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보다 PK가 더 심각..."공격적 영업? 꿈도 못꿔" [위기의 저축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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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보다 PK가 더 심각..."공격적 영업? 꿈도 못꿔" [위기의 저축銀]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3.12.13 0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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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순익 못 내...고객 감소 뚜렷 vs 서울은 640만명 돌파
여신 줄고 수신 늘어...지방저축銀 NPL 비율, 수도권 상회
의무여신비율 규제도 발목...당국 M&A 규제 완화? "글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영업환경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절반이 넘는 저축은행이 적자로 돌아섰고 거래자(고객)는 서울·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또 이자수익을 낼 수 있는 여신은 줄고 있으며 부실채권비율도 높은 수준이다. 수익성·건전성이 동시에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대형사보다 비교적 영업력이 약한 지방저축은행에겐 이러한 조짐은 큰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에선 이 현상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뿐더러 지역경제는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79곳 중 42곳이 서울과 수도권(인천·경기)에 거점을 두고 있다. 나머지 37곳의 영업기반 지역은 ▲부산·경남 ▲대구·경북·강원 ▲호남 ▲충청이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호남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있는 저축은행 중 절반이 올해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부산·경남은 전체 12개사 중 무려 8곳(66.7%)이 이익을 못냈다. 그 결과, 12곳의 순익은 지난해 3분기 825억원 순익(누적기준)에서 올해 3분기 41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또 대구·경북·강원, 충청에 있는 저축은행 중에선 각각 54.5%, 57.1%가 손실을 냈다. 적자 규모는 각각 9억원, 530억원이다. 

순익 부진 외에도 이곳에선 고객 감소도 관측됐다. 부산·경남 저축은행 고객은 지난해 3분기 48만5481명에서 올해는 46만8285명으로 3.5% 줄었다.

대구·경북·강원, 충청에선 같은 기간 각각 7.6%, 7.5% 감소했다. 반면, 서울·수도권(인천·경기)에선 8.3%, 2.7% 증가했고, 이중 서울에 있는 저축은행의 고객은 총 640만명을 돌파했다. 

이와 맞물린 여·수신 변화도 불황 조짐 중 하나다. 

공시를 종합하면 ▲부산·경남 ▲대구·경북·강원 ▲충청 저축은행은 1년 사이 여신이 1.32% 줄었고 수신이 4.0% 늘었다. 여신이 감소한 건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PF 부실 우려로 신규 대출이 부진했던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수신이 증가한 이유는 고금리 상품 경쟁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크다. 

이같은 형국이 계속된다면 은행은 대출로 얻는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고 수신고객에게는 이자비용을 추가로 써야 한다. 실제 지방저축은행은 대부분 전년에 비해 많은 이자비용을 올해 지출한 것으로 감지됐다. 이는 고객 유출과 별개의 문제로 자체적으로 돌파구를 찾지 않는 한 실적 악화는 이어질 전망이다. 

지방저축은행은 또한 연체가 늘고 있는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 실제 고정이하여신(NPL,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평균 비율은 7.16%로 나타났으며 이는 서울·수도권(6.49%)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역별 비율은 대구·경북·강원이 8.37%로 가장 높았으며 ▲충청 6.96% ▲인천·경기 6.93% ▲부산·경남 6.81% ▲호남 6.08% ▲서울 6.12% 순이었다. 또한 소액신용대출 규모를 공개한 지방저축은행 14곳 중 절반인 7곳의 연체율이 1년 전보다 상승했다. 

수익성과 건전성 양쪽에서 '경고등'이 켜졌지만 당장의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발 악재 우려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부동산PF 기대출 회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실제 연체율은 최근 들어 오름세를 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금융권의 부동산PF 연체율은 2.42%로 전분기(2.17%)보다 0.24%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5.56%로 나타났다. 3개월 만에 0.95%포인트 상승한 수준으로 증권(13.85%)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동시에 기업 부도율도 고개를 들고 있다. 무엇보다 지방 부도율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광주·대전 기업 어음부도율은 각각 4.66%, 4.15%로 ▲서울(0.20%) ▲인천(0.04%) ▲경기(1.85%)를 크게 상회했다. 광주의 경우 10월엔 부도율이 6.47%까지 치솟았다. 

만약 건설사나 기업에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 저축은행이 받는 타격은 제1금융권보다 크다. 때문에 지방저축은행은 영업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건전성도 관리해야 하는 '이중고'에 맞닥뜨린 실정이다. 부산에 본점을 둔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업계의 암울한 분위기를 그대로 들려줬다. 

그는 먼저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에 나와 있는 의무여신비율 규제가 영업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시행령에 따르면 비수도권 저축은행은 영업구역 내 여신을 전체 여신의 4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수도권은 이 비율이 50%로 지방보다 높지만 대출 수요, 우량여신이 기본적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서울·인천·경기 저축은행들은 가계 신용대출이나 정책금융 등 다양한 방향으로 영업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또한 "저축은행 인수합병 규제를 완화했다고 하지만 인수합병이 막상 쉽게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금융당국이 올 7월에 발표한 개정안의 한계점을 짚었다. 개정안은 비수도권 저축은행이 저축은행을 최대 4개까지 소유·지배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덧붙여 그는 "지난해 일명 레고사태로 조달비용을 추가로 지출한 것도 불황을 만든 요인 중 하나"라면서 "여기에 비수도권은 부동산 경기 자체가 (수도권보다) 위축돼 있는 상태라 부동산PF, 브릿지론과 관련된 공격적인 영업을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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