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發 중징계 후폭풍... 우리은행장 또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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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發 중징계 후폭풍... 우리은행장 또 연기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0.01.3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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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중징계' 파장... 차기 행장 추천일정 올스톱
금융위 최종 통보 시점에 따라 孫 회장 거취 변동
컨틴전시 플랜 검토 시 차기 회장부터 우선 결정
임추위원장을 맡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임추위원장을 맡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이 또 다시 연기됐다.

우리금융그룹은 당초 29일 권광석·김정기·이동연 후보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뒤 최종 우리은행장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부에서 등장한 돌발 변수 탓에 논의가 길어지면서 우리금융은 이틀 뒤 최종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외부 충격이었다. 손태승 회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데 따른 여파다. 결국 우리금융은 다시 한번 일정을 미루며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을 검토하기로 했다.

우리금융그룹은 31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추천에 대해 논의한 결과 새로운 여건 변화에 따라 후보 추천 일정을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은행장 추천과 관련한 차후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대규모 원금 손실을 부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손태승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중징계를 받게 되면 자본시장법상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업을 제한 받게 된다. 연임을 앞둔 손태승 회장의 위기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의 거취를 먼저 결정한 뒤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손태승 회장은 행장 선임의 키를 쥔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이다. 손태승 회장의 거취가 확실해야 계열사 대표 선임 절차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손태승 회장이 조직을 위해 사퇴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사실 금융권에선 감독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이상을 받은 경영진이 업무를 이어간 사례가 전무하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은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자 스스로 사표를 냈다. 손태승 회장의 거취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물론 손태승 회장이 금감원 제재에 불복해 법적 소송으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상당 기간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조차도 쉽지 않다.

아직 출구는 남아 있다. 금감원의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명운(命運)이 달라질 수 있다.

경영진에 대한 문책경고의 경우 금감원장의 전결로 끝나지만 기관에 대한 제재는 금융위 전체회의 의결로 최종 확정된다. 금융위에서 최종 징계를 통보해야 효력이 발생되는 만큼, 우리금융은 문제의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우리금융그룹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말 손태승 회장의 3년 연임을 승인했다. 연임 안건은 오는 3월 중순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었다.

만약 손태승 회장이 주총 전에 징계 통보서를 받게 되면 연임은 불가능하다. 반대로 주총 이후에 징계 통보서를 받으면 손태승 회장은 정상적으로 임기를 이어갈 수 있다.

금융위는 "영업 일부정지나 과태료 같은 의결사항은 증권선물위원회, 안건검토 소위원회, 당사자에 대한 사전통지(10일 이상)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3월 초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감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금융위가 이번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관심사다. 금감원과 달리 금융위는 불완전판매를 둘러싼 경영진에 대한 제재 근거가 미흡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를 두고 금융원 안팎에서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판단이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가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에 대한 리스크가 발생한 만큼 우리금융은 일단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를 멈추고 당국의 기류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손태승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경우 우리은행장은 물론 경영진 전체에 대한 논의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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