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공소사실에 강한 의문... 삼바 '원심파기' 가능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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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공소사실에 강한 의문... 삼바 '원심파기' 가능성 높아졌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6.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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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증거인멸' 항소심 4차 공판 29일 속행
재판부, 檢에 사례제출 요구... 증거인멸 대상서 노트북 제외
"혐의 이상으로 형 받는 건 억울... 검찰도 인정할 필요"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의혹 사건' 항소심을 심리 중인 재판부가 검찰 공소사실이 안고 있는 법리적 모순을 규명하는데 심리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사건 1심 법원과는 전혀 다른 시각을 나타내면서 ‘교사범들 사이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 '공동교사 법리 구성의 당부' 등 법리적 이슈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검찰이 공소사실 법리 구성과 관련돼 재판부가 요구하는 논거나 사례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 사건 원심 파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리오해'는 대표적인 원심 파기 사유인 만큼, 검찰로서는 교사범들 사이에 이른바 ‘공동교사’라는 법리 구성이 가능한지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이 사건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는 검찰 공소사실을 대부분 그대로 받아들여 피고인들에게 무더기 유죄판결을 내렸다.

29일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김민기 하태한 부장판사)는 이 사건 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지난 공판에서 재판부가 법리적으로 '교사범들 사이의 공동정범 성립' 등이 가능한지 검찰측에 석명을 요구함에 따라, 이를 입증하기 위한 증인신문이 이날 이뤄질 예정이었다. 

증인으로 검찰은 삼성바이오 재무책임자 A씨를, 변호인단은 회계전문가 B를 각각 신청했다. 그러나 A씨는 개인 일정상 문제로 불출석했다. 변호인단도 회계전문가의 진술이 현 단계에서 불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철회하면서 증인신문은 무산됐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측이 제출한 의견서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재판부는 “의견서를 검토한 결과, 피고측에서 혐의 전체를 부인하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양형이다. 변호인측에서 증명된 것 이상으로 형을 받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는데 검찰도 이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거인멸 및 은닉에 대한 공모·공동교사 등의 법리가 쟁점이 된 큰 사건이 없었던 만큼, 이 사건을 심층적으로 다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견해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본죄인 '타인의 형사사건'(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은 다루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그 대신 검찰 공소사실의 법리적 모순을 집중적으로 규명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증거인멸·은닉 대상을 서버와 노트북 등을 제외한 '저장매체와 디지털 파일 일체'로 규정했다. 파일 2600만개가 은닉됐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선 “시스템 파일 등은 모두 제외해달라”며 “관련 없는 파일은 정리해줘야 재판이 종결될 수 있다. 계속 붙드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파일 중에는 시스템 파일이 굉장히 많은데, 그 중 문서파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교통비 보조금 지급내역이나 경력사원 채용 품의, 수의사 연봉, 퇴직면담, 전기 회로도 등이 분식회계와 어떤 관련이 있고, 이러한 자료를 지웠다고 해서 처벌이 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많은 자료를 공소사실에 포함하지 못한 것은 수사 중이기 때문”이라며 "시스템 파일을 제외한 구체적인 증거파일 개수는 디지털 포렌식이 더 진행된 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및 삼성바이오 소속 임원 등이 2018년 5월 5일 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에 모여 대책회의를 열고 증거인멸을 모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의에서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내 전산자료에 대한 삭제가 결정됐고, 부하직원에게 순차 지시하는 방식으로 증거인멸이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의 기본 시각이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법리상 교사범과 공동정범이 동시에 성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피고인들의 회사 내 지위나 역할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교사범이면서 동시에 공동정범이 성립된다는 검찰 공소사실은 법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지난 기일에서 “각 피고인별 공소사실과 1심 판결에서의 범죄사실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증거인멸 공동정범인지 교사범인지 굉장히 모호한 측면이 많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증거조사를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 5차 공판기일은 8월 31일 오후 2시 30분에 속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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