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공항점' 없어도 그만?... 롯데免은 왜 상식밖 입찰가 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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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공항점' 없어도 그만?... 롯데免은 왜 상식밖 입찰가 냈나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3.05.0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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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점 22년 운영 롯데, 입찰가 20% 적게 제시
당장 순위 변동은 없겠지만... 아쉬운 '상징성'
"中관계 경색, 시내보다 공항 중심 재편가능성"
수익성 확보 롯데면세점 "시내와 마케팅에 집중"
인천공항면세점 전경. 사진= 이기륭 기자
인천공항면세점 전경. 사진= 이기륭 기자

롯데면세점이 22년간 자리를 지킨 인천공항면세점에서 철수한다. 이로 인해 롯데면세점의 업계 1위 자리가 불안하다는 시선도 있지만 인천공항이 차지한 매출 비중이 현재 1% 수준으로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달 26~27일 인천공항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회를 열고 면세점 운영 사업자를 결정했다. 심사 결과 향수·화장품·주류·담배를 판매할 수 있는 DF1과 DF2 사업자로 호텔신라(신라면세점)와 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가 각각 선정됐다. 패션·액세서리·부티크 판매 구역에서도 신라면세점(DF3)과 신세계면세점(DF4)이 사업권을 획득했다. 부티크만 취급하는 DF5 구역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맡는다.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이번 사업자 선정으로 향후 10년간 인천공항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22년을 자리잡은 터줏대감으로 당연히 이번 입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됐지만 타 사 대비 20% 가량 낮은 입찰가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더불어 향후 1위 롯데면세점과 2위 신라면세점의 순위에도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인천공항 하나에서 7,000억 뒤집히지 않아

롯데와 신라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을 살펴보면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매출은 전년 3조7,184억원 대비 35.2% 증가한 5조3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호텔신라 면세부문은 매출 3조3,496억원에서 4조3,332억원으로 29.3% 성장했다. 작년 기준 두 기업의 매출 차이는 약 7,000억원이다.

신라면세점이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향수·화장품·패션·악세사리 등 알짜베기 구역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향후 높은 성장 가능성이 기대된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에서 철수하지만 매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인천공항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 이전에도 4~5% 수준에 불과했다. 현재는 1% 수준이다. 비록 인천공항이라는 상징성이 사라졌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당장의 위기는 아니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이 비록 국내 공항면세점의 상징성이 큰 인천공항에서 빠진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지만 이정도로 업계 순위가 뒤집힐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면세점은 중국 다이공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데 이들은 공항보다 시내면세점 구매가 많아 향후 상황이 나아지면 시내면세점 입지가 좋은 롯데의 회복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인천공항이 이번 입찰에서 제시한 '여객당 임대료' 산정방식이 공항면세점 매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귀추가 모인다. 코로나 이전 고정임대료와 코로나 시기 매출연동임대료의 중간 성격인 '여객당 임대료'는 공항 방문 여객 수로 임대료를 산정하는 것이다. 이는 객단가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공항 여객이 많다고 매출이 좋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매출연동 임대료보다 임대료가 높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항 여객이 면세점에서 얼마나 상품을 구매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객단가에 따라 임대료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中 관계회복 관건, 당분간 공항이 메인

롯데면세점이 시내면세점에 강점이 있는만큼 향후 관광객 방문이 예년치를 회복하면 타 경쟁사와 매출 격차를 더 벌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시내면세점 매출의 90%를 차지했던 중국 다이공이 풀리지 않는다면 롯데의 장밋빛 청사진은 요원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최근 한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다이공이나 유커(단체관광객)의 유입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압박을 가하는 형국이다. 

중국내에서는 해관총서(우리나라 관세청에 해당)가 한국산 화물에 대한 검사 강화를 지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2017년 사드 보복 조치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한국산 화물에 대한 통관검사 비율이 상향돼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중국정부는 아직도 한국에 대한 자국민 단체관광을 허용치 않고 있다. 일본·동남아시아 단체 관광객이 수요를 일부분 상쇄하고 있지만 중국 단체 관광에 비하면 규모 차이가 크다. 즉, 국내 면세업계 매출 대부분을 차지했던 중국 다이공이나 유커의 유입은 당분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운만큼 공항면세점이 업계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시내면세점은 다이공이나 유커 등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중요한데 현재 한중 관계가 안좋아 점점 공항으로 무게추가 기울 것"이라며 "그만큼 공항면세점이 중요하고, 사업권을 유지하는 것이 경쟁력이 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롯데에서도 이러한 점을 파악했을텐데 인천공항 사업계획 분석에서 오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렇지 않고서야 입찰가가 20%나 차이 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은 매출에 비해 수익성이 좋지 않은 편"이라며 "롯데면세점이 명분보다 실리를 택하기 위해 현실적인 입찰가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인천공항 입점이 무산돼 큰 자금 투자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본다"며 "수익성 확보를 통해 시내면세점과 온라인마케팅 등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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