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기획⑤] 美 '부모 처벌', 日 '무관용 원칙'... "피해자부터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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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기획⑤] 美 '부모 처벌', 日 '무관용 원칙'... "피해자부터 챙긴다"
  • 배종찬 NGO저널 편집위원
  • 승인 2023.03.17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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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더 글로리하게 : 학폭법 현주소를 보다] ⑤
NGO저널-(사)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공동기획

美 가해 학생 모친, 자녀 비행 방조죄로 체포
日 촉법 소년 같은 무기력 법 적용 하지 않아

[편집자 註] 학교 폭력의 참상이 일반적인 통계 이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 현장에 독버섯처럼 퍼지는 범죄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 학교폭력의 실태와 문제점, 대책 등을 본지 배종찬 편집위원이 총 4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배종찬NGO저널 편집위원(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배종찬NGO저널 편집위원(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학교 폭력으로 교육 현장이 심각하게 멍들고 있다. 한류 스타인 배우 송혜교가 열연한 OTT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을 다루고 있다. 시즌 1의 성공적인 방영에 이어 시즌 2 역시 성황리에 시청되고 있다. 이 방송이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출연 배우들의 인기와 절묘한 연기력 덕분일까. 아니다.  

학교 폭력에 대한 공감대다. 더 글로리 시즌 1이 태국에서 방영되고 난 이후 숨겨져 왔던 학교 폭력이 현지에서 공개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학교 폭력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절대로 아니다. 그렇다면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학교 폭력을 어떻게 다루고 어떤 방식으로 예방에 힘쓰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먼저 미국의 사례다. 미국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학교 폭력을 엄중히 다스린다. 죄질이 나쁠 경우 청소년이라도 엄격하게 처벌한다. 심지어 가해 학생의 부모를 처벌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한 중학생이 저지른 사이버 학교 폭력으로 피해자가 자살하자 가해 학생 어머니가 자녀 비행 방조죄로 체포되기도 했다.

미국 위스콘신 주에서는 2016년 집단 따돌림을 주도한 학생의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통과되었고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가해 학생 부모에게 자녀를 교육하라고 경고가 내려진다고 한다. 미국의 학교 폭력에 대한 처벌 조치를 보면 그 기준이 철저하게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와 재발 방지에 역점을 두고 있다. 연방법에는 학교폭력 대응을 위한 별도의 법이 없으나, 인종, 피부색, 성별, 장애, 종교 등의 차별인 학교 폭력에 대해서는 「민권법 1964」, 「교육기회평등법」, 「미국장애인법」 등을 적용해 조치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에서 학교 폭력은 「형법」이 적용되는데 강제추행(제176조), 상해(제204조), 폭행(제208조), 강요(제223조), 절도(제235조), 공갈(제249조), 기물손괴 등(제261조) 등의 죄에 해당할 수 있으며, 유형에 따라 처벌 내용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폭행죄(제208조)의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약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나 과료에 처할 수 있다.

가해자가 14세 미만인 때에는 처벌하지 않지만, 사안에 따라 경찰, 아동상담소를 거쳐 가정법원의 심판을 통해 14세 이상인 때와 동등한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다. 즉 학교 폭력의 정도에 따라 우리나라의 촉법 소년과 같은 무기력한 법 적용을 하지 않고 무관용으로 대응한다는 의미다. 일본은 우리보다 한 발 앞서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법 적용에 반영하고 있다.

진상파악후 모든 대책은 피해 학생 중심으로 돌아가야 

물론 학교 폭력에 대한 엄격한 처벌만이 문제 해결의 전부는 아니다. 예방 차원의 교육 또한 학교 폭력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외국은 어떤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을까. 핀란드는 70억원을 투자해 ‘키바 코울루(KiVa Koulu)’라는 교육 프로젝트를 개발해 운영한다. 키바 코울루는 ‘왕따에 맞서는 학교’라는 뜻으로 2009년부터 학교 현장에 도입됐다.

핀란드의 청소년들은 1년에 20시간씩 키바 교육을 받고 있다. 키바 교육의 핵심은 ‘공감’이다. 학생들은 역할극을 통해 왕따 역할을 맡아 간접적으로 학교 폭력을 경험하고 역할극을 본 후 나머지 학생들은 따돌림 받는 학생을 도울 방법과 왕따를 근절시킬 방법을 찾아가게 된다(조선비즈 2017년 9월 9일자 참조).

프랑스는 1997년부터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국가차원의 제도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한명의 교사가 2~4명의 후견인이 되어 상호 신뢰관계를 쌓음으로서 학생들이 자신의 어려움과 진로 문제 및 친구와의 갈등 문제를 토로하는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우범 지대의 학교에서 지역 의원과 학부모, 지역연합회 등이 모임의 날을 정하여 학생폭력 예방법 등을 토론한 후, 경찰과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학교 주변을 면밀히 순찰하며 학교폭력에 대한 해결과 예방에 힘쓰고 있다(이코리아 2023년 3월 2일자 참조). 

잘못이 없는데도 엉뚱하게 가해 학생으로 몰리는 경우는 없어야겠지만 진상 파악이 확실하다면 모든 대책은 피해 학생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극도로 존중하는 미국이 가해 학생의 부모를 처벌할 정도로 단호한 이유는 학교 폭력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범죄라는 점에 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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