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혐의 특정도 못해"... 허점 드러낸 檢 공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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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혐의 특정도 못해"... 허점 드러낸 檢 공소장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10.2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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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첫 공판준비기일
辯 "범죄구성요건 충족 여부 모호" 지적
재판부 "공소사실 정리 필요" 검찰에 요구
檢, "혐의 특정 위한 의견서, 일주일 안에 제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이 22일 오후 열린 가운데, 검찰과 변호인단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혐의적용을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공소장에서 이 부회장의 범죄혐의 구성요건 충족 여부를 모호하게 기재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향후 이어질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자본시장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11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공판에 앞서 검찰 및 변호인단의 향후 입증계획을 듣고, 증거에 관한 의견을 조율하는 절차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만큼,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피고인 11명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시세조종 등의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 산정을 위해 합병 전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반면, 변호인단은 기업의 일상적인 주가 관리를 시세조종으로 보는 시각 자체가 상식 밖이라고 받아쳤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역시 팩트 없는 설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삼성 주요 계열사 등을 대상으로 50여 차례의 압수수색을 벌였다. 전현직 임직원 110여명을 상대로 430회에 이르는 소환조사도 진행했다. 역대급 기록과는 달리 검찰은 이 부회장 등의 혐의를 입증할 ‘스모킹 건’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검찰은 공소장에 범죄구성요건 충족 여부를 명확하게 적시하지 못하는 등 ‘허점’을 드러냈다. 

이날 준비기일에서 변호인단은 “공소장을 보면 행위 중 어떤 것을 범죄구성요건으로 보는 것인지 특정이 안 돼 있다”며, 검찰에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다. 자본시장법 위반은 각 조항마다 구성요건이 다른데도, 공소장이 각각의 행위와 관련된 적용 법조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설명이다. 

재판부도 변호인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검찰에 “공소사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재판부가 이 같은 의중을 밝힌 것은 적잖은 의미를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상당한 기간 동안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했음에도 검찰이 이 부회장 혐의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준비기일에서는 검찰과 변호인단이 수사기록 열람 등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은 19만 페이지 분량으로 총 360여 권 분량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은 “아직 70여 권 정도를 등사하지 못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사건의 세세한 부분을 분석하고 증거 인부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데만도 3개월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한 번에 증거를 인부하는 방식보다는 진행상황을 체크하면서 기일을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검찰과 변호인단이 공판 일정을 놓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자,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은 가급적 총 2번으로 마칠 것”이라며 “2회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 14일 열겠다”고 정리했다. 내년 1월 예정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는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진술과 변호인단의 항변 및 향후 입증계획 설명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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