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新콜라보 주목... '밀크스틸' 우유철 前 현대제철 부회장 [포스코 회장 하마평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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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新콜라보 주목... '밀크스틸' 우유철 前 현대제철 부회장 [포스코 회장 하마평③]
  • 박진철 기자
  • 승인 2024.02.0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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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때처럼 포스코-현대제철 '협력' 재연?
현대차그룹 일관제철-완성차 '수직계열화' 이룬 '일등 공신' 주목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우유철 전 현대제철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하마평(下馬評)'이란 새롭게 관직에 오를 후보들에 대한 세간의 평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전에는 궁이나 중요한 건물 앞에서는 누구나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글귀를 새긴 하마비(下馬碑)가 있었다.

군주가 머무는 곳이나 신성한 곳이니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궁이나 중요 정사를 보는 건물 앞이라면 여기서 말에서 내린 관리들이 궁으로 들어가고 난 뒤, 남은 마부들끼리 쑥덕공론을 펼치는 장소가 된다. 

이번에는 누가 어느 자리에 오른다더라, 누구는 이번에도 미끄러졌다더라 하는 세평들이 바로 하마비 앞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마평'이란 말이 생겼다.
구중궁궐이나 권력의 핵심에서 이루어지는 일(인사)은 우리 범인(凡人)들이 뾰족한 답을 내놓기 어려운 문제지만, 마부들의 쑥덕공론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넘쳐나기 마련이다.

본지가 포스코그룹 회장 최종 후보에 오른 내·외부 인사들의 하마평을 여섯 차례에 걸쳐 싣는 이유다.

우유철 전 현대제철 대표이사 부회장의 최종 전직은 현대로템 부회장이다. 그러나 우유철 부회장은 현대제철의 성장기를 이끈 철강맨으로 유명하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아 2009년부터 현대제철 제철사업 총괄사장 이후 2010년 대표이사 사장과 2014년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10년 가까운 오랜 기간 대표를 맡는 등, 현대차그룹의 숙원이었던 고로 건설과 일관제철 사업을 이끈 핵심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2018년 말 현대로템으로 옮겨 1년여를 현대로템 부회장으로 현대차그룹의 경영을 후방 지원했다.

 

약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은 1957년 7월17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는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 전 부회장은 198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1994년 현대중공업이 항공사업부문을 떼어내 설립한 현대우주항공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0년에는 현대모비스 이사 대우로 보임돼 선행기술개발부(우주사업부문)를 담당했고, 2002년 현대모비스 우주사업부문/응용기술연구부 이사를 맡았다. 2004년에는 현대로템 기술연구소장을 거쳐 2004년 8월, 현대로템 전무로 승진한 뒤 한보철강 인수 과정에서 현대제철(당시 INI스틸)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현대제철 기술개발본부장을 시작으로 기술연구소장, 구매담당 부사장, 당진제철소장을 지냈다. 이후 2010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그리고 2014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9년 동안 현대제철에 재직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에서의 마지막 1년은 현대로템 부회장 직함으로 일했다.
 

세평

우유철 전 현대제철 대표이사 부회장은 2004년 현대로템 기술연구소장 재직 시절 정몽구 회장의 눈에 들어 고속 승진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회장이 철강업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수시로 ""밀크스틸(Milksteel·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의 애칭)' 어디 있어?"를 외치며 우유철 전 부회장을 찾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우유철 전 부회장은 부지런히 현장을 찾아 사업 과정을 꼼꼼하게 챙기는 품질 경영 스타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에서 일하면서 품질 경쟁력 강화를 입버릇처럼 강조했다. 이 때문에 수시로 품질 관련 회의를 소집해 제품 개발 상황을 직접 챙긴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정몽구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던 만큼 우 전 부회장은 현대제철 대표만 9년을 맡을 정도로 역량을 인정받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대차 그룹의 숙원이었던 고로 건립과 일관제철 사업 실현이라는 대사업을 완성했다. 

다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체제 구축으로 정몽구 회장 시대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이들의 입지가 축소되면서, 우유철 회장의 현대차그룹 내 입지도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로템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우 전 부회장은 1년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경영 성과

우유철 전 부회장은 자동차와 조선 등 철강산업의 주요 수요산업들이 극도로 부진했던 2015년~2018년에 현대제철 대표를 맡았다. 자동차 기업과 조선사에 주요 철강 제품을 공급하는 현대제철 실적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유철 전 부회장을 언급할 때는 현대차그룹의 숙원이었던 일관제철소 건설 작업을 진두지휘한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우 전 부회장은 현대제철 당진 1고로가 한창 건설 중이던 2009년 3월 신임 제철사업 총괄사장으로 발탁된 후 1년 365일 공사 현장을 지키며 전체 공사를 이끌었다.

