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 맞은 삼바 재판... '증선위 보관 문서' 법원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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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맞은 삼바 재판... '증선위 보관 문서' 법원 제출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10.1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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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 시정요구 등 취소소송' 6차 공판, 젱점 정리
증선위 문건, 삼바 회계처리 타당성 가늠할 '핵심자료'
증선위, 재판부 명령받고도 문서제출 거부... 대법, 즉시항고 ‘기각’
금융당국, 삼바 감리결과 3차례 번복... 의혹 풀릴까
사진=시장경제DB
인천 송도신도시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진=시장경제DB.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결' 근거가 된 증선위 보관 문서들이 조만간 그 실체를 드러낼 전망이다. 삼성바이오가 증선위 분식회계 의결 취소를 구하면서 제기한 행정소송 초기, 삼바 측 변호인단은 위 문서들에 대한 제출명령 신청을 재판부에 냈다.  

삼바 변호인단은 이들 자료의 내용을 살피면 증선의 의결의 당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삼바 변호인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증선위 측에 문서제출을 명령했다. 그러나 증선위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임의 제출을 거부하고 법원에 항고장을 냈다. 

1심 재판부의 문서제출명령에 불복해 증선위가 낸 항고 및 즉시항고는 모두 기각됐다. 지난달 15일 대법원은 증선위 즉시항고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상고이유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이 법령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즉 상고이유가 존재하지 않을 때, 대법원은 심리 없이 기각 결정을 내릴 수 있다(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4조 1항). 이를 '심리불속행 기각'이라고 한다. 

증선위 측 변호인단은 14일 오전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시정요구 등 취소청구 소송' 6차 변론기일에서, 삼바 측이 열람을 요구한 문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증선위가 재판부에 문서를 제출하면 삼바 분식회계 의결이 나오게 된 경위 및 그 당부에 대한 판단이 더 명료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증선위는 이날도 문서 제출을 꺼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증선위 변호인단은 대상 문건의 목록만을 제출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으나, 삼바 변호인단은 "목록은 물론이고 문서 전체를 제출해야 한다"고 맞섰다. 신경전 끝에 증선위 변호인단은 전체 문건을 제출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다만 증선위 변호인단은 지난달 1일 기소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의혹 사건' 수사기록을 증거로 신청했다. 

삼성바이오측이 증선위에 제출을 요구한 문건은 2012~2015년 삼성바이오 재무제표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증거로 꼽힌다. 해당 문건에는 ▲금융당국이 검찰로 넘긴 삼성바이오 및 삼성바이오에피스 외부감사 자료 ▲삼성바이오 및 에피스 감사과정에서 작성된 내부 보고서 기타 회의 자료 ▲금감원이 입수했다는 이른바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 원본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위탁 감리 자료 ▲이 사건 관련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지시 자료 ▲금융감독원의 1차 및 2차 감리 자료 ▲증선위와 금융위원회 회의록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자료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김기석 전 원장 관련 자료이다. 김 전 원장은 2018년 4월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됐으나, 국회의원 시절 호화 외유 논란, 셀프 기부 위법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18일만에 자진사퇴했다. 금감원은 김 전 원장이 재임한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이 사건 의혹에 대한 입장을 변경했다. 삼바 이슈에 대한 그의 기본 인식은 분식회계 의혹을 처음 제기한 참여연대의 그것과 사실상 일치한다. 김 전 원장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정책위원장을 잇따라 역임했다. 

이 사건에 대한 금감원의 판단은 3년 동안 세 차례 바뀌었다.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금감원의 위탁을 받아 삼성바이오에 대한 감리를 실시한 뒤 "삼바 재무제표는 중요성 관점에서 적정하게 작성됐다"고 판단했다. 2017년 5월 참여연대 등의 요구에 따라 재감리(1차 검리)에 착수한 금감원은 2018년 7월 ‘2015년 재무제표만 위법’이라며 종전 입장을 번복했다. 금감원은 같은 해 11월14일 2차 감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모두 위법’이라고 다시 입장을 바꿨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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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치 부풀렸다"는 증선위... 삼바 "사후적 시각에 의한 억지 주장"

이날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는 2012년부터 지분법을 적용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18년 7월 이후 증선위와 금감원이 내세운 논리를 반복한 것이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연결회계를 적용하다가 2015년 들어 지분법을 적용, 기준이 변경되면서 삼바 관계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5조원대로 부풀려졌고, 그 결과 분식이 벌어졌다는 것이 증선위 주장의 요지이다. 

삼바 변호인단은 "사후적 시각에 의한 소급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2012년부터 지분법을 적용했다면 그것이야 말로 자신가치를 근거 없이 부풀린 분식회계가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2년 삼성바이오는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지배기업(종속기업, 자회사)으로 판단하고, 연결회계를 적용했다. 회사 측은 이 판단을 2014년까지 유지하다가 2015년 변경했다. 그해 9월과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2종의 판매를 허가했다. 삼성바이오는 공동투자자인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2015 회계년도 재무제표 작성 당시 삼바는 에피스를 단독지배기업이 아닌 '공동지배기업'(삼바-바이오젠 공동지배)으로 보고, 지분법 회계를 적용했다. 지분법 회계를 적용하면서 에피스의 지위는 종속기업에서 관계사로 바뀌었다. 

사건 경과에서 알 수 있듯 삼바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은 '회계방식 변경의 적정성 판단'이다. 통상적인 분식회계는 존재하지 않는 채권을 있는 것처럼 가공해 매출과 영업익을 부풀리거나, 존재하는 채무를 누락해 부채를 축소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삼바 분식회계 논란의 핵심은 재무제표 조작이 아니라 '회계방식 변경'의 당부 판단이다. 다수의 회계학자들이 "삼바 이슈는 회계처리방식 변경에 대한 해석의 문제이지, 분식은 아니다"라고 설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수 회계학자들의 견해와 달리 증선위는 18년 11월 14일 금감원의 2차 감리 결과를 그대로 인용해, 삼성바이오가 4조5000억원대 분식을 범한 것으로 판단했다. 같은 날 증선위는 과징금 80억원 부과, 대표이사 해임권고, 재무제표 재작성, 감사인 지정 3년 등의 제재처분을 의결했다. 금융위는 같은 달 20일, 증선위 의결을 반영해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증선위 의결 직후 삼성바이오는 효력정지 가처분 및 의결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증선위 의결의 효력은 이 사건 1심 판결 때까지 정지됐다. 이 사건 다음 7차 변론기일은 12월 9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속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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