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기획⑦] 치유핵심은 피해학생과의 '공감'... NGO도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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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기획⑦] 치유핵심은 피해학생과의 '공감'... NGO도 나서야
  • 배종찬 NGO저널 편집위원
  • 승인 2023.03.2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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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더 글로리하게 : 학폭법 현주소를 보다] ⑦
NGO저널-(사)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공동기획
교육 백년대계는 학폭 근절로부터 시작

[편집자 註] 학교 폭력의 참상이 일반적인 통계 이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 현장에 독버섯처럼 퍼지는 범죄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 학교폭력의 실태와 문제점, 대책 등을 본지 배종찬 편집위원이 총 4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배종찬 NGO저널 편집위원(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배종찬 NGO저널 편집위원(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학교 폭력,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야 할 죄악이다. 학교 폭력의 심각성과 처벌 제도 그리고 외국의 사례를 시리즈로 분석하였다. 그렇다면 ‘교육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의 학교 폭력 대응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그 정답과 방향은 ‘피해자’다. 가해자는 멀쩡한데 피해자가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비정상적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가해자의 인권을 운운하게 되는데 학교 폭력이 틀림없는 사실이라면 가해자는 엄벌에 처하고 두 번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학교 폭력 실태와 가해자 처벌 그리고 외국 사례를 검토할 때 앞으로 학교 폭력에 대한 첫 번째 방향은 ‘철저한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케어’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에게 가장 힘든 일은 끊임없이 재소환 되는 기억과 주변의 시선이다. 피해 학생은 가해자와 관련된 정보를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정신적 트라우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가해 학생에 대한 물리적 격리도 중요하겠지만 문자나 SNS 통신 등 일체의 대체 수단으로도 피해 학생에게 접촉하거나 다른 친구 또는 가해 학생의 부모를 통해 피해 학생들에게 접촉되는 사례가 있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폭력이 발생한 시기에 주로 피해 학생에 대한 관리가 집중되다보니 수개월 뒤의 피해 학생 관리가 붕괴되는 경우가 많았다. 교육부 산하에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의 심리 상담을 전담으로 하는 센터 등이 만들어지고 피해 학생의 학폭 트라우마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학교 폭력에 대한 두 번째 해결책은 ‘가해 학생 처벌에 형평성 확보’다. 최근 한 공직 지명자는 가해자인 아들의 학교 폭력에 대해 대법원 선고를 받을 때까지 법적 대응을 전개해 나갔다. 이 기간 동안에 피해 학생은 두 번이나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반면 가해 학생은 대학 입시에서 명문 대학에 합격했다. 게다가 학교폭력과 관련된 규정에 따르면 교사나 학교의 판단에 따라 학교 폭력 처벌을 생활기록부에서 지울 수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가해 학생 이력은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거나, 졸업 후 2년이 지나면 없어진다.

피해 학생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는 치유되지 못한 채 남아 있지만, 가해 학생의 잘못은 공식적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피해 학생과 가족은 가해 학생의 이력이 삭제되는 것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학교폭력 이력이 생활기록부에 평생 남는 것은 가해 학생에 대해 제9호 조치인 퇴학 처분이 내려질 때뿐이다.

하지만 중등교육까지는 의무교육이어서 가해 학생에게 퇴학 처분을 내릴 수 없다. 결국, 가해 학생에게 행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는 사실상 제8호인 전학 처분이다. 출석정지나 교내 봉사에 해당하는 조치를 받게 되면 가해 학생은 여전히 피해 학생과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고, 오히려 피해 학생이 이를 못 견뎌 전학 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핀란드, 역할극 통해 왕따맡아 간접적으로 학폭 경험

사고는 처벌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외국의 학교 폭력 대응에 대한 사례를 보면 학교 폭력을 줄이는 교육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내가 가해자가 될 경우 얼마나 위험한 행동이며 내가 만약 피해자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지금 우리의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은 형식에 머물러 있다.

프랑스는 교사가 2~3명의 멘토 역할을 하며 아이들 가까이서 길잡이가 되어 준다고 하며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학교 행정 업무에 시달리는 우리 교육현장에서 기대하기란 꿈같은 일이다. 국가 지도자나 교육 당국의 결단이 필요하다. 핀란드는 ‘키바 코울루(KiVa Koulu)’라는 교육 프로젝트를 개발해 운영한다.

핀란드의 청소년들은 1년에 20시간씩 키바 교육을 받고 있다. 키바 교육의 핵심은 ‘공감’이다. 학생들은 역할극을 통해 왕따 역할을 맡아 간접적으로 학교 폭력을 경험하고 역할극을 본 후 나머지 학생들은 따돌림 받는 학생을 도울 방법과 왕따를 근절시킬 방법을 찾아가게 된다.

우리 현실은 ‘심각하다’고 말할 뿐 아무도 제대로 나서지 않고 있다. 아이들의 문제라 학부모들이 비이성적으로 대응해 버리기 십상이므로 보다 전문성 있고 중립적인 교육관련 시민단체 NGO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학교 폭력을 없애야 백년대계가 가능해진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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