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공소사실에 의문, 입증 의견서 내라"... 재판부, 檢에 독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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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공소사실에 의문, 입증 의견서 내라"... 재판부, 檢에 독촉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9.21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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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의혹 6차 공판 쟁점 정리
재판부 "검찰 공소사실 법리 적용, 납득 어려워"
辯 "檢주장 은닉 증거 2천만건...공소장엔 20여건"
재판부 "증거 특정 안 된 상태서 판결 할 수 없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의혹 사건 항소심을 심리 중인 재판부가 우선적으로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법리적 모순을 규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교사범들 사이에 이른바 ‘공동교사’ 법리 구성이 과연 성립할 수 있는지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8일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김민기 하태한 부장판사)는 이 사건 6차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다음 공판이 열리는 11월 20일까지 '교사범들 사이의 공동정범 성립' 등 법리적 성립 여부에 대해 의견서를 내달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열린 5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법리상 교사범과 공동정범이 동시에 성립할 수 있는지 강한 의문을 표하면서 공소사실 법리 구성의 모순을 지적했다. 피고인들의 회사 내 지위나 역할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교사범이면서 동시에 공동정범이 성립된다는 검찰 공소사실은 법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변호인단 항변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가 구체적으로 검찰에 의견을 요구한 대표적 사안은 '교사범들 사이의 공동정범이 성립 가능한지', 이른바 '공동교사'의 법리 적용에 문제가 없는지 등이다. 특히 재판부는 위 법리적 쟁점사안에 대한 선례(대법원 판례)와 논거를 함께 제시할 것을 검찰에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3개월여가 현재까지 석명사항을 이행치 않고 있다.

검찰이 공소사실 법리 구성과 관련돼 재판부가 요구하는 논거나 사례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 사건 원심 파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 "자료삭제 자체보다 동기·배경 살펴야" 

검찰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및 삼성바이오 소속 임원 등이 2018년 5월 5일 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에 모여 대책회의를 열고 증거인멸을 모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의에서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내 전산자료에 대한 삭제가 결정됐고, 부하직원에게 순차 지시하는 방법으로 증거인멸이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의 기본 시각이다.   

변호인단은 일부 직원들이 자료를 삭제한 사실보다 그 배경 내지 이유를 살펴봐야 이 사건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삼성바이오 내부에서는 조만간 검찰 혹은 금감원이 대대적인 수사 내지 조사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퍼져 있었고, 직원들은 크게 동요했다. 설(說)에 불과했던 분식회계 의혹을 사실처럼 단정지은 언론의 선정적 보도 행태 역시 직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는데 한 몫했다. 자료 삭제가 이런 상황에서 벌어졌음을 고려할 때, 증거인멸 범의(犯意) 및 죄의 경중에 대한 판단은 신증해야 한다는 것이 변호인 항변의 요지이다. 

 

은닉된 파일만 2000만건이라는 檢 

특정된 파일은 20~30건 불과

이날 재판부는 '인멸된 증거의 특정'을 검찰에 요구했다. 지난해 5월 검찰은 삼성바이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18TB(테라바이트) 용량의 구 서버 2대, 54TB급 백업서버 1대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삼바 임직원들이 전산파일 2600만개를 은닉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과 관계없는 파일이 다수 증거에 포함돼 있어 양형에 부당한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증거를 특정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신뢰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다음은 이 부분 변호인 항변. 

“검찰은 약 2000만건의 파일이 은닉됐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공소장에 적시한 파일은 20~30건에 불과하다. 이 사건과 관련 없는 직원의 교통비 지급 내역이나 근로계약 과세방법, 직원 경력사항 문건 등이 상당수다수 포함돼 있다.” 

“심지어 증거기록에는 사건 발생 전인 2018년 4월 이전에 교체된 컴퓨터도 은닉 대상으로 포함돼 있다. 검찰이 은닉됐다고 주장하는 증거들에 대한 열람등사를 통해 그 목록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재판부도 '증거 특정'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기본적인 생각은 증거를 특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1심 판결은 ’증거를 삭제·인멸했다‘고 돼 있는데, (증거가 특정 안 된 상태에서) 본 재판부도 그렇게 판결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검찰도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2000만건을 다 양형요소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변호인단이 목록에서 불필요한 파일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본안 사건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승계 의혹’ 재판에서 검찰이 제시할 증거목록을 토대로 이 사건 심리 대상 증거를 특정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 직후인 다음달 24일, 이 사건 심리를 속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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