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또 가격 올리는 식품사... 소비자 등골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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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또 가격 올리는 식품사... 소비자 등골 휜다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3.01.2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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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7일 충남 공주시 산성시장을 찾아 사과, 배 등 설 성수품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이어 공주시 소재 장애인 복지시설인 소망공동체를 방문해 전통시장에서 직접 구매한 농축산물을 전달하고 농식품부 직원들이 마련한 성금을 전달했다. 사진=연합뉴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7일 충남 공주시 산성시장을 찾아 사과, 배 등 설 성수품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이어 공주시 소재 장애인 복지시설인 소망공동체를 방문해 전통시장에서 직접 구매한 농축산물을 전달하고 농식품부 직원들이 마련한 성금을 전달했다. 사진=연합뉴스

새해 벽두부터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식품·음료 등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급격한 물가 상승에 업계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지난해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던 식품 기업들이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에너지·곡물 비용 상승분을 시차를 두고 반영하면서 제품 가격을 또 올리고 있다. 고환율 때 매입한 원재료가 4분기와 올 상반기 제품 값에 반영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유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가 끝나기 무섭게 빵·과자·라면 김치 등 서민 먹거리가 집중적으로 올랐다. 이 때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발 밀가루 파동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두부·참치·참기름·케첩·커피 등 주요 부식 품목들까지 올랐다. 연초부터 흰 우유는 리터당 49원이 오르고, 코카콜라는 5.2%, 아이스크림은 10~12%, 냉동만두는 10.4% 상승했다.

최근 가격이 오른 제품들은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품목이 많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밀가루와 식용유, 마요네즈 등 주요 생필품 35개 품목의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평균 상승률은 12.1%로 집계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0.1~0.2%대 하향 조정으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격 하락 품목은 분유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식음료 가격이 줄줄이 오르자 소비자 물가에서도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7월 6%대까지 치솟았던 전체 물가 상승률은 11월 5.0%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5%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각종 가공식품 물가는 9.4%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연초부터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도 인상 자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2일 오후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강혜영 푸드테크정책과장 주재로 12개 주요 식품제조업체 임원진이 참석한 가운데 식품제조업체 간담회를 열고 가공식품 가격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농식품부는 "일부 식품업체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다른 업체의 편승 인상으로 연결될 경우 민생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주요 식품 원료에 대한 할당관세 연장 적용 등 식품업계의 비용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식품업계도 경영효율화 등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의 가격 통제가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식품 기업들은 더이상 원가 상승 요인을 떠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 1,440원대에 접근했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들어 1,200원대로 내려왔지만, 고환율 영향이 시차를 두고 제품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유가·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이 물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원재료가 올라 더이상 버틸 수 없다는 식품업체들의 주장이 그저그런 '떼쓰기'로 들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반발이다. 상대적으로 싼값에 배를 채울 수 있었던 가공식품 값이 크게 오르면서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감이 크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을 통해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주요 식품업체 중 지난해 상반기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한 곳도 있다.

또 물가 상승 시기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 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식품업계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수록 제품 가치를 차별화하거나, 소비자들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설 연휴 동안 소비자들은 치솟은 물가를 온몸으로 느낄 것이다. 이미 차례상을 검소하게 줄이고, 설 선물을 고를 때 주머니 사정을 걱정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부는 시장논리에 맞는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식품 기업과 소비자들 모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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