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충담금' 기준 상향에... 다중채무자 대출문턱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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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충담금' 기준 상향에... 다중채무자 대출문턱 높아진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3.09.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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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저축銀 대손충당금 요적립률 최대 170% 상향
대출받음 금융사 5~6개면 충당금 130% 적립, 7개 이상이면 170%
“충당금 부담 커질수록 상환능력 부족 다중채무자 대출 줄일 것”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위기의 저축은행을 살리기 위해 대손충당금 기준을 대폭 상향했다. 차주가 대출 중인 금융사가 많을수록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는 방식이다. 사실상 다중채무자는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들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정책자금을 늘려 중·저신용자가 제도권 내에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정례회의를 열고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일부개정규정안’을 의결했다. 5~6개 금융회사를 이용 중인 고객의 대출에 대해서는 대손충당금 요적립률의 130%를, 7개 이상 금융회사를 이용 중인 차주인 경우엔 150%를 적립하는 것이 골자다. 도입 시기는 2024년 7월부터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를 뜻한다.

지금까지는 저축은행 대손충당금 적립 시 차주가 이용 중인 금융회사의 ‘수’는 대출의 대상이 아니었다. 대출채권의 건전성 분류에 따라 최저적립률만 정해져 있을 뿐이었다. 가계대출의 경우 정상 1%, 요주의 10%, 고정 20%, 회수의문 55%, 추정손실 100%다.

금융위가 저축은행의 규제를 강화하는 이유는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건전성 악화는 막아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체 79개 저축은행 연체율은 5.33%로 집계됐다. 2022년 말(3.41%) 대비 1.92% 올랐고, 올해 1분기(5.1%)보다 상승했다.

대손충당금 증가로 저축은행은 앞으로 다중채무자의 대출을 줄이거나 이자를 올려 리스크를 상쇄할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2022년 말 기준 77.4%다. 은행(27.3%)과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아직 재무건전성(BIS 비율)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이유는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과 이자상환 유예 등 정부의 코로나 지원이 올해 9월 만료되면 연체율 급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익성 악화는 이미 고착화됐다. 전체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순손실은 6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1년 금융위기 당시 줄곧 적자를 기록하다 2013년 첫 분기 흑자로 전환한 지 9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6월 기준) 대부업체가 새로 가계에 신용대출을 내어 준 금액은 6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대부업체가 1년 동안 공급한 신규 가계신용대출 규모(4조1000억원)의 14.6% 수준이다. 저축은행 역시 올해 상반기(6월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신규 가계신용대출 공급액은 5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전체 공급 규모(17조2000억원)의 33%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저축은행은 다중채무자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만큼 저신용자나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출을 당장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충당금 부담이 커질수록 상환능력이 부족한 다중채무자의 대출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면 다음 수순은 ‘대부’ 또는 ‘사채’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에서 충당금 규제 강화에 따른 후속 반응을 보고, 또 다른 정책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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