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兆 적자 늪, 한전 국감 전운... "전기료 인상? 구조조정부터"
상태바
200兆 적자 늪, 한전 국감 전운... "전기료 인상? 구조조정부터"
  • 김호정 기자
  • 승인 2023.10.12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년 새 적자 47조원…연결 부채 201조원
與 "지난 정부 탈원전이 부채 증가 원인"
野 "탈원전 영향 미미... 원인은 영업 부실"
원자력 학계 "탈원전은 실패한 정책" 평가
'구조조정 필요성 공감' 여론 높아... "요금 인상은 최소화"
김동철 한전사장 취임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동철 한전사장 취임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천문학적 규모의 빚을 안고 있는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인상 현실화를 이뤄내며 적자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전은 이달 19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거래소, 한전KDN, 한전KPS,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발전사 및 에너지 공기업 16곳과 함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는다.

대기업 총수나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 금융지주 회장 등이 증인으로 소환되는 정무위, 국토위 등과는 다르게 굵직한 이슈는 없지만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논의되는 만큼 관심이 쏠린다. 한전 설립 62년 만에 정치인 출신으로 수장을 맡은 김동철 사장이 취임 후 첫 국정감사에 나서는 점도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201조 4000억원의 빚더미에 앉은 한전은 올해 상반기 적자만 8조원 대에 이른다. 한전은 2020년 4조863억원 흑자를 기록한 이후 2021년 5조8465억원, 2022년 32조6552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적자는 각각 6조1776억원, 2조2724억원으로 집계됐다. 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년 6개월 동안 46조 9517억원의 적자가 쌓인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전의 심각한 적자가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 등을 초래할 수 있으며, 필수적 투자 재원을 확보하지 못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적자 해소와 전력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인상 요인을 반영한 전기요금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전 적자 원인, 국제 연료價 폭등·탈원전 논쟁

취임 직후 집무실 명칭을 ‘워룸’으로 바꾸고 '숙박 경영'에 들어간 김동철 한전 사장은 취임사에서 “(적자의 원인은) 한전이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 연료 가격 폭등과 탈원전 등으로 상승한 원가를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한 데 있다”고 분석했다.

김 사장의 원인 진단은 지난해 국감에서 언급된 '탈원전 반대 진영'의 논리와 궤를 같이 한다. 국내 원자력 학계는 일관되게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강한 유감과 우려를 표했다. 서울대와 KAIST, 경희대 등에 재임 중인 원자력공학 전공 교수들은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 원인 중 하나로 문재인 정부의 설익은 탈원전 정책을 지목했다. 이들은 한전 적자의 직접적 원인으로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와 원전 가동률 저하를 꼽았다.  

원전 가동률이 줄어든 만큼 그 부족분을 신재생에너지와 석탄,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으로 대체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면서 한전의 비용 부담이 급상승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력 생산용 원유와 가스, 무연탄 등을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한다. 이들 제품의 수입원가가 치솟으면 전력 도매가격도 영향을 받는 구조다.

반면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는 진영은 한전의 적자 확대는 회사의 부실한 영업실적 때문이지 원전 폐쇄나 가동률과는 관계가 없다고 강변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이같은 논리를 전개했다. 김 의원은 "2020년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한전이 영업 흑자로 돌아섰으나, 2022년에는 원전 이용률이 전년보다 7.9% 증가했음에도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적자 폭이 급격히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전 이용률과 한전의 영업 손실 간 상관관계는 미미하다고 부연했다.

전기요금 인상 적정성 이슈도 여야 시각차가 뚜렷한 현안이다. 

여당에서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이전 정부에서 지난해 4월을 제외하고, 단 한 차례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아 적자 폭을 늘렸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현 정부가 한전의 구조조정 등을 거론하면서 본질적 해결책인 전기요금 현실화에는 손을 놓고 있다고 반박한다.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한전의 자구책은 전기요금 인상이지만, 해법에 있어서는 여야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감이 겉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요금 인상보다 방만경영이 문제"… 총선 이슈도 변수

한전은 지난달 18일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했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이 실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국회 산자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 A는 “전기료 인상 현실화 부분에 있어서 저희도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방만하게 경영되는 한전의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전기요금 인상을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 B는 “전기요금 인상은 국민 부담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한전 스스로 자구 노력을 하고, 최소한으로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8월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4분기와 2024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입법조사처는 "전기요금과 공급 조건을 정하는 전기위원회가 산업부 내 심의기구에 불과하고, 전기요금이 경제성 논리보다 정책적‧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며 "독립적인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