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월에 총 15조원 어음 만기 도래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
정부, 모니터링 지속... 장기 대출 전환 지원
어음 만기 도래와 미분양 증가 등 악재가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점점 커져가는 경고음이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태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 ABCP) 규모는 17조원에 달한다. 유동화사채까지 포함된 금액이다. 2월과 3월에도 각 10조원, 5조원 규모의 어음 만기가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연초 어음 만기 대거 집약 원인으로 '레고랜드 사태'를 꼽고 있다. 지난해 9월 28일 김진태 강원지사는 강원중도개발공사 경영개선을 위해 기업회생 신청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10월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지급 보증한 2050억원 규모 PF ABCP가 부도 처리됐다. 그러면서 채권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 영향으로 자금시장은 동결됐고 지난해 10월부터 PF ABCP를 차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3개월 안팎이었던 만기가 1~2개월로 줄어들었다.
부동산 PF ABCP 만기 물량이 연초에 몰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주택가격 하락, 미분양 증가 악재가 겹치며 부동산 시장 상환, 차환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수는 5만8027호로 전달 대비 22.9%(1만810호) 증가했다. 업계 역시 인천, 대구, 부산 등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미분양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 불안이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PF ABCP는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나 건설사가 신용보강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보니, 개별 사업장 장기 미분양이나 사업 지연이 자연스레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올해 부동산 PF 안정화 방안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5조원 확대했다. 미분양 PF 보증 5조원 신설 정책도 이달부터 조기 시행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1∼3개월로 짧은 PF ABCP의 만기가 구조적인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들을 만기가 긴 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HUG와 주택금융공사가 사업자보증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밖에도 부실 위험이 높은 부동산 PF 사업자 현황 모니터링과 소통 강화로 시장 안정 대응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