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히 총수 할일 해달라"... 재판부, 이재용에 이례적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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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히 총수 할일 해달라"... 재판부, 이재용에 이례적 당부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10.2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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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파기심 재판부, '준법감시제도·재벌체제 시정'도 함께 당부
"51세 이건희는 '新경영 선언'... 51세 이재용의 선언은 무엇인가"
이 부회장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다" 심경 밝혀
25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재판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사진=이기륭 기자
25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재판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사진=이기륭 기자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길 바랍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 등 혐의 공판 파기심 첫 공판이 열린 서울고법 서관 303호 법정. 재판장인 정준영(52·사법연수원 20기)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게 “어떠한 재판 결과에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심리에 임해 달라”며 이 같이 당부했다. 

재판장이 공판을 시작하면서 피고인을 상대로 '당부'나 '훈계'를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거나, 재판진행을 방해하는 경우 또는 명백한 허위진술을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무언가를 당부하는 모습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 부장판사의 당부에 대해서 '대한민국 재계 1위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젊은 총수에 대한 인간적인 조언'이란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정 부장판사는 재판이 끝날 때쯤 "공판을 마치기 전 몇 가지 사항을 덧붙인다"며 위와 같은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이 사건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는 무관한 내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혀 확대해석에 경계의 뜻을 나타냈다. 

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의 아버지인 이건희(77) 삼성전자 회장의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만 51세 이 회장은 1993년 독일에서 '낡고 썩은 관행을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며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 2019년 만 51세의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나"며 화두를 던졌다.

그는 “하급기관 뿐만 아니라 고위직 임원과 기업 총수의 비리행위도 방지할 수 있는 강력한 준법감시제도가 작동해야 한다”며 삼성 내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의 필요성도 함께 주문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어 “국가 경제가 혁신형 모델로 나아가기 위해 대기업 총수가 직접 나서 재벌체제의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모방형 경제모델로 국가발전을 주도한 재벌체제는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일감 몰아주기, 단가 몰아치기 등 공정경제를 가로막는 부작용을 낳았다”며 “재벌체제 혁신을 통해 혁신기업 메카로 탈바꿈 중인 이스라엘의 최근 경험을 참고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이 부회장도 재판부의 말에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긍정의 뜻을 전했다. 

이날 공판은 오전 10시 10분부터 시작해 약 30여 분 동안 진행됐으며, 이 부회장을 비롯해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황성수 전 전무 등 5명이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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