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시즌 시작... '사상 첫 1만원'까지 불과 140원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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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시즌 시작... '사상 첫 1만원'까지 불과 140원 남아
  • 박진철 기자
  • 승인 2024.03.2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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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860원, 직전년도 대비 240원 인상
작년 인상율 2.5%... 역대 두 번째로 낮아
물가인상률 고려... '1만원 초과' 가능성 높아
'업종별 구분 적용' 등 쟁점... 노사 시각차 커
노동장관, 이달 31일까지 최저임금 심의 요청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2022년 5월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최저임금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2022년 5월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최저임금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조만간 열린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으로 '1만원'을 넘을 수 있을지와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 '캐스팅 보트'를 쥔 공익위원의 교체 변수 등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감자가 많아 심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이하 최임위)에 다음 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주말을 고려해 이르면 29일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임위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은 양대 노총, 사용자위원은 경영계, 공익위원은 정부에서 추천한다. 심의 요청을 받은 최임위는 90일 이내에 결과를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전년도보다 240원(2.5%) 올라, 월 기준(209시간 근무)으론 206만740원이었다. 

최저임금은 1만원까지 불과 140원(1.42%) 남겨둔 상태다. 작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6%에 달했고, 작년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두 번째로 적었기 때문에 내년 최저임금으로 노동계는 1만원을 훌쩍 넘는 결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가장 낮은 인상률은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의 1.5%였다.

다만 최저임금 1만원이 갖는 상징성이 상당한 만큼, 돌파를 저지하려는 경영계와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노동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제도는 1988년부터 시행됐는데 첫해 최저임금은 400원대였다. 이후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며 1993년 1005원으로, 처음 1천원을 넘었고, 20년 가까이 지난 2014년에 5210원으로 5천원을 넘어섰다.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어서면 제도 시행 37년 만에 백 단위에서 천 단위를 넘어, 만 단위로 넘어가게 된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당시 시급 9620원인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일자리가 최대 6만9000개 감소할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노동계는 치솟는 물가에 따른 실질임금 하락, 혼자 사는 근로자의 한 달 평균 생계비 등을 들어 지난해 최초 요구안으로 1만2210원을 제시한 바 있다.

 

한은이 쏘아올린 '업종별 차등 적용'… 격론 전망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도 뜨거운 쟁점이다. 

최임위는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 ▲업종별 구분 여부 ▲최저임금 수준을 순차적으로 심의한다. 

업종별 구분 여부를 결론지어야 최저임금 수준 논의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구분 적용 논의가 지연될 경우 최저임금 결정도 늦어질 수 있다.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영계는 매년 이를 근거로 최저임금 감당이 어려운 일부 업종에 대해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힘을 실었다.

그러나 노사 간 이견이 첨예해 실제로 시행된 사례는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 한 차례뿐이다. 이후 30년 넘게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된 것으로 여겨졌으나 한국은행이 다시 불을 지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고령화 속 돌봄서비스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고, 돌봄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구분 적용은 현재 최저임금 수준으로도 구인난을 겪고 있는 업종에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노동계의 비판을 받았다. 

같은 업종이지만 규모가 다른 경우 이를 어떻게 구분해 차등 적용할지도 문제다. 예컨대 숙박업 내에서도 큰 호텔과 작은 여관의 차이가 있다 보니 업종별 차등 적용은 어렵고 복잡한 문제다.

 

캐스팅 보트' 공익위원' 교체도 변수

최임위의 심의와 관련해서 공익위원 교체도 변수로 꼽힌다. 공익위원은 노사 대립 구도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만큼 최저임금 수준이나 업종별 차등 적용 표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12대 위원들의 3년 임기 만료일인 5월 13일이 다가오면서 고용노동부는 새 위원 구성을 작업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노사 단체에 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며, 정부 추천인 공익위원에 대해서도 현재 인선을 진행 중이다.

관건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위촉되는 공익위원 9명에 누가 인선되느냐다. 공익위원은 시행령에서 정해진 기준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위촉한다. 

▲3급 이상 또는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 출신으로 노동문제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5년 이상 대학에서 노동경제, 노사관계, 노동법학, 사회학, 사회복지학 등의 부교수 이상으로 재직한 사람 ▲10년 이상 공인 연구기관에서 노동문제 연구에 종사한 사람 등이 대상이다.

일부 유임 가능성도 있지만, 노동계에서는 사실상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인사를 공익위원으로 위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노동계가 '보이콧' 등으로 강경하게 맞설 수 있어 최저임금 결정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은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인 6월 말이지만, 최임위가 법정 심의 시한을 지킨 적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9번뿐이었다. 지난해에도 시한을 넘겨 110일 만인 7월 19일에야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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