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억 못 막아 동원건설산업 부도... PF發 도미노 파산 시작되나
상태바
22억 못 막아 동원건설산업 부도... PF發 도미노 파산 시작되나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2.12.14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원건설산업 지난해 매출 500억 넘겨
미분양과 PF대출 막혀 시행사 도산
PF 규모 150조원... 제2의 저축은행 사태 우려
"부동산PF, 매우 아슬아슬한 사업... 경영기법 착각"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9월 충남지역 종합건설업체 6위인 우석건설 부도에 이어 경남 18위 동원건설산업도 최근 부도 처리됐다. 22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된 것인데, 원인은 ‘미분양’과 ‘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자금경색’이다. 건설사들의 잇따르 파산이 과연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둔 동원건설산업은 경남은행 어음 22억원을 만기까지 상환하지 못해 11월 28일 부도처리 됐다. 동원은 경남 도급순위 18위 업체로 업력은 20여 년을 넘는다. 지난해 매출액은 500억원을 넘겼다. 창원시 회성동 복합행정타운을 비롯해 현동·양덕동 상가 등 예정된 공사 금액만 600억 원에 달한다. 자금경색이 장기화되고, 부도가 해결하지 못하면 협력사도 위험한 상황이다.

부도 원인은 ‘미분양’과 ‘PF 자금경색’이다. 동원에 따르면 대구에 지은 근린상가 등에서 받지 못한 미수금이 부도의 시발점이 됐다. 대구에 지은 사우나, 헬스장 등 상가 분양 실패로 시행사가 파산했고, 동원은 미수금을 해결하기 위해 채무가 폭증했다.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사채까지 썼다. 

동원건설산업 장기영 대표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PF대출이 막히고, 준공한 건물도 대출이 나오지 않는 상황 속에 시행사가 도산했다”며 “이로 따라 미수금 250억원이 생겼는데 대출이 안 돼 연 금리 36%로 사금융을 이용해 남은 대금을 지급하다 채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리인상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금리가 오르면 자금이 부족한 중소건설사부터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이 단점을 잘 아는 금융권도 대출을 까다롭게 진행해 악순환이 형성된다. 한국은행은 11월 24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렸다. 올해 들어 6회차 금리 인상이다.  

미분양, 우발채무, PF 중단까지 3박자가 맞물리면서 건설업계가 더 큰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금융사들의 PF 규모는 112조원으로 추산된다. 2022년 6월 기준 전체 금융권(은행·보험사·여신금융사·저축은행·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은 총 112조원이다. 여기에 각종 개발사업을 기초자산으로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부동산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 등 유동화자산을 포함하면 관련한 시장 규모는 150조원을 넘어선다.  

‘PF’는 사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고, 부동산 PF는 금융사가 부동산 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대출)을 일으켜 시행사에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아 간다. 사업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자율은 매우 높다. 이 때문에 금융권은 공격적으로 PF 대출에 나섰다.  112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흐름이 부실로 이어질 경우 제2의 저축은행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추산한 10월 CBSI는 ‘55.4’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다. CBSI는 건설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통상의 기업이 비관적으로 보는 관습이 있지만 ‘55.4’는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분양 주택도 꾸준히 늘고 있다.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7217호로 전월보다 13.5%(5613호) 증가했다. 서울 미분양 주택은 866호로 전월 대비 20.4%(147호) 늘었고, 지방 미분양도 17.2%(5814호) 늘어난 3만9605호로 집계됐다.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7077호로 전월보다 1.6%(112호) 줄었으나, 서울(210호)은 12.3%(23호) 늘었다.

건설사들의 대출 체감도 확연히 낮아졌다. 부동산개발협회가 10월 31부터 11월 4일까지 57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대출체감도’를 설문한 결과 평균 1.84점이 나왔다. ‘대출체감도’는 10점(변화 체감)부터 1점(변화 없음)까지 종합한 지표다. 24개 사업장(4.23조원 규모)에서 PF와 관련된 어려움 겪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사업단계별로는 본 PF 체결 전 브릿지 단계가 84.1%로 많았다. 주요 애로사항으로는 △지방 사업장 대출 검토 사전 배제 △브릿지론 연장조건으로 무리한 요구 제시 △소규모 사업장은 후순위로 처리 등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가 PF 대출의 위험성을 재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PF는 매우 위험한 사업 방식이라는 것을 건설업계가 알아야 한다. 100만원짜리 상품을 판매하는데, 남한테 5만원을 받아 5만원 어치 부분만 만들고, 다음에 7만원을 주면 7만원 어치를 만든다. 이렇게 조금씩 돈을 받아가면서 최종적으로 100만원짜리 완제품을 만드는 매우 아슬아슬한 사업 방식이다. 중간에 고리 하나가 끊기면 연쇄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