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재항고 기각"... 大法도 삼바 손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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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 재항고 기각"... 大法도 삼바 손들어줬다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9.1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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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 ’삼바 제재 처분‘ 의결 효력, 본안 1심 선고시까지 정지 
하급심 “쟁점은 분식회계 혐의, 다툼 여지 충분”... 삼바 측 손 들어줘 
분식회계 혐의에 근본적 의문 던진 법원, 검찰 수사에 영향 줄 듯 
본죄(분식회계) 혐의 입증 안되면, 증거인멸 처벌도 어려워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사진=이기륭 기자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사진=이기륭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혐의점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삼바 집행정지신청 재항고 사건’ 최종 결론을 냈다. 대법원은 6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제기한 이 사건 재항고를 기각했다. 이날 결정으로 지난해 11월14일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에 부과한 제재처분의 효력은, 본안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지된다.

이 사건 집행정지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은 1심과 2심, 대법원이 모두 일치했다.

앞서 올해 1월2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삼성바이오가 증선위 제재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낸 신청사건을 인용했다. 항고심 재판부(서울고법 행정11부)도 5월13일 1심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

사건을 심리한 하급심 법원들은 집행정지신청 인용 결정의 이유로 다음과 같은 3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 증선위가 분식회계 의혹을 최초 제기한 시민단체 참여연대의 관련 질의에 ‘삼성바이오 회계처리는 적법했다’는 답변을 보낸 점,

두 번째 다수의 회계전문가들이 ‘삼성바이오의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밝힌 점,

세 번째 증선위 제재처분의 효력을 정지하지 않으면 신청인(삼성바이오)이 대규모 분식회계를 한 기업으로 낙인찍히고 그 신용과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고려해 이 사건 신청을 인용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 집행정지신청 인용 이유 중 일부. 

위 내용 중 첫째, 둘째 이유는 ‘본안에서 다툼의 여지가 상당함’을 하급심 재판부가 인정했음을 뜻한다.

2015년 5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전후에 불거진 삼바 분식회계 의혹은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반기업 성향 시민단체가 처음 제기했다. 이후 민주당 박용진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일부 정치인들이 동조하면서 의혹은 몸집을 키웠다.

이들은 2011년 설립 이후 적자를 이어오던 삼성바이오가 2015년 갑자기 1조원이 넘는 대규모 당기순이익을 낸 사실을 지적하며 금융당국에 조사를 촉구했다.

잡음이 계속되자 금융감독원은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위탁해 삼성바이오 재무제표 전반을 감리했다. 2016년 삼바 재무제표를 감리한 공인회계사회는 “중요성 관점에서 삼바의 회계처리는 적정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해 말 참여연대의 요구로 열린 IFRS 질의회신 연석회의도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는 적정했다’며 한국공인회계사회와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이 회의에는 금감원 관계자도 참석했다.

삼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금융당국의 태도는 현 정부 출범 후 갑자기 바뀌었다. 2017년 4월 삼성바이오 감리에 다시 나선 금감원은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금감원은 삼바의 2012~2014년 회계처리는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나, 2015년 ‘지분법 회계를 적용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한 것은 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다시 한번 감리에 착수, ‘2012년 회사 설립 시점부터 에피스를 자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사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은 3차례나 변경됐다. 이 시기 금감원의 감리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다.

[중요성 관점에서 적법했다]→[2012~2014년은 적법하지만 2015년 회계는 위법하다]→[2012년부터 2015년까지 모두 위법하다]

◆참여연대 출신 김기식 전 금감원장 “취임 일주일만에 삼바 분식회계 결론”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진=tbs 화면 캡처.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진=tbs 화면 캡처.

참여연대는 지난해 6월, 7월, 11월 3차례에 걸쳐 삼성바이오와 이 회사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두 곳, 각 법인의 대표 등을 외부감사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추가 고발하는 등 금융당국에 대한 압박을 계속했다.

참여연대 출신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지난해 3월 말 취임 직후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사실로 단정 짓고 빠른 후속 조치를 관계자들에게 독려했다. 김 전 원장은 올해 6월24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건, 1년여 끌어오던 걸 제가 되자마자 일주일 만에 결론을 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증선위는 지난해 11월14일 금감원의 2차 특별감리 결과를 받아들여 “삼성바이오가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과 공모해 4조5000억원 규모의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발표하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감사인 지정 3년 ▲재무제표 재작성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등의 제재를 의결했다.

