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과장된 '롯데케미칼 위기說'... 현금 넘치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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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과장된 '롯데케미칼 위기說'... 현금 넘치는데 왜?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2.11.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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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사 원가 상승, 물류비 증가 등으로 원가 부담↑
상반기 '기말 현금', '기초' 대비 1700억 늘어
단기차입금 규모 늘었지만 부채비율 안정적
영업익 빠졌지만 설비투자 확대, 중장기적 호재
인수 일진머티리얼즈 실적 개선... 영업익 33%↑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사진=롯데케미칼

출처불명의 레고랜드發 증권가 지라시로 몸살을 겪은 롯데케미칼이 최근 공개된 3분기 실적에서 역대급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납사(나프타)와 천연가스 등을 원료로 IT·전자, 자동차, 제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방산업에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경쟁기업인 LG화학과 달리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 등 기초소재 부문 비중이 상당히 높아 유가와 환율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자회사인 롯데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곳간이 빈 상황에서 고유가, 고환율, 공급망 불안, 글로벌 경기 불황 등 돌발 악재가 겹쳐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최근의 주가 하락은 이같은 시장 판단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올 상반기 사업보고서와 2021 회계년도 재무정보(비용의 성격별 분류 등), 주요 원재료 가격 동향 등을 종합할 때 현금흐름을 비롯한 주요 지표는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분석결과를 종합하면 회사 실적 악화의 직접적 원인은 원재료 구입비 급증에서 찾을 수 있다. 물류비 증가 역시 회사 실적 악화에 원인을 제공했다. 다수 시장평가기관이 늦어도 내년 3분기부터는 반도체 등 전방산업 업황 회복을 점치고 있다는 점에서, 회사의 실적 역시 때를 같이해 반등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설 시발점은 '레고랜드'... 강원도 誤判이 시장 불안 초래   

'롯데케미칼 위기설'의 진앙은 강원도에 위치한 테마파크 '레고랜드' 경영 부실이다. 강원도는 운전자금 조달을 위해 레고랜드가 발행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지급을 보증했다. 레고랜드 영업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강원도는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만기일 하루 전 레고랜드 회생 신청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장을 패닉에 빠트렸다.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지급을 보증한 ABCP는 국채와 비슷한 수준의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왔다는 점에서 시장이 받은 충격파는 엄청났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한 강원도가 황급히 입장을 번복했으나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레고랜드 사태는 엉뚱하게 국내 일부 건설사 부도설로 번졌다. 이달 초 출처를 알 수 없는 증권가 지라시는 업계 관계자의 견해를 인용해 롯데건설과 태영건설 등을 부도 위기 기업으로 언급했다. 이들 기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실적이 다른 건설사보다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라시 후폭풍은 예상보다 거셌다. 서울 둔촌 주공 재건축 컨소시엄에 참여한 롯데건설은 동 사업에 대한 ABCP 차환 발행이 실패하면서 약 1600여억원(컨소시엄 참여비율 23%)을 자체 자금으로 마련해야 했다. 모기업인 롯데케미칼이 서둘러 실탄 5000억원을 지원하면서 급한 불을 껐으나 기초소재 핵심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면서 위기설이 되살아났다.

올해 6월 기준 나프타 평균 가격은 국내 863$/MT(122만5805원), 해외 수입 864$/MT(한화 약 122만6707원)이다. 지난해 12월 대비 34.5% 올랐다. 일부 증권사는 롯데케미칼 영업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주력 제품 판매 저조... '현금 보유고' 되레 늘어 

나프타 원가 상승은 회사 재무제표에 직접 영향을 줬다. 회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2% 증가했으나 영업익은 94% 감소한 612억원을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원가 부담과 전방산업 침체가 깊어지는 상황에서도 회사는 투자를 강화하며 공세적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수소·배터리 소재 사업 투자 확대와 동박 제조기업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으로 '자본적 지출'(CAPEX)이 크게 늘었다. 단기 차입금 규모도 반기보고서 기준 전년 동기대비 약 3000억원 증가했다. 회사의 현재 재무상태를 한 줄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나프타 등 핵심 원재료 가격 급등→원가 부담 증가→전방산업 불황에 따른 수요 감소→에틸렌·프로필렌 등 주력 제품 판가 하락→영업익 급감.

 

올해 1월 대비 6월 현금자산 1700억↑... '위기설' 지나쳐  

계열사에 대한 일회성 자금 지원과 신사업 투자 확대로 인한 CAPEX 증가는 회사 현금흐름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곳간이 비면서 최근 1년 사이 이자보상배율도 큰 폭으로 빠졌다.

다만 이같은 지표만 놓고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초소재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 포트폴리오 특성상 일시적 지표 악화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실탄’(현금) 보유 현황을 판단할 수 있는 ‘기초·기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 항목을 들여다보면 위기설이 과장됐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기초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6028억원, 기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7935억원, 지난해 12월 기초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5223억원, 기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6028억원이었다. 풀이하면 올해 1월과 비교할 때 6월 보유 현금 규모가 1700억원 이상 늘었다. 부채비율 역시 지난해 상반기 48%, 올해 상반기 52%로 우량했다. 

지난달 인수한 일진머티리얼즈 실적도 크게 오르고 있어 회사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일진머티리얼즈 매출과 영업익은 올해 상반기 기준 3884억원, 4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33% 개선됐다.
 

지라시 불구 증권가 투자의견 '매수' 

롯데케미칼 위기설은 지라시에만 등장할 뿐 전문가 투자 의견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회사의 현재 주가에 대해 다수의 증권시장 전문가들은 '적정' 판단을 내렸다. 투자의견은 '매수'(BUY)를 유지했다. 영업이익 감소는 일시적 현상일 뿐 중장기적으로는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지난달 기준 IBK투자, 한국투자, 흥국증권, KB, 하나, 신한투자, 메리츠증권, 미래에셋, DB금융투자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회사 투자의견 '매수(BUY)'를 권고했다. 목표주가는 최고 24만원에서 최저 21만원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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