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어쩌라고"... 은행들, 특별준비금 도입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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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어쩌라고"... 은행들, 특별준비금 도입에 '골머리'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3.11.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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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대손충당금·준비금' 외 '특별대손준비금' 추가 도입
명분은 '미국 SVB 사태', 진짜 이유는 '이자 잔치' 제어
금융권 "충당금 쌓을수록 사회공헌·주주환원 줄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대손충당금, 대손준비금 외에 또 다른 충당금인 '특별대손준비금' 도입하기로 함에 따라 은행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은행의 경우 충당금 규모가 커질수록 사회공헌, 주주배당 규모가 줄어드는 이익 분배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제19차 정례회의에서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은행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도입하고, 은행별 대손충당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예상손실 전망모형 점검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올해 3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발표한 은행 건전성 제도 정비방향의 후속조치다. 

이번 개정안이 추진된 이유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때문이다. 올해 4월 SVB 사태로 우리나라 은행권 위기대응능력, 손실흡수능력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당시 국내 은행은 회계기준에 따라 향후 예상손실에 상응하는 수준에 대해서만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왔다. 하지만 대손충담금 수준이 미국, 유럽 등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국내 은행의 총여신 대비 충당금적립률은 0.93%다. 유럽(1.51%)과 미국(1.67%)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 적립수준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 충당금을 쌓을 수 있도록 제도화 한 것이다. 

사진=금융위
사진=금융위

은행권은 추가로 충당금을 쌓을 경우 '사회공헌'과 '주주환원'이 줄어들까 우려하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의 이익 분배 구조상 충당금을 늘리면 사회공헌과 주주환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충당금을 추가 도입하면서 사회공헌을 늘리고, 주주환원을 지키라는 것은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경우 당기순익에서 충당금을 뺀 '조정이익'으로 사회공헌, 주주배당, 성과급을 배분한다. 예컨대 당기순익 100억원에서 충당금 30억원을 뺀 70억원(조정이익)으로 사회공헌, 주주배당, 성과급을 나눴다면 앞으로는 특별 충당금 20억원을 추가로 제외한 50억원의 조정이익에서 사회공헌, 주주배당, 성과급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권이 사회공헌을 더 해야 한다는 지적과 충당금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상충되는 지점이다.

B은행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은행은 갑질을 많이 한다', '은행은 일종의 독과점'라고 비판하는 배경은 이해하지만 금융당국의 정책(특별충당금)이 감정적으로 추진된 부분은 다소 아쉽다"고 설명했다.

C은행 관계자는 "당시 SVB 사태가 은행 위기를 시사한 것은 맞지만 금융당국과 기재부,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국내 은행은 이미 충분히 안전하다고 진단했고, 단순히 안전하다는 게 아니라 월등히 안전하다며 국민을 안심시켰다"며 "특별충당금을 도입하는 진짜 이유는 국민들은 고금리로 힘들어 하는데, 은행만 돈을 너무 잘 벌고, 성과급도 많이 지급한 것에 대한 보완책으로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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