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pick] 크래프톤 공세적 투자 기조 뚜렷... '배그' 편중 해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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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pick] 크래프톤 공세적 투자 기조 뚜렷... '배그' 편중 해소될까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3.03.1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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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공시 분석... CAPEX, 투자흐름 증가
28일 주총, 김창한 대표 연임 가능성 높아
배틀그라운드 탄생 주역 김 대표, 시장신뢰 여전
잉여현금 4100억 확보... 혹한기 대비 곳간 채워
매출 대부분 배틀그라운드 의존... 포트폴리오 다변화 과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사진=크래프톤 유튜브 캡처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사진=크래프톤 유튜브 캡처

글로벌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 주역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연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회사 공시자료 분석 결과 자본적 지출(CAPEX)과 투자활동현금흐름 항목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래프톤의 최근 3개년 사업보고서 중 CAPEX 항목은 2020년 259억원, 2021년 613억원, 2022년 628억원으로 상승 추세가 뚜렷했다. 같은 기간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020년 -8억원, 2021년 -1조1997억원, 2022년 –1조3702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CAPEX는 당해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중 설비·투자를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를 보여주는 핵심지표이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은 투자를 늘릴수록 현금유출이 커지기 때문에 회계상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즉 투자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집계된다는 사실은 당해 기업이 투자규모를 키웠음을 의미한다. 

크래프톤 재무제표 중 현금흐름표를 보면, 최고경영진의 연구개발 및 투자의지는 확고하다. 든든한 수익원 배틀그라운드 IP로 현금을 확보, 이를 중소 게임사 인수와 계열사 투자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구개발비 역시 2020년 3분기 기준 105억원(매출의 0.9%)에서 2021년 3분기 2161억원(매출의 15%), 2022년 3분기 3169억원(매출의 23%)으로 가파른 우상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 연 매출은 1조8540억원, 영업이익은 75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매출은 1.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5.5%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38.83%로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4.92%p 개선됐다. 상장으로 자본금이 대폭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이 줄어든 부분도 호재이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19.05%로 2019년(69.41%) 대비 47.13%p 감소했다.
 

김창한 대표 연임 기대감... 배틀그라운드 편중 해소 과제    

크래프톤이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게임은 콘텐츠 산업이기 때문에 매출이 일부 게임에 편중되면 재무적 리스크가 커진다. 게임을 둘러싼 악재가 불거지는 등 예상하기 어려운 이유로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경우, 회사는 당장 현금 고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이같은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분산 투자'이다. 지역과 세대 특성에 맞는 다양한 게임을 출시, 매출 편중 현상을 줄이는 것이다. 회사 CAPEX와 투자활동현금흐름의 동반 상승은 이런 측면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여전히 매출 대부분이 배틀그라운드 IP에 의존하고 있지만 눈길을 플랫폼 부문으로 돌리면 의미있는 변화도 있다. 2020년 기준 플랫폼 매출 비중은 PC 15.86%, 모바일 80.3%, 콘솔 1.77%로 모바일 매출이 압도적이었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PC 23.61%, 모바일 72.3%, 콘솔 2.63%로 PC와 콘솔 실적이 호전됐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주사 역할을 퍼블리싱으로 축소하고, 중소 게임개발사 인수합병에 공세적으로 나서는 등 콘텐츠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데 힘을 쏟았다. 이달 29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 대표에 대해 내부에서는 "다시 한번 배틀그라운드 신화를 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상당하다. 다만 최근의 크래프톤 주가 급락, 지난해 12월 출시된 공포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 흥행 실패 등 회사가 처한 현실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2021년 8월 크래프톤은 코스피 시장에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24조3512억원으로 상장됐다. 당시 공모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3월13일 종가 기준 크래프톤 시총은 총 8조503억원으로 공모 당시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까지 밀렸다. 지난해 12월 크래프톤 독립스튜디오 스팀이 출시한 공포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 흥행 실패도 쓰디쓴 기억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문가들은 김 대표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한때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린 김 대표 특유의 '감'과 판단력, 그 동안 축적된 현장경험을 고려할 때 현재 회사 주가는 저평가됐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김 대표 재신임은 이달 28일 열리는 크래프톤 주주총회 핵심 안건이다.

눈물을 마시는 새 프로젝트 이미지. 사진=크래프톤
눈물을 마시는 새 프로젝트 이미지. 사진=크래프톤

 

추가 투자여력 충분... 잉여현금(FCF) 4122억

투자비용 증가에도 크래프톤은 지난해 연말 기준 잉여현금(FCF) 4122억원을 확보, 추가 실탄을 비축했다. 올해는 국내 유명 판타지 소설 IP '눈물을 마시는 새'(눈마새) 기반 게임 제작에 주력할 방침이다. 20여 년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영도 작가 작품으로 회사는 3년 내 글로벌 출시를 예고했다. 게임 뿐만 아니라 비주얼노블, 애니메이션, 웹툰, 드라마 등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상장 기자회견에서 "단순히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더 큰 비전을 계획 중"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판타지 월드로 글로벌하게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마블코믹스' IP를 넘어서는 작품이 국내에서 제작될 가능성도 있다.

카이스트 출신인 김 대표는 2000년 이매직 개발기획 기술팀장으로 시작해 2009년 지노게임즈 CTO 겸 개발 프로듀서로 이직했다. 지노게임즈는 2014년 11월 대학 선배인 장병규 의장이 설립한 블루홀스튜디오(펍지 전신)에 인수합병됐다. 김 대표는 합병 이후 블루홀지노게임즈 개발 본부장, 펍지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2020년 펍지와 크래프톤(전 블루홀)이 합병되며 크래프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17년 펍지 대표이사에 선임된 그 해에 '배틀그라운드'를 출시했다. 얼리엑세스(선출시) 3일 만에 손익분기점(40만장) 달성, 16일 만에 판매량 100만장 달성 등 레전드급 흥행 기록을 남겼다. 배틀그라운드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1억 달러 수익을 달성한 얼리엑세스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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