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연기된 롯데호텔 IPO... 흑자전환에도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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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연기된 롯데호텔 IPO... 흑자전환에도 '미지수'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3.05.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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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터진 '형제의 난'... 일본기업 논란 터져
'지배구조 개선 TF' 신설, 논란 잠재우기 나서
사드·코로나 등 연이은 악재... IPO 무기한 연기
올해 1분기 반짝 흑자... "아직 안정할 시기 아냐"
멜버른·하노이 등 해외 진출... 온라인 마케팅 강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진= 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진= 롯데면세점

롯데호텔의 IPO(기업공개)가 2015년부터 8년째 연기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천명한 '뉴롯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연기된 것이다. 올해 엔데믹을 맞아 호텔롯데는 오랜만에 흑자전환 했다. 하지만 대내외적 불안함이 존재해 IPO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 SDJ코퍼레이션 신동주 회장의 '형제의 난'으로 롯데의 해외 계열사 소유 현황이 공개됐다. 당시 한국롯데의 지분 대부분이 일본롯데가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고, 국내에서는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논란까지 터졌다.

세부적으로 보면 총수일가가 일본 '광윤사'를 통해 롯데홀딩스를 지배하고, 롯데홀딩스가 다른 일본 계열사와 호텔롯데 등 국내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는 형태다. 국내는 롯데호텔이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2015년 기준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 등이 보유한 호텔롯데 지분은 99.28% 가량이었다. 롯데는 일본기업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을 한국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국내 롯데그룹의 지주사격인 롯데호텔의 IPO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시 롯데는 '지배구조 개선 TF'를 신설하고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순환출자 해소 ▲지주사 전환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중점 추진 과제로 삼았다. 

 

지속된 악재... 상장 철회 이후 무기한 연기

2015년 8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계열 회사의 지분을 축소하고 주주구성이 다양해질 수 있도록 기업공개를 추진해 종합적인 개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6년 철회신고서를 공시한 이후 IPO 재추진이 거론됐지만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현재까지 연기된 상태다.

먼저 2015년 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특허심사에서 고배를 마시고 폐점했다. 호텔롯데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면세점의 위기로 IPO는 연기됐다. 2016년 다시 면세사업권을 재취득했지만 또 다른 악재는 이어졌다.

2017년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한한령(限韓令)이 발발되며 국내 호텔·관광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당시 호텔롯데는 면세시장의 경쟁 심화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투입되면서 2017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844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과 2019년 실적을 개선했지만 중국과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이를 지켜보는 판단을 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가 발목을 잡았다. 면세점의 주 고객인 중국 관광객과 다이공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영업이익은 곤두박질쳤다. 롯데면세점은 2020년 영업이익 -4,976억원, 2021년 -2,611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해는 매출이 전년대비 35% 늘어난 5조301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전년 288억원보다 커진 1,395억원으로 증가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하반기 리조트사업부를 호텔사업부에 흡수시켰다. 연말 연말인사에서 호텔군 HQ 총괄대표에 전 롯데홈쇼핑 이완신 대표를 앉히고, 롯데면세점 대표에 김주남 전무를 선임하면서 전열을 재정비했다. 

새 인사 선임 이후 올 1분기 나름 선방한 성적표를 받았다. 롯텔롯데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5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24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것에서 흑자 전환한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1,0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줄었다.

사업 부문 별로 보면 호텔 부문은 매출 2,642억원, 영업손실 173억원을 기록했다. 호텔 부문은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IPO 당장 추진하기엔 무리수

호텔롯데가 기업공개를 추진한 2016년 당시 투자업계는 기업가치를 약 20조원으로 추산했다. 비영업가치 8조원과 영업가치 12조원을 합산 액수다. 

당시 면세업계가 호황이던 시절에 산정한 것이라 향후에도 20조원의 기업가치를 되찾아 오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호텔롯데 IPO가 가지는 상징성을 볼 때 최대 기업가치 시점에 다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1분기 흑자전환했지만 올해 사드보복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한중간 관계 회복인데 최근 국제 정세를 살펴보면 이 또한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는 내실 다지기를 우선하는 모습이다. 최근 인천공항면세점 입찰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업계는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입점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롯데면세점은 이번 인천공항면세점에서 빠지면서 많은 금액을 확보하게 됐다. 매년 임차료로 지불한 1,000억원을 아끼게 됐고, 임대보증금으로 2400억원 가량을 환급받게 된다. 인천공항 철수로만 3000억원 이상의 여유재원이 확보된 셈이다. 더불어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법인세 1700억원을 환급받을 예정이다. 

호텔롯데는 확보한 재원으로 온라인면세점 투자를 더욱 강화하고 해외 거점 확보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미 올해 6월 호주 멜버른공항 면세점 오픈을 앞두고 있고 향후 베트남 하노이에도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 시내면세점도 다양한 할인정책들을 확대해 고객유인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IPO 추진보다는 내실을 다지면서 사업영역 확대와 해외 면세점 성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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