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해외법인 실적 '삐걱'... 美·中·동남아 9곳 '역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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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해외법인 실적 '삐걱'... 美·中·동남아 9곳 '역성장'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4.03.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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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순익 '21%' 감소... 조달비용 증가 여파
독일·필리핀·브라질 적자, 홍콩·미얀마만 선전
아시아 넘버원 비전·전략 발표... "CIB강화 골자"
조병규 행장, 해외부진 만회 '중장기 비전' 주목
사진=우리은행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은행장 조병규)의 지난해 해외실적이 20% 넘게 감소했다. 4대 은행(KB·신한·우리·하나) 중 유일하게 역성장한 것인데, 11개국 해외법인 중 9곳의 순이익이 줄었다.

은행 측은 각 나라의 경제상황, 고금리가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했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이 올해 반등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20일 우리은행이 공시한 2023년 연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해외법인 11곳의 순익은 총 2279억원이다. 전년도 2883억원보다 21% 줄어든 수준으로 일부 법인이 적자로 돌아서거나 손실폭이 커진 게 악영향을 끼쳤다. 독일에 있는 유럽우리은행의 경우 2021년 6억4900만 적자에서 2022년 13억원 흑자전환했다가 지난해 다시 51억원 손실을 냈다.  

필리핀법인(우리웰스뱅크필리핀)은 2021년 19억원에서 8억2000만원(2022년)까지 순이익이 줄었다가, 2023년엔 아예 1억3800만원 적자였다. 브라질우리은행도 2022년 13억원 손실이었다가 1년 만에 폭이 32억원으로 커졌다. 러시아법인은 이때 순익 121억원에서 81억원으로 33% 급감했다. 

우리은행의 해외 성적표에서 주목해볼 지역은 동남아시아다. 

적자였던 필리핀을 열외로 두더라도 우리은행의 동남아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 먼저 베트남우리은행은 순익이 전년 대비 6% 줄어 597억원에 그쳤다. 캄보디아법인(캄보디아우리은행)은 598억원에서 252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인도네시아에 있는 우리소다라은행도 684억원에서 60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동남아시아 다음으로 큰 규모를 갖춘 미국·중국법인도 1년 전과 비교해 11%, 6% 역성장했다. 두 법인의 작년 순익은 324억원, 339억원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의 11개 해외법인 중에서는 우리파이낸스미얀마(미얀마), 홍콩우리투자은행(홍콩)이 각각 23%, 47% 성장하며 선전했다. 두 곳의 순이익은 24억원, 145억원이었다. 

은행 관계자는 해외실적 감소에 대해 "동남아의 경우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조달비용이 늘어난 여파로 이자이익이 줄었다"면서 "여기에 코로나 등으로 경제에 타격을 입었던 각국의 상황도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우리은행 해외법인 주요 6곳의 2022년, 2023년 순익 변동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우리은행 해외법인 주요 6곳(우리아메리카은행, 중국우리은행,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베트남우리은행, 캄보디아우리은행, 홍콩우리투자은행)의 2022년, 2023년 순이익 변동 추이. 자료=우리은행 2023년 사업보고서(단위 : 백만원)

우리은행과 다르게 나머지 은행은 지난해 해외에서 크고 작은 성과를 거뒀다.

신한은행의 경우 총 2022년 4269억원에서 2023년 4824억원으로 13% 늘었다. 미국법인이 적자로 돌아섰고 중국 실적이 14% 넘게 줄었지만 ▲일본 ▲베트남 ▲캐나다가 건재하고 ▲독일 ▲카자흐스탄 ▲멕시코가 크게 성장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1129억원을 기록한 하나은행의 성적표에선 ▲미국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홍콩의 고른 성과가 눈에 띈다. 여기에 2022년 적자였던 중국법인이 작년엔 49억원 흑자로 돌아선게 겹치면서 해외법인 순익은 무려 15배 폭증했다. 다만 인도네시아법인(PT Bank KEB Hana)이 26% 쪼그라든 게 '옥에 티'였다.

KB국민은행은 손실폭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중국·미얀마 현지법인이 이익으로 돌아섰고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PT Bank KB Bukopin Tbk)의 적자폭을 줄였다. 캄보디아 KB프라삭은행도 순익이 절반 감소했으나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KB프라삭은행이 흑자전환의 키를 쥐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한편, 해외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우리은행의 행보는 올해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은행은 작년 10월 '아시아 NO.1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비전, 성장전략을 제시했다. 전체 수익의 25%를 해외에서 내겠다는 큰 틀 아래 동남아시아 3대 법인(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를 육성하고 기업투자금융(CIB)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같은 해 12월엔 기업그룹과 IB그룹을 통합해 CIB그룹을 만들어 전략을 구체화하려는 노력도 내비쳤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은행의 이익이 둔화되고 고금리, 경제 불황이 여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의 해외전략이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올해 1분기 업계의 관심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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