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하노이 입성하는 이마트... '롯데 텃밭'서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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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하노이 입성하는 이마트... '롯데 텃밭'서 깃발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0.02.0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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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1호점 예고했지만... 성장가능성 높은 호치민에 1호점
하노이 주름잡은 롯데 계열사... 이마트, 과감한 투자로 맞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이마트가 대우건설과 손잡고 하노이 진출 시동을 걸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11년 베트남 현지 U&I그룹 회장과 논의 이후 9년만의 성과다. 다만 하노이는 이미 롯데가 자리잡고 있어 향후 양사간 각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노이 1호점 점쳐졌지만.. 호치민에 첫 문 열어

6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투자개발 추진중인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투자개발 사업에 이마트가 입주할 것으로 알려진다. 대우건설의 이번 사업은 총 개발사업비 3억8800만 달러(한화 약 4600억원) 규모로 대우건설이 진행하는 스타레이크시티 부지 내 한 블록(B3CC1 블록)에 호텔과 서비스레지던스, 오피스, 리테일 등 복합 빌딩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복합 빌딩은 지하 2층~지상 35층 2개동 규모로 지어지며, 올해 착공해 2024년 준공 예정이다. 이마트는 개발 부지 인근 블록에 입점될 예정이다.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조감도. 사진= 대우건설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조감도. 사진= 대우건설

이마트는 2011년 정용진 부회장이 베트남 현지에서 U&I그룹 회장과 만나 2012년까지 하노이 1호점 출점을 추진하는 방안을 협의한 바 있다. 베트남 재계 7위 그룹인 U&I그룹은 건설, 부동산, 물류, 은행 등 유통업과 관련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췄을 뿐 아니라 한국 기업과 돈독한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011년은 적자와 현지화 실패로 인한 이마트의 중국 점포 구조조정 기간이었다. 따라서 해외 진출에 대한 회의적 시각으로 인해 베트남 진출을 잠시 미룬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마트가 해외진출을 타진하며 베트남 1호점은 하노이로 점쳐졌지만 예상과 달리 2015년 호치민 고밥지역에 1호점을 열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내부 검토를 거쳐 하노이보다 호치민이 경제수도라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는 중국시장 실패 이후 해외진출에 대해 다소 조심스런 태도를 취해왔다"라며 "2015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다시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이미 선점한 롯데와 격차가 많이 벌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후발주자로 베트남에 진출한 이마트는 이를 의식한 듯 지난해 '베트남 4600억원 투자'라는 강수를 뒀다. 먼저 지난해 1400억원을 투자해 호찌민에 이마트 2호점을 내년 중 개점하고, 2020년 1700억원, 2021년 1500억원을 차례로 투입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정 부회장의 투자 발표안에 이미 하노이점 진출 계획도 포함돼있었다"라고 말했다. 

◇하노이 랜드마크 '롯데센터'... 이마트 전략 '고심'

9년만의 하노이 입성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하노이는 이미 롯데가 선점을 했을 뿐만 아니라 롯데의 유통 계열사가 집약된 '롯데센터'는 지역 랜드마크로서 입지를 굳힌 상태다.

롯데센터 하노이 전망대는 '호치민 랜드마크81'에 이어 베트남에서 두 번째로 높은 전망대(272m)로 방문객 100만명을 넘어설만큼 만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베트남 전망대 중 방문객 100만명을 넘어선 전망대는 롯데센터가 유일하다. 영국 유명 일간지 가디언은 이 곳을 '꼭 방문해야 할 세계 10대 도시 전망대'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노이 롯데센터 전경. 사진= 롯데
하노이 롯데센터 전경. 사진= 롯데

롯데센터에는 롯데호텔, 백화점, 마트가 들어서있다. 롯데는 베트남에서 흔치 않은 편집숍과 유럽거리 콘셉트 등으로 하나의 문화가 된 상태다. 롯데센터 1~6층에 위치한 백화점에서 여가를 보내는 베트남 현지인들이 늘고 있다. 롯데마트도 PB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2014년 1590억원에서 2018년 2830으로 상승했다. 롯데 계열사 중 가장 먼저 진출한 롯데리아도 업계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이마트는 호치민 고밥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15년 12월 문을 연 이마트 고밥점은 2016년 419억원에서  2018년 621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만 36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마트 베트남 법인 영업손실도 초기 투자 비용으로 인해 2016년 52억원이었으나 지난해 상반기 10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호치민에도 롯데마트가 있지만 하노이 '롯데센터'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그만큼 이마트가 경쟁하기에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하노이는 충분한 차별화 전략을 들고 나가야 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지난해 발표한 투자안을 보면 2020년 1700억원으로 3년 투자안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차지하고 있다"라며 "이는 하노이의 롯데와 경쟁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로 맞서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치민과 달리 노브랜드, 트레이더스 등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하노이 진출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호치민과 다른 전략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감안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초기라 구체적인 콘텐츠나 전략은 논의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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