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관리권역서 버젓이... 경동나비엔 '미인증 보일러' 불법 유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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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관리권역서 버젓이... 경동나비엔 '미인증 보일러' 불법 유통 논란
  • 한정우 기자
  • 승인 2023.07.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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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구멍 뚫린 대기관리권역법
대기관리권역 중 한 곳, 경남 고성서 불법 판매
설치제품, 경동나비엔 제조 '미인증' 기름보일러
경남도 불법 사실 확인... "단속 강화 방침"
미인증 가정용 보일러... 대기관리권역 판매 금지
법률상 제품 겉면 '권역 내 판매 제한' 표시 의무화
불법 설치업자, 스티커로 '판매 제한 표시' 가려
경동나비엔 "제조사, 유통업체 불법 판매 알 수 없어"
사진=경동나비엔
사진=경동나비엔

올해 3월 정부 지정 대기관리권역 중 한 곳인 경남 고성에서 환경부 인증을 받지 않은 가정용 기름보일러가 불법 설치·판매된 사실이 적발됐다. 판매자는 미인증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본 제품은 대기관리권역에서 판매할 수 없음’이란 인쇄 문구를 스티커로 가린 사실도 드러났다.

관할 자치단체인 경상남도는 불법 판매 사실을 확인하고 단속 강화방침을 담은 회신을 민원인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보일러 업계에서는 대기관리권역 내에서 미인증 제품이 음성적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미인증 보일러의 불법 유통 사실이 확인된 만큼 제품 유통과정과 제조사 책임 소재를 놓고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가 된 기름보일러 제조사는 경동나비엔이다. 회사는 대기관리권역법의 적용을 받는 가정용 기름보일러 제조사 3곳 중 한 곳이다. 국내에서 가정용 기름보일러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은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대성셀틱 등 3곳이다. 이 중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 점유율이 월등히 높다.

환경부 인증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판매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대기관리권역을 제외한 그밖의 지역에서는 미인증 보일러를 설치·판매할 수 있다. 다만 전국 주요 도시가 대부분 대기관리권역에 포함돼, 미인증 가정용 기름보일러를 판매할 수 있는 지역은 한정적이다.

정부는 2019년 4월 2일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대기관리권역법)을 제정, 2020년 4월 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기존 대기환경보전법에 우선하며,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종합 시책 수립과 추진 ▲대기오염원의 체계적이고 광역적인 관리 의무를 정부와 자치단체에 부과하고 있다.

현재 기준 법률의 적용을 받는 대기관리권역은 수도권과 중부권, 남부권, 동남권 등 4개 권역, 8개 특·광역시와 69개 시군이다. 경남 고성군은 위 법률상 대기관리권역 중 한 곳이다.

관할 자치단체는 동 법에 따라 이들 지역에서의 대기오염원 배출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이 중 하나가 가정용 기름보일러 설치·사용 금지이다. 기존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가정용 기름보일러는 질소산화물과 탄소배출량이 상당해 대표적인 오염원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동 법은 대기관리권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 보일러를 환경부 인증 통과 제품으로 제한하고, 인증 기준을 환경부령으로 정했다(같은 법 35조 1항).

특히 정부는 대기관리권역 내에서의 가정용 기름보일러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미인증 제품 전면부에 별도의 식별표지를 부착하도록 의무화했다. 법령에 따라 해당 표지에는 ‘대기관리권역에서 판매할 수 없음'이란 문구가 반드시 포함돼야 하며, 크기는 가로 10cm, 세로 5cm 이상이 돼야 한다.

사진=시장경제DB
환경부 미인증 보일러에 붙은 ‘대기관리권역 판매 금지’ 표지를 지역 대리점(영업소) 스티커로 가린 모습. 사진=시장경제DB.

 

불법 판매 확인되면 법인도 벌금 기소... 양벌규정 적용 

제보 내용과 후속 취재를 종합하면 적발된 미인증 보일러에도 위 문구가 인쇄돼 있었다. 그러나 동 제품을 불법 설치한 업자는 식별표지를 제조사 상호가 표시된 스티커로 가렸다. 이 같은 사실은 동 제품을 설치·판매한 자가 법령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대기관리권역에서 미인증 제품을 제조·공급·판매한 자에 대한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같은 법 47조 2호). 제품을 공급·판매한 자는 물론이고 제조사도 위법 사실을 인지하고 판매행위에 가담했다면 동 조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수사결과 최종 판매자가 경동나비엔 지역 대리점으로 확인된다면 회사 임직원들의 위법 사실 인지 여부와 별론으로 법인 자체가 기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 법은 '법인의 대표자,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하면 그 법인에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는 양벌규정을 두고 있다. 법인이 책임에서 벗어나려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한다(같은 법 48조 1항).  

회사 측은 “개별사업자인 유통업체의 불법 설치로 벌어진 일”이라며, "제조사는 이런 불법 판매를 사전에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회사 측은 보일러 제품의 최종 판매자는 제조사가 아니라 각 지역 대리점을 비롯한 유통업체라고 강조했다. 제품 특성상 각 지역 대리점이 정기 혹은 부정기적으로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선 구매해 재고를 확보한 뒤, 소비자로부터 구매 문의가 오면 대리점 기사나 마을 설비업자를 통해 제품을 설치해 준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제조사 책임일 수 있지만 소비자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설치는 대리점 잘못"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당사는 규정에 맞춰 미인증 제품 전면에 판매금지 표지를 붙였고, 영업사원들을 통해 수시로 주의를 주고 있다"며 “불법 유통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대리점의 판매정보를 제조사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대리점이 그 정보를 구매자 동의없이 본사와 공유하면 그 자체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된다"고 했다. 대리점이 불법 설치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제조사가 그 사실을 파악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해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남는다. 서면으로 정보 제공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친다면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미인증 보일러 불법 설치 건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감시 활동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경남도 각 자치단체에 단속을 지시하는 공문을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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