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比 190% 줄이라고?'... SC제일銀, 당국 압박에 배당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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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比 190% 줄이라고?'... SC제일銀, 당국 압박에 배당 속앓이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1.02.1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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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외국계 은행도 20%로 배당 축소"
국부유출 논란, 올해는 잠잠할까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사진=SC제일은행 제공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사진=SC제일은행 제공

금융당국이 외국계 은행에도 배당 성향을 20%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그동안 고배당으로 국부(國富) 유출 논란을 빚어온 외국계 은행들이 당국의 권고를 순순히 받아들일지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SC제일은행을 비롯한 외국계 은행에 공문을 보내 6월 말까지 배당 성향을 20% 이내로 낮출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위험 손실 흡수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당을 줄이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같은 시기 국내 5대 금융지주에도 배당 자제령을 내렸다. 이에 KB·하나금융지주는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 성향을 권고 이내로 축소하고 배당금도 16∼20% 정도 깎았다. 신한·우리금융지주는 오는 3월로 결정을 미뤘다.

SC제일은행은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배당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SC제일은행은 2019년 말 대주주인 스탠다드차타드 동북아(NEA)에 배당금으로 6,550억원을 지급했다. 배당 성향은 무려 208.3% 수준이었다. 당시에는 SC그룹 인수 예정인 상각형 조건부 후순위채권 6,000억원 발행과 연계된 5,000억원의 중간배당액이 포함됐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SC제일은행의 최근 배당 성향은 2017년 45.68%, 2018년 50.6%로 국내 은행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었다. SC제일은행은 적자가 났던 2014년에도 1,500억원을 중간배당했다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바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2019년 배당액은 652억원, 배당 성향은 22.2%로 통상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8년에는 자본 효율화를 위해 8,116억원을 중간배당하면서 총 배당액과 배당 성향은 각각 9,341억원, 303.4%에 달했다. 2017년과 2018년 배당 성향은 35%였다.

외국계 은행이 고배당을 할 때마다 "한국에서 벌어들인 현금이 고스란히 해외 모회사 주머니로 들어가면서 국부가 유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의도 안팎에선 "미국이나 호주처럼 당기순이익에 근거해 외국계 은행이 배당금을 산정토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매년 배당 시즌마다 눈총을 받아온 외국계 은행들은 당국의 배당 제한 권고로 또 다시 이목이 집중되자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당장 화살을 겨누고 있는 당국과 거센 불만을 쏟아낼 주주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SC제일은행 측은 배당 성향 20% 제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짧게 답했다. 

그러나 금융권 내부에선 외국계 은행들이 결국 당국의 권고에 따라 배당 성향을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권고를 따르게 되면 배당액을 대폭 줄여야 하지만 금융이 규제 사업인 만큼 외국계 은행도 한국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도 "금융사 배당은 자율적인 경영사항이지만 금융당국이 수차례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해당 가이드라인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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