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펀드 만기 줄줄이 도래 예정... 관련 손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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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부동산 펀드 만기 줄줄이 도래 예정... 관련 손실 우려
  • 전지윤 기자
  • 승인 2024.01.3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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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기 도래 예정 해외 부동산 펀드, 11.6조원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평균 수익률, 1년간 11.39%↓
운용사, 시간 벌기 위해 만기 연장... 매각 손절도
해외 부동산 가격 하락세 지속에도... 해결책 없어
"투자자 책임 원칙 고수"vs"피해 최소화 우선해야"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해외 부동산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와 상품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12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해외 부동산 펀드의 만기가 올해 내로 도래하는 가운데 수익률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판매 현황'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 중 올해 만기 도래 예정인 펀드의 규모는 11조6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이후 판매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총 14개 중 11개가 손실을 내고 있다. 최근 미국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리 인하를 시사하며 이른 시일 내 금리가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하 효과가 부동산 시장까지 영향을 끼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최근 1년 동안 11.39% 떨어졌다. 팬데믹 이후 오피스 임대 수요가 급감했고, 이에 따라 상업용 오피스 가격이 급락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분기 이후 유럽 역세권 건물 가격은 25% 이상 하락했고, 유럽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60% 급감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전역의 오피스 공실률은 19.6%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펀드 상품별로 봤을 때 수익률은 더욱 큰 폭으로 떨어졌고, 운용사들은 만기를 연장하거나 서둘러 손절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독일 트리아논(TRIANON) 빌딩에 투자하는 이지스 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는 수익률이 -81% 수준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말까지였던 만기를 올해 2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함과 동시에 같은 기간까지 대주단의 권리 행사 등을 유보하는 '유보계약'을 체결했다.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의 수익률은 1년 동안 52% 하락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해당 펀드의 자산인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시티라인 내 오피스 4개동을 매입가 대비 20% 낮은 가격에 자산을 매각했다. 

'하나대체투자나사부동산투자신탁1호'는 2월 29일 수익자총회를 열고 신탁계약기간을 5년 연장하기 위해 논의할 예정이다. 해당 펀드는 올해 3월 30일 만기를 앞두고 있었으나 미국 나사 본사가 입주해 있는 투자자산, 미국 워싱턴 빌딩의 매각에 실패하면서 만기 연장에 나섰다. 

그밖에 한국투자리얼에셋의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파생형)'도 33.9%, '한국투자뉴욕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1'의 경우 29.78% 하락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당국이나 협회, 업계에서는 별다른 해결책을 구하지 못한 모양새다. 최근 문제점이 대두되며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 펀드'가 언급됐고,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해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의 논의는 시작됐지만 마땅한 합의점이 나오진 않았다. 

리파이낸싱 펀드란 증권사, 자산운용사가 자금을 출자한 뒤 해외 선순위 대출을 넘겨받아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펀드의 만기를 연장함으로써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리파이낸싱 펀드에 관련한) 논의는 이미 시작됐지만 금융당국은 물론 각 증권사, 운용사별로 의견이 다른 상황"이라며 "당국과도 협의가 돼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현재 상황이 부진한 상태"라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공모펀드에 대해 '투자자 책임 원칙'을 주로 두고 있다. 투자자는 스스로의 자유로운 선택, 결정에 따라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에 대해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운용사 등도 '수탁자 책임 원칙'이 있는 만큼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을 최대한 막기 위해 리파이낸싱 펀드 조성이 필요하단 것에 동의한다"며 "그러나 일부 운용사들이 손실을 확실히하며 자산을 매각하고 있는 만큼 공동 출자에 대한 공통 의견이 나오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펀드마다 각 상품 상황이 다르고, 이 때문에 일괄적인 기준이나 규모를 정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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