삼성바이오는 같은 달 28일 서울행정법원에 증선위 의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내면서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회사 측이 집행정지를 구한 증선위 제재는 감사인 지정 3년, 회사 재무제표 재작성,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다.

◆회계학자들 “삼바 회계처리 중요성 관점에서 적법”

금감원 특별감리 및 증선위 ‘분식회계’ 의결에 대해, 대부분의 회계학자와 공인회계사들은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이들은 “삼성바이오 재무제표는 중요성 관점에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삼바 위탁 감리에 참여했던 수도권 모 대학 회계학 교수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삼바 재무제표는 K-IFRS에 따라 적정하게 작성됐으며, 중요성 관점에서 위반사항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이병태 KAIST 교수, 홍기용 인천대 교수 등 경영·회계 전문가들도 “삼바 재무제표는 K-IFRS에 부합한다”며 “증선위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대와 고려대 회계학 교수들도 이 사건 집행정지신청 사건 심리 재판부에 낸 의견서를 통해 같은 태도를 취했다.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K-IFRS 도입과정을 잘 알고 있는 A교수는 “대형 회계법인 일부를 제외하면 공인회계사들조차 IFRS 개념을 이해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삼바 분식회계 의혹은 K-IFRS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2015회계연도 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 “지분법 회계 적용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지분법 회계’를 적용하면 자산과 부채를 모두 공정가치(시가)로 평가해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하는데,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에피스 주식(평가익)이 미국계 글로벌 기업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평가손)보다 많기 때문에 [2015회계연도 재무제표상 ‘1회성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아래 편집자주 참조).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 사진=이기륭 기자.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 사진=이기륭 기자.

◆하급심은 물론 대법원도 ‘고의 분식회계’ 혐의에 의문

법원의 판단은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대규모 압수수색을 계기로 ‘삼바 분식회계 의혹 전담수사팀’을 만들었으나 분식회계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증거인멸 자체가 분식회계의 증거”라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설득력이 약하다. 증거인멸은 ‘본죄’에 대한 특정 및 입증을 요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 ‘본죄’는 분식회계 의혹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특정과 입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검찰은 올해 5월 이후 삼성바이오 및 에피스 일부 임직원과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등 8명을 증거인멸 혹은 그 교사 혐의로 구속했으나 ‘본죄’에 해당하는 분식회계 혐의 입증과 관련해서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4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검찰에 ‘피고인들이 인멸한 증거가 무엇인지 특정할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증거인멸 행위가 무엇인지 누가 언제 어떤 방법으로 교사했다는 것인지 명확히 정리돼야 한다”며, 석명(釋明)이 필요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검찰은 지난달 초 삼바 수사전담팀을 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특수4부로 변경했다.

특수4부장은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한 이복현(사법연수원 32기) 검사. 그는 현대차 비자금,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에서 박영수 특별검사, 윤석열 검찰총장과 호흡을 맞춘 특수통 칼잡이다.

검찰이 수사부서장 교체에 나섰다는 것은 이 사건에 대한 수뇌부의 관심이 그만큼 깊다는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쟁점인 분식회계 혐의 입증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편집자주]

