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2만건 증거인멸" 주장 檢, 특정한 증거는 달랑 2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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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2만건 증거인멸" 주장 檢, 특정한 증거는 달랑 20건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10.0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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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증거인멸 2차 공판... 변호인단 "자료삭제, 분식회계와 무관한 일"
"2012년~ 2014년 로직스가 에피스 '단독지배'... 회계기준에 부합"
'증거자료' 특정 미루는 검찰... "분식회계 혐의와 별도로 증거인멸죄 성립" 주장 되풀이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사진= 시장경제신문 DB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사진= 시장경제신문 DB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인멸 및 교사 혐의 공판에서 변호인단이 회사 컴퓨터와 서버의 자료삭제는 분식회계와 무관하게 일어난 일이라고 강조 했다. 변호인단은 "증거인멸죄의 본죄에 해당하는 분식회계 혐의는 검찰 수사 개시 1년이 다되도록 아직 드러난 물증이 없다"며 "외부 반출될 경우 법적인 분쟁 발생 우려가 있는 인수합병 관련 자료, 기간이 오래된 자료를 삭제한 것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검찰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변호인단 항변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정리할 수 있다. ▲수사 중인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 없이 증거인멸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바이오로직스가 콜옵션의 존재를 고의 은폐·부실공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삼바 회계처리 변경에 대한 해석 등이 그것이다. 

우선, 변호인단은 바이오로직스·바이오에피스 임직원들의 컴퓨터 파일 삭제는 분식회계와 무관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계자료를 삭제하려 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자료가 외부로 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의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으로부터 의혹제기가 지속돼 왔고,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유출된 자료들이 또 다른 의혹을 확대·재생산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직원들이 본능적으로 일부 파일을 삭제했다는 것이 변호인단 설명의 요지다. 

특히, 삼성바이오는 신생기업이었기 때문에 그룹사와의 긴밀한 소통이 불가피한데, 이와 관련된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면 불필요한 오해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회사 내에 팽배했다고 변호인단은 덧붙였다.

◆辯 "분식회계 혐의 성립 안된다면, 증거인멸죄 성립도 어불성설"

변호인단은 본죄인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입증도 안 된 상태에서 증거인멸죄의 성립여부를 논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형법 제155조에 따르면,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변호인단은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려면) 자료를 삭제한 행위 모두를 증거인멸로 볼 수 있고, 삭제된 증거가 타인의 형사사건(분식회계 사건) 관련 자료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성은 예측 가능한 범위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 공소장은 엄격한 증명이나 설명 없이, 삭제한 모든 자료를 증거인멸로 기재했는데 증거의 특정이 없다면 증거범위가 무한정 확장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우려했다. 

삭제된 자료 중에는 범죄성립과 무관한 자료가 있을 수 있고, 결정적인 자료나 단순 경위 자료도 존재할 수 있다. 이는 범죄 성립 내지 양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증거에 대한 특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검찰은 이 사건에서 증거자료 특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바이오로직스측이 2만여 건의 문서를 삭제했다면서도 공소장에 특정한 증거는 20여 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특정한 증거 중 2건은 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참여연대의 질의 관련 문건과 금감원의 특별감리 실시 문건”이라며 “이 문건은 분식회계 입증과 관련이 없고, 만일 있다고 해도 대단히 지엽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법리적으로 볼 때,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유·무죄 여부는 이 사건 증거인멸죄 성립과 상관이 없다는 것이 통설”이라며 “인멸된 증거라는 특수성 때문에 일일이 특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맞섰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檢-辯, 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방식 변경 놓고 치열한 공방

검찰과 변호인단은 바이오로직스의 콜옵션 부실공시를 비롯한 분식회계 의혹 전반에 대해서도 대립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2012년 2월28일 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바이오젠과 손을 잡고 조인트벤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 바이오젠은 미래 일정 시점에 에피스 발행 주식을 '최대 50%-1주'까지 살 수 있는 콜옵션 약정을 삼성바이오와 체결했다. 

설립 당시 바이오에피스 발행주식의 85%는 바이오로직스가, 나머지 15%는 바이오젠이 보유했다.

바이오로직스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바이오에피스를 단독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연결 회계’를 적용했다. 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를 하나의 회사로 취급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2015년 들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안 아래 '지분 회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의 해석은 엇갈렸다. 

변호인단은 에피스 설립 당시 바이오로직스가 지분 85%를 확보했고 이사회 5명 중 4명을 지명할 수 있는 권리 뿐 아니라 대표이사 임명권도 갖고 있었던 만큼, 삼바가 에피스를 단독지배한 것으로 판단한 사실에 위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에피스를 단독지배한 것으로 판단한 이상, 해당 기업을 종속회사(자회사)로 보고 연결 회계를 적용한 것은 논리적으로 당연한 결정이다. 

이와 달리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에피스 설립 당시인 2012년부터 삼바와 바이오젠이 에피스를 공동지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기본 시각도 증선위의 그것과 같다.

에피스를 처음부터 공동지배한 것으로 보면, 회사를 더 이상 삼바의 종속회사로 둘 수 없다. 즉 증선위는 2012년 에피스 설립 시점부터 연결 회계가 아닌 지분회계를 적용해, 에피스를 삼바의 단독지배기업이 아닌 관계사(피투자기업)로 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실공시 의혹 역시 증거이멸 공판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검찰은 바이오로직스측이 2014년 재무재표 공시에서 콜옵션의 존재를 ‘주석’을 통해 밝혔지만, 중요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누락시켰기 때문에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위반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변호인단은 “검찰은 삼바 측이 콜옵션 관련 공시를 누락했다는 주장을 펴면서도 정작 누락된 중요 항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변호이단은 "회계기준에선 중요한 사안을 부연설명할 때 ‘주석’을 사용토록 돼 있고, 이에 대한 1차적 판단은 회사에 맡기고 있다”고 받아쳤다. 

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공시한 것과 같은 수준으로 ‘콜옵션’의 존재를 밝혔고, 회계법에서 정하는 ‘중요한 사안’은 회사가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거짓공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이 사건 3차 공판은 8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에서 속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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