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비명계 향한 공격 자제를"... 내부 반응은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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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비명계 향한 공격 자제를"... 내부 반응은 '싸늘'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3.03.1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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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지지자 향해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비명계 "당직이 특정인 전유물 될 수 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 전모씨의 빈소에서 조문을 한 뒤 빈소를 떠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 전모씨의 빈소에서 조문을 한 뒤 빈소를 떠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친명(親明) 지지층을 향해 "당내 분열과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 이후 격화되고 있는 내홍을 수습하기 위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는 14일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당원과의 대화'에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색출하고 청원해 망신을 주고 공격하면 기분은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당의 단합을 해친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러한 행위는) 당과 민주 진영 전체에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자들에게 비명(非明)계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최근 체포동의안에 이탈표를 던진 비명계 의원들을 배신자로 지목하고 맹공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당원 청원게시판인 국민응답센터에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 출당 요구', '이낙연 전 대표 영구 제명' 등 청원을 올리며 답변 기준(30일 이내, 권리당원 5만명 이상 동의)을 충족시키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강성 지지자들의 이러한 행위에 대해 "점점 감정이 상하는 만큼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명계의) 적대감이 더 강화되면 누가 손해인가, 집 안에 폭탄을 던지는 것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투쟁이 아닌 내부 갈등으로 전력을 낭비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는 "정부 견제를 위해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을 '7적(賊)'으로 묘사해 유포한 포스터를 두고선 "저쪽에서 변복시켜 파견한 그런 사람들이 그런 게 아닐까 싶다"며 책임을 돌렸다. 

'7적 포스터'는 문재인 전 대통령, 이낙연 전 대표, 강병원·김종민·윤영찬·이상민·이원욱 의원의 얼굴과 휴대전화·업무용 번호가 담겨 있는 제작물로 이들을 전화로 처단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갈등 봉합 시도에도 비명계 의원들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 이후 분위기는 더욱 싸늘하다.

대표적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지금까지 선배 대표들은 당이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선당후사(先黨後私) 하는 정치로 자신을 먼저 버렸다"며 에둘러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그는 "송영길 전 대표는 대선에 패배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문재인 전 대표는 당이 굉장한 어려움에 처하니까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며 과거 사례를 들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선 "체포동의안이 부결돼도 불구속기소가 될 것이 명백하고 공개 재판을 하면 (언론이) 생중계한다"며 "민주당 지지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건 명약관화하고 민주당 전체의 범죄 집단화에 일조할 것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당 전체에 검은 그림자, 먹구름이 밀려오는 상황"이라며 "당직이라는 게 특정인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가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풀어야 할 몫인데, 당 대표로 있기 때문에 당에 전체적으로 타격을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그런 자세를 보여야 진정한 리더십이 뒷받침될 수 있다"고 촉구했다.

윤영찬 의원은 지난 10일 이재명 대표의 전 비서실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이재명)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민정 의원은 YTN TV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의 거취를 결정하라는 목소리들은 늦여름이나 가을쯤 아마 뒤로 갈수록 격하고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리더십 위기에 처한 이재명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제도 논의를 비명계 의원들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2024 총선 공천제도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 "당내 누구나 수긍하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공천 시스템을 갖추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공천 과정이 가능하면 축제의 과정, 당세가 확장되고 국민 지지를 추가로 늘리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천제도 TF는 11명의 위원 가운데 9명이 비명계로 구성됐다. 이에 대해 친명계 관계자는 "비명계가 계속 주장하는 공천 학살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TF 인사를 통해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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