<삼성바이오 사건 진행 경과>

▶증선위의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의결'로 불거진 이 사건 쟁점은, '에피스에 대한 삼성바이오 회계처리의 적정성' 판단이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2월, 미국 바이오젠사와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개발 기업 에피스를 공동 설립했다.
▶에피스 설립 초기 지분 비율은 삼성바이오 85%, 바이오젠 15%로 삼성바이오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5명으로 이뤄진 이사진 구성에서도 삼성바이오가 4명의 선임권을, 바이오젠이 1명의 선임권을 가졌다. 대표이사 선임권 역시 삼성바이오가 행사했다. 바이오젠은 미국 나스닥에 '에피스의 지배권은 삼성바이오가 행사한다'는 사실을 매년 공시했다. 
▶다만 바이오젠은 에피스가 복제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를 예상해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보유했다. 바이오젠은 콜옵션을 행사해 '에피스 발행주식의 50%-1주'까지 지분 비율을 높일 수 있었다. 
▶이후 에피스는 2014년까지 두 차례 증자를 실시, 자본금을 늘렸다. 증자과정을 통해 삼성바이오의 보유지분은 91.2%까지 올랐다. 반면 두 차례 증자에 모두 불참한 바이오젠의 보유지분은 8.8%까지 떨어졌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에피스를 종속회사(자회사)로 판단하고, 연결재무제표 작성시 에피스를 포함시켰다. 이 기간 동안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삼성바이오에 있다는 판단에 따른 회계처리였다.  
▶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는 2015년 들어 달라졌다. 에피스는 설립 이후 크론병, 강직성 척추염,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에 적응증을 가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7종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착수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성분명 : 에타너셉트(오리지날 의약품 앤브렐)’ 시밀러는 2015년 9월, ‘성분명 : 인플릭시맵(오리지날 의악품 레미케이드)’ 시밀러는 그해 12월 각각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앤브렐 시밀러는 2016년 1월, 레미케이드 시밀러는 같은 해 5월 유럽의약품청(EMA)의 심사를 통과했다. 
▶삼성바이오는 복제약 시판 허가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삼일 안진 삼정 등 국내 3대 회계법인의 조언을 받아들여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제외했다. 대신 삼성바이오는 에피스를 지분법상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변경은 2015년 회계년도 결산 시점인 2016년 3~4월 이뤄졌다.  
▶종속회사는 모회사의 연결재무제표에 편입된다. 반면 관계회사는 종속회사가 아니므로 영업손익만 투자기업의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종속회사는 모회사가 '단독지배'하지만, 관계회사는 투자기업들이 '공동지배'하는 구조다. 
▶바이오젠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해 6월28일, 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했다. 이런 사실은 나스닥 공시를 통해 확인됐다. 삼성바이오도 같은 달 29일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따라 보유 중인 에피스 주식 1956만 7921주 중 922만 6068주를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11월 7일 바이오젠에 에피스 주식을 양도하고, 매각대금으로 7595억원을 받았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을 추진했다. 같은 해 5월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0.35로 정해졌다. 두 회사는 7월 주주총회 합병 결의를 거쳐 그해 9월 합병절차를 마무리했다. 합병 전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 지분 45.65%를 보유한 공동 최대 주주였다.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한 회계처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16년 3~4월이었기 때문에 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변경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삼성바이오는 2016년 11월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2016년 금감원의 위탁을 받아 삼성바이오 감리에 나선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회계처리는 적정했다'고 판단했다. 같은 해 말 참여연대의 요구로 열린 IFRS 질의회신 연석회의도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회의에는 금감원 관계자도 참석했다. 
▶2017년 4월 감리(1차)에 나선 금감원은 판단을 번복했다. 2012~2014년 회계처리는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나, 2015년 지분법 상 관계사로의 변경은 잘못됐다는 것. 즉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봤어야 한다는 것이 1차 감리 결론이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재감리에 나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모두 지분법상 관계사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며 다시 한 번 입장을 바꿨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6월, 7월, 11월 3차례에 걸쳐 삼성바이오와 이 회사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두 곳, 각 법인의 대표 등을 외부감사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추가 고발했다. 
▶지난해 11월14일 증선위는 금감원의 재감리 결과에 따라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의결했다. 증선위는 과징금 80억원 부과, 감사인 지정 3년, 재무제표 재작성,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등의 제재처분을 내렸다. 
▶증선위는 지난해 11월20일 삼성바이오와 회계법인 두 곳을 외부감사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주요 혐의는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위반, 사업보고서 거짓 기재 등이다. 
▶지난해 11월28일, 삼성바이오는 서울행정법원에 증선위 의결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신청을 냈다. 회사 측은 “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변경은 'IFRS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회계법인의 조언을 따른 것”이며, “이 과정에서 국내 3대 회계법인과 회계학자 10명의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6일 삼성바이오에 대한 과징금 80억원 부과 처분을 최종 결정했다. 위원회는 “사업보고서 거짓 기재 등 삼성바이오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올해 1월22일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바이오가 낸 제재처분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였다. 신청 사건 본안(증선위 의결 취소 청구소송)을 심리 중인 재판부는 기일을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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