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이 집 AI는 뭔가 다르다?... '네이버 이커머스'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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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이 집 AI는 뭔가 다르다?... '네이버 이커머스' 분석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04.2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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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바MD가 상품 추천... 스마트스토어 고도화
스마트스토어 입점 소상공인에 '관리 AI' 제공
AI '클로바 포캐스트', 익일 물류수요 95% 예측
'도착 보장' 솔루션 적용... 퀵커머스로 사업 영역 넓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1사옥 '그랜팩토리'와 2사옥 '1784'. 사진=시장경제DB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1사옥 '그랜팩토리'와 2사옥 '1784'. 사진=시장경제DB

글로벌 포털 시장에서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포털 사이트는 클라우드·빅데이터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물결인 AI를 성장전략의 한축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포털 사이트로 꼽히는 네이버의 경우 상당히 스마트한 AI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AI 프로그램 '클로바'를 이커머스 플랫폼 ‘스마트스토어’에 접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를 통한 상품노출 및 고객관리, 물류·배송에 이르기까지 AI가 최적의 효율성을 끌어올려 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커머스 사업의 성장에 힘입어 네이버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6% 증가한 8조 2201억원을 기록했다. 커머스 부문은 연간 기준으로 전년 대비 21% 성장한 1조 80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커머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2.9%에 달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네이버 이커머스 사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이커머스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올해 1월 네이버는 약 1조 6000억원을 들여 북미 최대 개인간 거래(C2C)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했다. '미국판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온라인 중고 플랫폼 포시마크는 사용자의 80%가 MZ세대이다. 특히 현지 MZ세대 여성의 90%가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21년 네이버는 일본에서 메신저 ‘라인’과 연동된 '마이 스마트스토어' 베타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올해 2월 진행한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포시마크 인수는 네이버 코어 사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커뮤니티 커머스'로의 확장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쇼핑렌즈, 라이브커머스 등 네이버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주요 기능 특성에 맞는 광고 시너지 창출 등 더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많은 사업적 고민과 전략을 실천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캡쳐
사진=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캡쳐

 

AI '클로바' 활용, 스마트스토어 입점 자영업자 지원 

AI 분야에 대한 네이버의 투자는 선제적이면서도 지속적이었다. 2016년 회사의 첫 AI 플랫폼 클로바를 선보인데 이어, 2018년에는 자체 AI연구기관 '네이버랩스'를 설립했다. 올해 7월 공개를 예고한 '하이퍼클로바X'는 초대규모 AI로, 한국어 학습량이 오픈AI의 챗GPT 대비 6500배 더 많다. 뉴스 50년치, 블로그 9년치에 달하는 데이터 규모이다.   

네이버의 자체 AI기술은 시장 지배적 입지를 갖고 있는 포털 서비스의 여러 분야와 융합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특히 자사 ‘커머스 솔루션 마켓’에도 AI기술을 적용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커머스 솔루션 마켓’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소상공인을 위한 판매자 전용 매장관리 플랫폼이다.    

지난해 6월 네이버가 출시한 클로바MD는 고객의 구매 의도를 파악해 상품을 전시·추천해 주는 AI 서비스다. 판매자에게는 상품 추천과 전시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고객에게는 개인 취향에 맞춘 상품을 선별 소개해 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클로바MD가 판매자에게 제공하는 상품 추천 솔루션은 ▲고객 맞춤 상품 추천 ▲함께 구매할 상품 추천 ▲비슷한 상품 추천 등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구매자가 스마트스토어에서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과정이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되고, 이를 클로바MD가 딥러닝을 통해 학습하는 구조다. 이렇게 학습된 데이터는 중소상공인(SME)이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의 상품 추천에 반영된다.   

네이버가 클로바MD 서비스의 클로즈드 베타테스트(CBT)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함께 구매할 상품 추천' 솔루션은 판매자가 같은 카테고리 상품을 직접 선별해 등록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클릭률을 보였다. '비슷한 상품 추천' 솔루션은 판매자가 직접 등록한 경우보다 클릭률이 약 2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갯수는 약 55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커머스 솔루션 마켓에 가입한 스토어는 약 11만개다.  

올해부터는 문호를 개방해 AI 생태계 구축에도 나선다. 네이버는 스타트업 등 외부 개발사의 솔루션을 도입해, 보다 세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외부 개발사가 ‘커머스 솔루션 마켓’에 등록한 이커머스 관련 프로그램은 9개 정도지만, 연말까지 그 수를 40여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사진=네이버
사진=네이버

 

'클로바 포캐스트', 하루 전 물류 수요 예측... 정확도 95%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이 '연합전선'을 펴고 있는 물류부문도 주목된다. AI 기술 기반의 물류센터를 통해 '익일 배송' 서비스를 구현한 것이다. 여기에는 물류수요를 예측하는 네이버의 AI 기술 '클로바 포캐스트'의 역할이 컸다. 향후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까지 적용되면 시스템이 한층 정교해질 전망이다.  

자체 물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네이버는 대신 AI에 집중하고, 물류는 CJ대한통운과 손잡는 영리한 선택을 했다. 빠른 배송이 가능하기 위해선 대규모 '풀필먼트' 인프라가 핵심이다. 풀필먼트는 상품의 입고부터 포장,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종합 물류 서비스를 의미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1위에 오른 네이버와 택배시장 1위 CJ대한통운이 손을 잡으면서 '윈윈'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클로바 포캐스트'는 매일 오전 9시에 당일과 다음날 주문량을 예측할 수 있다. 주문량이 폭주하는 명절 등 성수기에도 95%의 높은 정확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센터는 이를 참고해 적정 인력을 발주·배치한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은 경기 용인, 곤지암, 군포에 이어, 용인 남사와 여주에도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했다. 두 회사는 20만평(약 66만2000㎡) 규모 풀필먼트 센터 추가 건설을 진행 중이다.  

네이버가 CJ대한통운과의 협업으로 물류의 '대동맥'을 구성했다면, SK에너지·한진택배와의 협업으로 올해 3월 시작한 '더(The) 착한택배'는 '모세혈관'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세 변의 합이 80cm, 중량 5kg 이하 상품을 대상으로 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상공인의 상품을 지역별로 한번에 모아 공동 집하하는 구조다. SK에너지 투자사인 '굿스플로'가 상품을 방문 수거해 SK주유소에서 물류를 집하하고, 한진택배에서 배송하는 식이다. 이용이 간편하고 비용이 저렴해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의 물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으로 네이버는 퀵커머스 분야에서도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대형마트 제휴를 통해 장보기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새벽 당일 배송'을 시작할 것"이라며 "슈퍼마켓과 연계해 1시간 안에 배송이 가능한 유형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대표는 "온라인 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 물류 연합과 '도착 보장' 솔루션을 확보해, 빠른 배송을 강화하겠다"며 "다양한 데이터를 집결시킨 플랫폼을 구축, 판매자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것은 물론 점진적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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