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대주주 편법 지배력 확대 막는다... 자사주 제도 개선안 발표
상태바
금융당국, 대주주 편법 지배력 확대 막는다... 자사주 제도 개선안 발표
  • 전지윤 기자
  • 승인 2024.02.02 1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위, 자사주 제도개선 간담회서 개선안 발표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금지
자사주 관련 '全과정' 공시 의무 부과도
'자사주 소각' 의무화, 기업 반발에 보류
"국내 상황 맞춰 제도 개선해야" 지적도
지난 3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사주 제도 개선 간담회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3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사주 제도 개선 간담회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업 내 대주주들이 자기주식(자사주)을 이용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통로가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기업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금지를 추진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3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소재의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개선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금융위를 비롯한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관계부처,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의 유관기관 등이 참여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국내 자사주 제도는 미국 등의 주요국들과 달리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래 목적이 아닌 대주주 지배력 확대 등으로 악용되고 있고, 이에 대한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구체적으로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 배정돼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수단으로 남용되는 문제가 있고, 자사주 관련 정보가 시장 내 적시에 제공되고 있지 않아 일반주주의 권익이 침해될 소지도 상당하다"고 꼬집었다. 

자사주란 회사가 본인이 발행한 주식을 재취득해 보관하는 주식을 말한다. 과거에는 자사주 취득이 '자본충실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금지했으나 주주환원 등을 위해 1992년부터는 단계적으로 허용해 왔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경우 자사주를 대주주 지배력 확대,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선진국과는 달리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소각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주주환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 한국의 주주환원률은 연평균 29%로 미국(39%), 중국(31%)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금융위는 인적분할 시 소위 '자사주 마법'을 통해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인적분할은 사업부문을 분리해 신설법인을 설립한 후 신설법인 주식을 기존 주주에게 분배하는 기업 구조개편 방식을 말한다. 

인적분할로 지주사와 신설법인으로 쪼개지게 되면 법인이 보유한 자사주가 분할 비율만큼 지주사로 넘어가고, 동시에 지주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신설법인의 새로 발행되는 주식(신주)으로 전환된다. 자사주는 의결권 등의 주주권이 제한되고, 이에 신주를 배정하면서 대주주가 분할법인을 활용한 간접지배를 통해 신설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추가로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금융위는 향후 상장법인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제한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합병에 대해서도 이를 동일하게 적용해 신주배정을 제한한다. 인적분할 후 신설회사가 재상장을 신청하는 경우에도 배당 확대 등 종합적인 투자자 보호방안에 대해 심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자사주에 관련된 전 과정에 대한 공시도 강화한다. 상장법인의 자사주 보유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는 경우 이사회가 자사주 보유 사유, 향후 추가매입 또는 처분과 같은 계획 등 자사주 보유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공시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한다. 자사주 처분 시 처분 목적, 처분 상대방 선정 사유, 일반주주의 권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도록 규정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선 방안에 자사주 소각 의무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사주 소각이란 회사가 자사의 주식을 취득해 이것을 소각하는 것으로, 발행주식수를 줄여 주당가치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번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제에는 기업들의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 안팎에서는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는 자사주가 유일하다는 의견도 제기돼 왔다. '자사주 마법'이라는 것은 지배구조 문제에서 비롯된 것일 뿐, 자사주 자체의 문제는 아니란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자사주 소각까지 단계를 밟아야지만 진정한 주주환원 정책이 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나라들 대부분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또 다른 상황이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에서는 이번 개선방안은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자사주가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에 기여해야 한단 방향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이를 규율하는 방식, 강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 같은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자사주가 기업 경영 활동을 위한 다양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단 점을 감안해 시장 자율성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양하면서 때로는 대립되는 의견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며 "향후 자사주가 더 이상 대주주의 편법적인 사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연 취지대로 운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