전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금융당국의 철학"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 위험요인 점검과 건전성 유지를 지적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금융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자금중개라는 금융 본연의 기능을 보다 효율적이고 보다 혁신적으로 수행해 경제의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금융 혜택이 취약계층에게도 골고루 제공될 수 있도록 힘쓰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부연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고압적인 태도와는 달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다"고 운을 뗐다. 특히 "지난해 겪었던 대외여건의 어려움이 올해도 이어지면서 글로벌 경기둔화 움직임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총재는 "안으로는 기업 투자활동이 위축되면서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그 사이 거세게 일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波高)는 가뜩이나 더딘 우리의 신성장 동력 창출 노력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고 현 위기 상황을 진단했다.

금융사 대표들도 대내외 경제 악재들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리스크 관리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가계와 기업의 부채를 둘러싼 리스크 관리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정부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최악의 한해를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카드업계는 상당히 암울한 모습이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어려운 한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순이익이 1,500억∼1,6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정부 규제와 외부 문제 탓에 올해 유례 없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탓인지 올해 신년인사회 분위기는 작년보다 더 어두운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건배사를 제의했다. 김태영 회장은 "금융인들이 글로벌화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디지털 전환을 확대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자"며 '글로벌 금융, 디지털 금융, 시너지금융'을 외치면서 자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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