2006년부터 충남 당진에 고로를 건설하기 시작한 현대제철은 우 부회장 지휘 아래 2010년 1·2기 고로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2013년에는 꿈에 그리던 3기 고로까지 가동했다. 3개 고로에서 연간 1200만톤의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를 갖춘 데다 연간 조강 생산량이 2000만톤을 넘으면서 세계 10위권에 가까운 철강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게다가 동부특수강(현 현대종합특수강) 인수를 계기로 자동차부품에 사용되는 특수강을 자체 생산해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은 당진 일관제철소를 준공하는 데 2006년부터 약 4년 동안 5조8400억 원을 들였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준공식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뿐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2500여 명이 참석했다. 

정몽구 회장은 1996년 현대차그룹 회장에 취임했을 때부터 제철사업 진출 의지를 거듭 밝혔다. 정몽구 회장은 강원산업, 삼미특수강, 한보철강 등을 인수하면서 철강사업을 키웠고, 2006년에는 급기야 고로 제철소 설립 인가를 받으면서 마침내 제철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다. 정주영 명예 회장이 일관제철소의 꿈을 품은 지 30년 만이었다.
 

포스코 차기 회장으로서의 '특이점'

자동차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철강재는 차체에 사용되는 강판, 큰 부품 제조에 사용되는 특수강 봉강, 볼트나 너트 등 작은 부품을 만드는 특수강 선재 등 크게 세 가지다.

우유철 전 부회장 당시 현대제철은 바로 이 세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철광석·유연탄을 녹여 액체 상태의 쇳물을 뽑아내는 공정인 제선,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강, 쇳물을 슬래브(커다란 쇠판) 형태로 뽑아낸 후 높은 압력을 가하는 압연의 세 가지 공정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일관 제철소를 만들어 자동차 강판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나머지 중요 자동차부품을 만들 수 있는 동부특수강을 인수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숙원을 이뤄낸 중요한 전문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철, 그 이상의 가치 창조’라는 현대제철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도 우유철 전 부회장 당시다.

우유철 전 부회장은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과 닮은 점으로도 주목받는다. 우유철 전 부회장과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은 서울대 공대 출신, 미국 대학교 기술 분야 박사, 철강회사 기술연구소장을 거쳤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한, 우 전 부회장은 기술연구소장과 당진제철소장 등을 거친 품질 경영의 적임자로 평가받는 데다 조선공학을 전공했고, 현대중공업, 현대우주항공, 현대로템을 거친 경력 덕에 철강업뿐만 아니라 연관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장점마저 지녔다. 

끝으로,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의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군 선정이 주목받는 데는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독특한 컬래버레이션이 있다. 바로 포스코 출신 설비 전문가로 현대제철의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안동일 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때문이다.

안동일 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은 현대제철의 경쟁 기업인 포스코에서만 35년 가까이 일한 제철 설비 분야 전문가다. 대한중공업, 인천중공업, 인천제철, INI스틸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현대제철 70년 역사 속 대표이사 CEO(최고 경영책임자) 20명 가운데 유일한 포스코 출신이었다.

당시 경쟁사 포스코에서 현대제철 사장으로 선임됐던 안 사장의 인사는 파격 그 자체였다. 최고 경영진을 내부 발탁하거나 범현대차그룹에서 영입했던 현대제철이 2001년 현대차그룹으로 출범한 이후 사장급에 포스코 출신을 영입한 것은 처음이었다. 

안 사장이 현대제철에 영입되면서 포스코의 영업 기밀이 현대제철로 유출될 수 있다는 논란마저 일었다. 다만, "포스코 제철소 운영 경험이 있는 인사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대승적 차원에서 현대차그룹의 요청을 양해하기로 했다"라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말로 당시 논란은 불식됐다.

이에 이번 우유철 전 현대제철 대표이사 부회장의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최종 후보 선정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새로운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점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다만, 한편으로는 이번에 퇴임하는 최정우 회장과 동갑으로, 1957년생이라는 우 전 부회장의 적지 않은 나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이번에 함께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최종 후보에 오른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재계의 빨라진 세대교체 흐름을 거스르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특히, 현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6년 전인 2018년 회장에 올랐던 만큼, 경영 일선을 떠난 지 오랜 우유철 전 부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미온적일 수 있는 상황이다. 

 
■ 인적사항
○ 성명: 우유철
○ 소속: 전 현대제철 대표이사 부회장
○ 생년월일: 1957.7.17.(만 66세)
 
■ 학력사항
○ 미국 뉴욕주립대학원 기계공학 박사 (1990년 졸)
○ 서울대학교 조선공학 석사 (1983년 졸)
○ 서울대학교 조선공학 학사 (1980년 졸)
○ 경기고등학교 (1976년 졸) 

■ 주요 경력
○ 현대로템 부회장 2018년~2019년
○ 현대제철 대표이사 부회장, 사장, 부사장 2004년~2018년
○ 현대로템 상무, 기술연구소장/한보철강인수 TF팀장 2004년
○ 현대모비스 이사, 연구개발 우주사업부/선행기술개발부 2000년~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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