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색 진앙 ABCP '1.5兆' 불과... "시장 불안 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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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색 진앙 ABCP '1.5兆' 불과... "시장 불안 과도"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2.11.1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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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 등급 부동산 유동화어음(ABCP), 자금시장 교란
PF ABCP 발행 잔액 20조 중 A2 이하 1조5천억 
강원도 레코랜드發 사태로 시장 불안 심리 가중  
대형 증권사+산은, A2 어음 집중 매입키로
2조8천억 추가 투입... "불안심리 해소 기대"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센터 내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센터 내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강원도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기업어음(ABCP) 지급 거절 사태로 촉발한 자금시장 경색 해소를 위해 ‘제2 채권시장 안정펀드’가 조성된다. 펀드 규모는 1조8000억원으로 대형 증권사 9곳이 주도하며 산업은행과 한국증권금융이 실탄을 지원한다. 자금시장 경색의 단초를 제공한 신용등급 A2 이하 PF ABCP 발행잔액은 약 1조5000억원으로 새로 조성되는 ‘제2 채안펀드’로 충분히 매입이 가능한 수준이다.

지난달 금융당국의 긴급 대응으로 자금시장 동요는 일정 부분 해소됐으나 신용등급 A2 이하 PF ABCP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 신용등급 A1 ABCP는 대부분 대형 증권사들이 지급을 보증해 정상적인 유통이 이뤄지고 있으나 이보다 신용도가 낮은 A2 물에 대해선 ‘투매’ 가능성이 남아있다.

글로벌 경기불황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PF ABCP에 대한 불안이 높아진 상황에서 강원도가 레고랜드 ABCP 지급을 거절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자 일부 건설사가 부도설에 휘말리는 등 금융시장 전체가 요동쳤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가 주로 지급을 보증한 A2 등급 이하 ABCP에 대한 불안이 크게 확산되면서 재무건전성이나 신용도에 문제가 없는 기업마저 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달 23일 정부는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사업자 보증지원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같은달 27일에는 한국은행이 증권사·증권금융을 대상으로 6조원 규모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에 이어 한은이 6조원 상당의 유동성 공급 의사를 나타내면서 회사채 시장 자금 흐름에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ABCP를 비롯한 단기자금시장에는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정부는 11일, ‘제2 채안펀드’ 집중 매입 대상으로 신용등급 A2 이하 PF ABCP를 지목했다. 이와 별개도 건설사(시공사)가 지급을 보증한 A2 이하 PF ABCP 매입을 위한 자금도 1조원 이상 준비해 시장 불안을 원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건설사 보증 ABCP 매입은 별도 펀드 조성 없이 산업은행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기존 CP(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을 활용할 예정이다. 

강원도가 지급을 거절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은 PF ABCP는 기업이 운전자금 등 확보를 위해 발행하는 융통어음의 특수한 형태이다. 상거래 관계에서 대금 결제 수단으로 발행하는 진성어음과 달리 CP는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융통어음이다. 발행 요건이나 절차가 간이하고 비용이 저렴해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들이 자체 자금 조달 방법으로 즐겨 활용한다.

과거 건설사들은 공사비용을 금융권 대출에 주로 의지했으나 자본시장이 발달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공사비를 CP로 조성하는 사례가 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PF ABCP이다. 민간 프로젝트파이낸싱 시행사는 신용도가 산출되지 않는 서류상 기업인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시공사나 금융기관이 ABCP 지급을 보증한다. ABCP 신용등급은 프로젝트파이낸싱 컨소시엄의 자금 여력, 개발사업 수익성 분석 등을 통해 산정된다.

ABCP는 융통어음의 성질상 만기가 1~3개월로 짧아 주기적으로 신규 어음을 발행, 기존 어음을 상환하는 ‘차환’ 방식으로 만기를 연장한다. 레고랜드發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A1 ABCP 거래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A2 이하 ABCP이다. 이들 물량은 중소형 증권사가 지급을 보증해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진다. 자금 동원력이 뛰어난 대형 증권사는 시장 흐름이 좋지 않으면 지급을 보증한 ABCP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적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 A2 등급 PF ABCP가 안정화되면 단기자금시장을 비롯한 전체 CP 시장 불안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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