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흔든 '레고랜드'... 김진태 지사 "곧 안정 찾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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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흔든 '레고랜드'... 김진태 지사 "곧 안정 찾을 것"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10.2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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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50조 유동성 지원으로 진화 나서
김진태 지사, "자금시장 혼란에 유감"
추경호 장관, "도지사와 직접 통화해"
증권가, "증시 변동기 나비효과 유의해야"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정부의 긴급 유동성 자금지원으로 '레고랜드' 발(發) 채권시장 충격이 한 고비를 넘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레고랜드' 단일 요인보다는 금리인상과 환율 상승 등이 맞물려 빚어진 우발적인 사태였다는 분석을 내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레고랜드' 관련 자금시장 경색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전날 김진태 지사는 도청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를 통해 "본의 아니게 자금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를 초래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도가 구체적인 변제 일정을 제시했고 중앙정부도 대책을 발표했으니 속히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보증 채무를 갚는 일정이 앞당겨진 측면이 있지만 언젠가는 갚아야 할 것이기 때문에 선후를 달리해 내년 1월까지 갚고, 강원중도개발공사(GJC) 자산을 팔아 보증 채무를 부담한 것 이상으로 혈세를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진태 도지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강원도는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적이 없으며 약속대로 보증 채무를 이행하겠다고 수 차례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정계와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화살이 강원도와 지사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에 애둘러 유감을 표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사진=시장경제DB
김진태 강원도지사. 사진=시장경제DB

실제로 이번 사태는 금리상승과 환율변동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 빚어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24일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가 최근 자금시장 상황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누적된 다른 요인들도 있음을 지적했다.

추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서 이번 사태를 "당시 시장이 취약한데 그 부분이 여러 자금시장의 불안과 연결됐다. 초기에 자금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누적시키는 과정에서 다른 요인까지 겹쳐 자금시장이 더 불안해졌던 것 같다"고 논평했다.
 
이어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 기업회생 문제와 관련해서는 "제가 강원도지사와 만나 추가로 할 수 있는 역할이 뭔지는 별도로 생각해 보겠다"면서 "근래에 직접 도지사와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긴급 유동성 자금을 지원하고 기재부 장관이 강원도와 사후대책을 실무차원에서 의논하고 있다면 일단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봐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대화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레고랜드 사태, '나비효과'였나

2011년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 '그룹과 강원도는 춘천 소재 섬 중도에 레고랜드를 조성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듬해 강원도는 레고랜드 조성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강원중도개발공사'를 설립하고 2015년에 개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해당 부지에서 대규모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고대 도시에 준하는 세계 최대 규모로, 유적이 끊임없이 나오자 공사는 중단됐다. 이후 최대한 유적을 훼손하지 않는 조건으로 공사는 재개됐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왔다. 공사가 지연되면서 그에 따른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강원중도개발공사는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고 강원도가 자산유동화기업어음 형식으로 지급 보증을 서면서 2,050억의 채권이 발행됐다. 이어 올해 6월 선출된 김진태 도지사는 지난 9월 28일 채권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법원에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먼저 회사가 처분 가능한 각종 재산을 최대한 매각해 빚을 갚고, 채무보증을 선 강원도는 이후 모자란 부분을 갚겠다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시장이 이를 강원도가 빚보증을 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 가뜩이나 돈이 돌지 않던 채권 시장에서 공공기관도 믿을 수 없다는 의심까지 더해지면서 신용도 AAA 등급의 한국전력공사나 부산교통공사 공사채까지 채권 발행에 실패했다는 후문이다. 투자자들의 손절 매도가 이어지면서 '돈맥경화'라는 유행어까지 생겼다. 

예상치 못한 비상 상황이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 23일 긴급 주말회동을 하고, 50조원 이상의 긴급 유동성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며 '급한 불' 진화에 나섰다.

한 정계 관계자는 "시기가 안 좋았다. 성남시도 이재명 시장 부임 직후 전임시장 재임 당시 부채 문제로 2010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전례가 있지만 채권시장에 큰 영향은 없었다"면서 "강원도의 조치로 채권시장에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된 것은 사실이지만 (강원중도개발공사의) 처분 가능한 재산을 최대한 매각하도록 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투자시장은 기본적으로 신뢰와 기대로 돌아가는데 이처럼 증시 변동성이 클 때에는 작은 불씨도 크게 번질 수 있다"면서 "향후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사업에 투자자들이 믿고 참여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후속조치가 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레고랜드 사태 관련 주요 일지>

△최문순 강원지사 취임(2011. 4) △강원도-영국 멀린사 MOA체결(2011. 9) △한국투자증권, KIS춘천개발유동화주식화시 설립(2013. 12) △ABCP주관사 한투에서 BNK투자증권으로 변경(2020. 11) △아이원제일차(SPC) 설립, 2050억원 규모 ABCP발행(2020. 11) △김진태 강원지사 취임(2022. 7) △강원도, 레고랜드 시행사 회생신청(2022. 9. 28) △아이원제일차 ABCP대출금 회수불능(2022. 9. 29) △아이원제일차 최종부도(2022. 10. 5) △강원도, 2023년 1월까지 ABCP상환 계획발표(2022.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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