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요구땐 평생거주?... '집주인 옥죄기법' 쏟아낸 巨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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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요구땐 평생거주?... '집주인 옥죄기법' 쏟아낸 巨與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06.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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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석 슈퍼여당, 재산권 침해 논란 '임대차 3법' 강행
전문가 "억누르면 반드시 부작용 발생... 결국 전월세값 부채질할 것"
임차인에게 ‘무기한’ 계약갱신 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은 더불어 민주당 박주민 의원. 사진=시장경제신문DB
임차인에게 ‘무기한’ 계약갱신 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은 더불어 민주당 박주민 의원. 사진=시장경제신문DB

과도한 세입자 권한 강화로 논란이 일고 있는 임대차 관련 법안이 21대 국회 개원직후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다. 총선에서 과반을 훌쩍 넘긴 거대 여당이 지난 국회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임대차계약 갱신 청구권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임대차 3법’ 추진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집권여당이 집주인의 권한을 사실상 말살시키는 이들 법안 통과를 강행하면서 부동산 업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위헌’ 소지가 다분한 공산주의식 발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8일 대표발의했다. 임차인에게 1회에 한해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을 행사할 수 있게 하고, 임대료(월세 및 보증금) 증액 상한을 5%로 묶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특히 박 의원은 임차인에게 ‘무기한’ 계약 갱신 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는 기존에 논의되던 전월세상한제보다도 훨씬 수위가 높은 법률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원 의원은 ‘전월세 신고제’를 발의할 예정이다. 안 의원은 20대 국회 때도 같은 법을 발의했다. 전월세 신고제는 전월세 거래도 주택 매매처럼 30일 이내에 실거래가를 신고하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전월세 계약에 확정일자를 자동으로 부여해 세입자의 보증금을 보호할 수 있다. 반면 전월세 내용 및 임대소득 세원이 그대로 노출돼 임대인에게 불리하다. 마땅한 수입 없이 임대료로 생계를 유지하는 소규모 임대인들의 경우 세액 증가로 인한 부담이 상당할 전망이다.  

국토부도 ‘전월세 신고제 관리시스템’을 위한 전월세신고제 실행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국회와 정부의 입장이 같은 상황이어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불법 전매에 대해 10년간 청약을 금지하고, 임대주택 공급 등 공공성을 갖춘 사업은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물론 이들 개정안에는 예외 조건이 있다. △세입자가 석달치 월세를 연체한 경우 △세입자가 임차주택을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주택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해 건물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집주인이 직접 임차주택에 거주해야 하는 객관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집주인이 ‘자신의 집에 살아야 하는 객관적 사유’를 어떻게 특정하느냐는 부분이 여전히 논란이다. '자기 소유 집에 들어가 살겠다는데 객관적인 사유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들 제도가 지난 국회에서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자체의석만으로 법안를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들 법안의 강행 처리 가능성은 어느때보다 높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될 경우 다양한 부작용이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 알박기, 소유권 분쟁, 전월세 가격 상승, 사유재산 침해, 임대아파트 공급 부족 등이 대표적이다. 전세 알박기란 계약이 끝난 뒤에도 살던 집을 비우지 않고 계속 거주하는 행위를 뜻한다. 소유권 논쟁도 불거질 수 있다. 세입자가 이들 법률에 기대 무기한 거주를 요구하면 집주인과의 분쟁은 불가피하다. 재산권 행사도 못하는데, 집주인만 높아진 세액을 부담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시장에선 이미 임대차 3법을 무력화시키는 꼼수들이 '대응책'이라는 이름으로 퍼지고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관리비’ 항목 신설이다. 전월세 상승분을 5%로 제한할 경우 관리비를 증액해 상승 중인 집값 시세를 반영하겠다는 의도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관리비가 명시돼 나오기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빌라 등 다세대 주택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전세를 월세로 바꿔 계약 해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의 골이 깊어져 세입자를 교체하고 싶다면 5% 안으로 가격을 올리더라도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면서 계약해지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0.5%까지 인하됐으므로 대출 여력이 있는 임대인이라면 한번쯤 고민을 할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그야말로 공산주의식 발상이다. 사유재산을 정부가 권력으로 빼앗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정해지는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억누르면 반드시 부작용이 뒤따른다.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이 결국은 임차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더 좋은 전월세 가격을 받기 위해 임대인이 관리 의무를 다하지만,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상황이 다르다.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유지관리에 적극적이지 않아도 입주할 전월세자는 많다. 임대차 3법으로 주택 슬럼화가 진행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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