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실종' 시대... 식품·외식업계, 프리미엄 전략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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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실종' 시대... 식품·외식업계, 프리미엄 전략 강화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2.11.03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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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보다 '고품질' 원하는 소비자들
고급진 햄버거, 깔끔한 증류식 소주 인기
라면 시장에선 고가 프리미엄 전략 실패
저렴한 한 끼 대용·간식으로 인식 강한 탓
"불황에도 프리미엄 시장 더욱 성장할 것"
bhc그룹이 이달 1일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수제버거인 '슈퍼두퍼' 글로벌 1호점인 강남점을 오픈했다. 사진=배소라 기자
bhc그룹이 이달 1일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수제버거인 '슈퍼두퍼' 글로벌 1호점인 강남점을 오픈했다. 사진=배소라 기자

최근 프랜차이즈·주류·식품 시장에서 품질을 높인 프리미엄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 기존 소비층에 '프리미엄'을 가미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같은 프리미엄 전략엔 더이상 박리다매 방식으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햄버거 시장에선 '프리미엄 전쟁'이 불붙었다. 2006년 국내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한 쉐이크쉑에 이어 올해에는 고든램지 버거와 슈퍼두퍼가 국내에 자리 잡았다. 내년에는 파이브가이즈도 한국에 상륙할 예정이다. 프리미엄 버거는 버거에 들어가는 번과 패티, 채소 등 재료에 품질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프리미엄 햄버거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햄버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달라진 것이 원인이다. 저렴한 한 끼가 아닌 건강한 재료로 고급스러운 식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가격에 타협하지 않고 더 비싼 돈을 주고 서라도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진 건강한 햄버거를 원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많은 외식업체가 타격을 받았지만, 햄버거 시장은 흔들리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시장을 차지하려는 업체들의 경쟁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 유로모니터는 국내 버거 시장 규모가 2013년 12조9,000억원에서 2018년 2조8,000억원으로 성장했고, 올해는 4조원대까지 갈 것으로 전망했다. 4년새 40% 넘게 커진 셈이다. 

치킨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른바 '동네 치킨집'은 사라져가지만,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은 호황이다. 지난 4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빅데이터 활용 외식업 경기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2월에는 3만3,928개나 있었던 치킨 전문점 수가 지난해 12월에는 3만1,303개로 8% 줄어들었다. 

반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018년 2만5,1889개에서 2020년에는 2만5,867개로 679개나 늘어났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동네 치킨집이나 개별 브랜드 경쟁력은 더 떨어지고 있다"며 "향후 프리미엄 제품군에 속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산업은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진=GS25
사진=GS25

주류 시장 역시 달라지고 있다. 일반 소주에 견줘 가격은 비싸지만, 깔끔한 풍미가 특징인 '프리미엄 소주'가 주류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주로 4050 중장년층이 고급 식당에서 마시는 비싼 술로 인식됐으나, 최근에는 홈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소주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일반 소주는 희석식 소주다. 95% 알코올의 주정에 물을 타고 감미료(식품첨가물)를 넣어 맛을 낸다. 반면 프리미엄 소주로 불리는 증류식 소주는 기존 소주와 비교해 원재료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 쌀이나 보리, 수수, 고구마 등의 재료를 발효시킨 뒤 이를 증류시킨다. 

이런 프리미엄 소주 시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성장해 왔다. 2019년 300억원~400억원 규모에서 내년에는 7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요그룹의 화요와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가 선두주자다. 이 밖에도 안동소주, 이강주, 문배주, 고소리술 등 정통파 전통주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 프리미엄 소주를 주도한건 박재범의 원소주 스피릿이다. 한 병에 1만원이 넘지만 강원도 쌀과 감압 증류 방식, 무감미료의 깔끔한 풍미를 자랑하는 술이다. GS25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주류 매출 가운데 원소주 스피릿이 전체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출시 석 달째인 지난달 11일 기준 누적 판매량은 200만병, 매출액은 26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CU의 프리미엄 소주 매출도 지난해 대비 311.6% 증가했다. CU는 경남 창녕군 전통주 양조장 '우포의 아침'에서 제조하는 증류식 소주 '빛24'을 주력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홈술·혼술 문화가 정착되면서 소비자들이 가정에서 프리미엄 증류주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주류 전체 시장은 정체기이지만, 프리미엄 소주는 2010년 이후 매년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존 제품과 비교해 고가인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반면, 라면 시장에선 프리미엄 전략이 실패한 경우도 있다. 하림의 장인라면이 대표적이다. 한 봉지에 국내 최고가인 2,200원의 가격을 내걸고 차별화를 꾀했지만, '높은 가격'이라는 허들을 넘지 못했다. 한국에서 라면은 저렴한 한 끼 대용 또는 간식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라면 중에서도 가격은 높지 않으면서 재료에 건강함을 부여한 건면·저칼로리면·비건 라면 등은 인기가 높다. 오뚜기에 따르면 컵누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2020년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해 2년 연속 고속 성장세를 보였다. 컵누들의 칼로리는 작은컵(120㎉), 큰컵(195㎉)의 경우 일반적인 컵라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농심도 올해 '샐러드 누들'과 '누들핏' 등 열량이 낮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업계에선 향후 프리미엄 식품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불경기라고 해서 소비자들이 무조건 소비를 줄이진 않는다"며 "식품 시장 전체적으로 가성비를 내세우기보다 프리미엄으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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