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티머니 택시앱 망했는데... 또 티머니 선정한 택시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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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티머니 택시앱 망했는데... 또 티머니 선정한 택시조합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10.0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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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택시조합, 25일 택시 호출앱 '온다' 공개... 연내 출시 계획
운영사에 '지브로' 앱 실패한 티머니 선정... 업계 "경쟁없이 선정 우려"
"티머니는 공기업... 소비자 중심 기업에 맡겨야" 비난 목소리
"문충석 이사장, '카드결제사 다변화' 공약달성 기회 날려선 안돼”
티머니의 지브로 앱 설명 자료. 사진=티머니
티머니가 2년 전 운영을 시작했다가 사실상 서비스를 중단한 '지브로 앱' 설명 자료. 사진=티머니

서울택시업계가 택시 호출앱 ‘온다’를 연내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과거 서울시가 운영하는 택시 호출앱의 개발·운영사로 참여했다가 사업비만 날리고 철수한 기업을 다시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기업은 2년전 서울시 택시 호출앱 ‘지브로’를 운영하다가 최근 사업을 중단한 티머니(옛 한국스마트카드)다. 특히 티머니는 사업중단 이유를 지금까지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서울지역 254개 법인택시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이하 택시조합)은 9월 25일 조합원을 상대로 온다 앱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설명회의 주 목적은 온다 앱 운영사업자로 선정한 티머니를 소개하고 서비스 가입을 독려하는 것이었다.  

택시업계는 티머니를 탐탁치 않게 바라보고 있다. 이유는 티머니가 과거 한 차례 택시앱 시장에 진출했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업을 접은 전력이 있고, 공기업적 성격이 강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티머니는 서울시가 자본을 출자해 설립한 법인으로 공기업적 성격을 갖고 있다. 기업의 존재 이유도 ‘서울시 교통카드시스템의 안전적 운영’이다. 온다 앱과 같은 별도 사업을 하다가 문제가 발생해 자칫 ‘서울교통카드 시스템’에 문제라도 생긴다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때문에 경쟁사가 나타나면 서울시가 나서서 티머니 시장을 보호해 주기도 하고, 사장 자리를 놓고 서울시와 2대 주주인 LG CNS가 마찰을 빚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교통업계에선 티머니를 ‘배부른 티머니’라고 부른다.

최근 5년간 택시 산업 생태계는 급변했다. 콜버스를 시작으로 카카오T, 티맵 택시, 타다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중심 기업들이 변화의 물결을 선도했다. 그 결과 택시 산업은 ‘잡는 택시’에서 ‘부르는 택시’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온다가 등장한 이유도 이 같은 생태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함이다.

택시업계의 기본 프레임이 '고객에 대한 질 높은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춰 혁신적으로 변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할 때,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는 티머니를 운영사로 결정한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택시업계의 일반적 반응이다. 더구나 티머니는 민간사업자와의 경쟁 없이 온다 앱 운영사로 선정됐다. 

티머니는 택시조합과 특별한 관계에 있다. 서울지역 택시에 지불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택시조합이 '갑'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경우 티머니가 온다 앱 서비스 운영사로서 적절한 관리기능을 수행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승객이 온다 앱을 이용해 택시에 탑승한 경우, 해당 택시 기사가 현행법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티머니는 서비스 운영사로서 적절한 벌점을 부과해야 한다. 그러나 티머니가 '갑'의 위치에 있는 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에게 제대로 벌점을 부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비스 운영사로서 티머니가 적절한 관리를 하지 못한다면, 서비스 품질 유지를 보장할 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티머니가 2017년 택시 호출 앱 지브로를 출시했을 당시에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지브로는 최근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티머니는 택시앱 사업에서 철수한 시점과 이유에 대해 “애기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제보자
사진=제보자

설명회에 참석한 택시회사 관계자는 “승객보다 사용자(기사) 중심의 앱 설명회였던 것 같다. 특히, 티머니는 지브로라는 택시앱을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 기업에게 우리 조합이 기회를 주는 명분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 무엇보다 티머니가 지브로 실패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고, 이 교훈에서 얻은 개선사항을 온다앱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알려야 카카오가 점령한 택시앱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텐데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택시업계 A대표는 “카카오(카카오T), SK(티맵택시) 모두 승객 중심의 앱인데, 티머니는 아직도 택시회사 사장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며 “과거 지브로 앱 실패에서 무엇을 얻었고, 이를 교훈 삼아 온다 앱에서 무엇을 개혁할지 내용이 없는 설명회였다”고 촌평했다.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T, 티맵택시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에서 온다 앱이 승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다 앱의 차별화된 기능 및 승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사용자경험과 관련돼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 설명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티머니 측은 온다 앱의 차별화된 특징이 무엇이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야기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조합이 티머니를 온다 앱 사업자로 선정한 것과 관련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또 있다. 온다 앱이 서울택시 카드결제시스템을 티머니 독점 시장에서 경쟁 체재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현재 택시조합의 수장은 문충석 이사장이다. 그는 택시조합 이사장 후보시절부터 ‘카드결제업체 다변화를 통한 택시업체 선택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만약 티머니를 온다 앱 사업자로 정해버리면 "임기 안에 카드결제업체를 다변화해 택시업체에 선택기회를 확대하겠다"던 그의 말은 허언(虛言)이 된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결제업체 선정을 티머니 독점 체재에서 경쟁 체재로 전환해 수수료를 대폭 낮출 수 있는 기회”라며 “이비카드, 콜버스 등 기업 간 경쟁입찰을 통해 앱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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