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세 여전... 금융당국 개입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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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세 여전... 금융당국 개입 '무색'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3.09.1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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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대출, 최근 보름새 8천억 증가  
50년 주담대·신용, 종류 가리지 않고 늘어   
하반기 '역전세' 수요도 꿈틀... 가계부채 위험 고조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에 걸린 대출 문구.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에 걸린 대출 문구.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긴급 현장 점검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고, 은행 별로 한도를 조정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하반기 역전세난에 대비한 보증금 반환용 대출도 늘어나 금융당국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신용대출 증가세의 경우 내년 경기 반등의 시그널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어 주목된다. 금리가 매우 낮은 시중은행 신용대출은 증권과 부동산 등 투자 수요와 관련이 깊다는 것이 이유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이달 1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1조6216억원으로, 지난달 말(680조8천120억원) 대비 8096억원 늘었다.

올해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로, 추세를 고려할 때 이달 증가 폭이 8월(1조5912억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이달 1일부터 14일 사이 6176억원, 신용대출은 3445억원 각각 증가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14일 기준 50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조9749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1조1739억원 우상향했다. 

특히 신용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월말까지 증가세가 계속되면 2021년 11월 이후 1년10개월 만에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이 오름세로 반등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의 현장점검 직후 은행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연령 제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기준 조정을 통한 한도 축소 등 각종 규제 대책이 시행됐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증가세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나 금융당국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은행권과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도 올해 4월 이후 6개월째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행 기준 신용대출 잔액이 2021년 9월 피크(정점)를 찍은 뒤 계속 줄었는데, 이달 14일 기준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용대출은 투자 수요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역전세도 금융당국이 주시하는 가계부채 증가 주범 가운데 하나이다. 전세 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역전세가 가파르게 늘면서, 부족한 보증금을 대출로 충당하려는 임대인의 대출이 하반기 급증할 우려가 있다. 5대 은행의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올해 1월 4717억원에서 지난달 말 7255억원으로 54% 뛰었다.

한국은행은 이달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연초부터 이어진 주택 매매 확대, 하반기 아파트 입주·분양 예정 물량 증가, 임대보증금 반환 수요 등이 가계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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