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곳곳에 걸림돌... 리쇼어링 정책, 아직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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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곳곳에 걸림돌... 리쇼어링 정책, 아직 갈 길 멀다
  •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3.08.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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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고
현 정부, 인수위 시절부터 '리쇼어링' 관심
세제개편안 발표... 법인세 등 최장 10년간 감면
법인세율 여전히 높아... '기업 세재' 개편 시급
천문학적 상속세 그대로... 리쇼어링 걸림돌 작용
경직된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방안 마련돼야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시장경제DB.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시장경제DB.

우리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 활성화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범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정책 수립을 강조했다. 몇 년 전부터 리쇼어링은 세계 경제계의 화두가 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 끝이 보이지 않는 무역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굵직한 이슈가 불거지면서 각국 정부는 리쇼어링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리쇼어링은 기본적으로 생산시설의 이전 혹은 신·증설을 전제로 하므로 침체된 내수시장 회복과 고용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기업이 생산거점을 본국이 아닌 해외에 두겠다는 의사결정을 한 배경에는 다분히 비용 문제가 깔려있다. 199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널드 코즈 교수는 “기업은 제품 혹은 서비스를 생산·판매하고 유통하는 데 반복적으로 드는 비용, 즉 거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조직된다”는 주장을 폈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유진 파마 교수는 마이클 젠슨 교수와 함께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가능한 낮은 가격으로 인도하는 조직형태는 생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요약하자면 양질의 상품을 생산하는 데 드는 제반 비용을 낮출 수 있어야만 기업이 지속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내 생산’이 가격 경쟁력에 있어 더 이상 우위를 가지지 못한다면, 기업은 생산시설 해외 이전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오프쇼어링’(생산시설 해외 이전·리쇼어링의 반대)은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역설적으로 이같은 사실은 리쇼어링 성공 조건이 무엇인지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즉 리쇼어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본국으로의 복귀가 해외에 생산시설을 두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리쇼어링 정책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과연 우리 정부의 리쇼어링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왜 오프쇼어링을 선택했는지 그 원인과 배경을 살피는 것이 먼저이다. 경제정책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1순위 과제는 ‘기업 세제’라고 할 수 있다.

조세 제도적 측면에서 국내 기업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편이다. 지난달 27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은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해 소득세·법인세 감면기간과 감면 폭을 늘리고, 국내 복귀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의 업종요건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재경부 안에 따르면 국내 복귀 기업이 누릴 수 있는 세재 혜택은 ‘법인세·관세 50~100% 감면’이며 그 기간은 최대 10년이다. 현행 7년의 감면기간을 3년 늘리는 데 방점이 찍혔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충분한 유인이 될 수 없다.

기업이 해외 생산거점을 국내로 옮긴다고 해도 세금 감면 혜택은 최장 10년으로 한정돼 있다. 우리 기업은 지금도 선진국에 비해 높은 세율의 소득세와 법인세를 내고 있다. 눈길을 상속세로 돌리면 사정은 더 심각하다. 국내 복귀 기업은 법인세와 소득세 외에도 막대한 세율이 적용된 상속세를 감당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고임금도 국내 기업의 유턴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다수의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의 경직된 노동시장을 시급히 개선해야 할 현안 중 하나로 지적해 왔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한국은 141개국 중 13위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구의 노동시장 경쟁력 조사에서 한국이 얻은 순위표는 51위이다. 전반적인 국가 경쟁력 보다 노동시장의 경쟁력이 한참 뒤처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매년 오르는 최저임금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업이 경기변동에 신속히 대응하려면 근로자의 수와 임금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노동생산성 수준도 OECD 국가 중 바닥권에 놓여있는 만큼,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눈앞에 닥친 현실은 암울하다. 한국의 거대 야당이 ‘노란봉투법’ 강행처리를 예고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기업인들이, 국내 복귀를 주저하는 건 당연하다.  

리쇼어링은 오프쇼어링만큼 어려운 결정이다. 국내로 돌아와 1~2년 지내본 뒤 여의치 않으면 생산거점을 다시 해외로 옮기겠다는 생각으로 리쇼어링을 결정하는 기업은 상상하기 어렵다.

문제는 우리 기업이 국내에 생산거점을 두고 몇 대에 걸쳐 성장하기에는 너무 많은 규제가 산재해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국내에서는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외부감사법에 의한 규제를 받게 되며, 더 크게 성공하면 공정거래법의 전방위적 규제를 받는다. 경영자를 옥죄는 과도한 형벌조항의 존재도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독소로 지적을 받곤 한다. 서구에서는 보기 드물게 우리 국민들의 가슴 속에 자리잡은 반기업 정서도 극복해야할 대상이다.

주요국은 앞다퉈 다양한 혜택을 앞세워 리쇼어링을 장려하고 있다. 정부는 제한적인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만으로는 리쇼어링 유인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유턴기업 지원 방안에 대한 세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K-Pop의 인기는 BTS와 블랙핑크, 뉴진스처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그룹이 지속적으로 출현하면서 더 견고해졌다. 우리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이 해외 기업들로부터 진지한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과감하면서도 지속적인 유인책이 강구돼야 한다. 정부 정책은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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